대낮에 얼굴도 안가리고...‘뱅크시’ 설치 작품 훔친 英 도둑들
대낮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서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의 미술 작품이 설치된 지 1시간 만에 도난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각) 오후 12시 30분쯤 런던 동남부 팩험의 한 도로 교차로에서 두 남성이 뱅크시가 설치한 정지 표지판 미술 작품을 공구로 잘라내 도주했다. 뱅크시의 작품인 이 표지판에는 3대의 군사용 드론이 ‘정지’를 뜻하는 영문 ‘STOP’에 겹쳐서 그려졌다. 이 작품은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작품을 떼내 챙긴 이들이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도주하는 사이,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오 신이시여” “(도난 사실이) 짜증난다”고 했다. 지나던 시민 등이 촬영한 장면에는 도둑들의 가리지 않은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 가디언은 이 절도가 뱅크시 측의 자작극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난 1시간 전쯤 뱅크시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는 이 작품과 바로 그 아래 설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교차로 표지판이 함께 담긴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수십만건의 ‘좋아요’를 받은 이 게시물의 댓글에는 “곧 도난당할 것” 등 반응이 줄을 이었다.
도난 직후 이 지역을 관할하는 서더크 구청 측은 경찰에 도난 사실이 신고됐다고 했고, 경찰 측도 도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재즈민 알리 서더크 부구청장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민) 모두의 것인 뱅크시의 설치 작품이 도난당한 것은 수치스럽다”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되찾고 싶다”고 했다.
최근 런던에서는 공개 장소에서 절도와 강도가 급증하는 추세다. 유로뉴스는 지난 14일 런던교통청(TfL)을 인용, 지난 4~9월 런던 지하철에서 절도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3%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지하철 강도는 107% 급등했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런던에서 휴대전화 도난은 하루 250대로, 6분에 1대꼴이었다.
뱅크시의 공공 설치 작품이 도난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프랑스 법원은 지난 6월, 2019년 1월 파리 바타클랑 극장 철문에 그린 뱅크시의 그림을 통째로 떼 절도한 혐의를 받은 8명에게 징역 3~4년 등의 형과 함께 전자 발찌를 차고 수감을 대신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들이 훔친 작품은 뱅크시가 파리 테러(2015년 11월)를 추모해 2018년 6월 설치한 것이었다. 뱅크시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 남긴 작품들도 일부가 도난당하거나 훼손됐다.
뱅크시 작품은 도난 등 방식으로 부적절하게 개인 손에 들어갈 경우 진품 인증서 발급이 거부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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