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짜증나서 안배우고 말지”…베트남 학생들이 뿔난 까닭은 [신짜오 베트남]
베트남 정부가 제1외국어로 선정한 언어는 한국어를 제외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가 전부입니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는 초등학교3학년 때부터, 제2외국어는 중학교부터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언어입니다. 이전까지 한국어는 제2외국어에 속해있었지만, 2021년 초를 기점으로 제1외국어로 위상이 올라간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어를 높게 평가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을 빼놓고 베트남 경제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지난 35년간 누적 투자 1위는 한국이었습니다. 1988년 FDI 프로젝트 유치를 시작한 베트남은 2006년을 기점으로 한국 기업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게 됩니다. 이 때 베트남은 미국의 인텔과 한국 포스코에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제2의 FDI 붐’을 일으킵니다.
2008년 한국의 삼성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베트남 경제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 기업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베트남에서 올린 매출만 100조원에 육박합니다. 10년 넘게 25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며 베트남 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을 필두로 LG 효성 포스코 롯데 등이 잇달아 투자를 진행하면서 한국은 싱가포르와 일본을 제치고 베트남 누적 투자 1위 국가 자리에 올라있습니다. 그 덕에 한국어를 잘하는 베트남 대학생들은 졸업 후 또래 대비 훨씬 높은 월급을 받으며 일할 기회를 잡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정부가 일선 학교들을 조사한 결과 영어 이외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 대다수가 프랑스어와 일본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1개 지역 6만여명의 학생을 놓고 외국어 교육 실태를 파악해보니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3만800여명으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그 다음은 일본어와 중국어였습니다. 독일어와 한국어 러시아어는 소수의 학교에서만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중첩된 결과입니다. 우선 영어가 포함된 ‘외국어1’과목에서 많은 학교에서 영어를 우선적으로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이 크게 부족한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식민지배 기간을 거쳤던 베트남에는 프랑스어를 배웠던 긴 역사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중국과는 국경을 접하고 있어 과거부터 언어교류가 잦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는 대학 교육 이상 수준에서만 집중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추세였습니다. 베트남 내 필요에 따라 교육 시기를 초등학교까지 확 내려서 ‘제1외국어’ 중 하나로 한국어를 새로 지정했지만 제대로 가르칠 사람이 별로 없으니 확산의 속도가 더딘 것입니다.
베트남 체류기간 중 만난 한 베트남 여성은 부부가 함께 한국계 은행에 다니며 베트남에서 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딸과 함께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가르치는 학원이 많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 지위까지 올려놓으며 대접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베트남이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그만큼 한국 영향력이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베트남은 한국 입장에서 동남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교두보입니다. 한국어라는 매개를 통해 베트남에서 어떻게 더 시너지를 낼지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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