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생애 첫 졸업장” 어르신들의 문해학교 종업식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평생학습센터의 마포학교. 학습 기회를 놓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을 알려주는 곳인 마포학교가 이날 1회 종업식을 열었다. 최연장자는 86세, 평균 연령은 65세인 어르신들은 이날 초·중급 초등기본교육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다.
이날 어르신들은 교실에 각자 이름이 새겨진 이름표와 생화 코르사주를 가슴에 단 채 종업식을 기다렸다. 중급반 반장 김연순(70)씨는 학생 대표로 축하 연설을 했다. 김씨는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이라 부족하지만 제 마음을 담았다” “이곳에서 새로운 세상 경험하게 됐는데, 처음엔 낯설고 어렵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교실에는 한글 문해교육을 받은 할머니들이 직접 한글로 쓴 시화집도 나눠줬다. 양태은씨가 쓴 시에는 ‘글 모르는 어두운 밤 같은 저를 대낮같이 밝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종순씨의 시에는 ‘가방 메고 맨 처음 학교 가는 날 두근 가슴이 뛰었다’. 정성임씨는 ‘글을 배우고 나니 우체국 방문 택배도 척척 현금도 슥삭슥삭’이라고 썼다.
수료증을 받은 어르신들은 “나도 졸업장 받았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종업식에 참석한 박모(69)씨는 “여행을 앞두고 친구들과 여권을 만들러 갔는데, 글을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서 신분증을 안 들고 왔다고 거짓말하고 속상해 울었던 적이 있다”며 “딸도 친구도 내가 글을 못 배웠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또 신문순(80)씨는 “고향이 이북인데 6.25전쟁 때 철원군 금화읍에서 경기 수원으로 피란을 왔다”며 “그때가 소학교 3학년이었는데 피란 중에 학교에서 받은 책과 소품을 모두 잃어 공부 기회도 끊겼다”고 했다. 또 “은행이든 우체국이든 글을 몰라 어려웠는데, 친구가 대신 접수해줘서 공부를 하게됐다”고 했다.
또 다른 수료자 김옥분(78)씨는 “경북 의성군에서 나고 자라 학교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고, 내가 5남매 중 첫째라 동생들 돌보고 밥 하느라 학교에 갈 수 없었다”며 “성인이 되고 서울에 홀로 올라와서 나이 60이 될 때까지 강북구 미아리에 있는 손목시계 공장을 다녔는데, 공부는커녕 먹고 살기도 바빠 글을 배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동안 수업은 마포구 평생학습센터에서 매주 이틀간 진행돼 왔다. 초등 1~2학년 수준인 초급반과 초등 3~4학년 수준의 중급반으로 나뉘어 수업해왔다고 한다. 문해교육은 기초 한글과 셈하기, 기초 영어로 이뤄졌다. 또 스마트폰이나 네이버 지도 이용하기 등 디지털 문해교육, 보이스피싱 예방 등 생활 문해교육도 진행해왔다고 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학교에서 지식을 전달 받은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며 “마포학교의 가치를 높인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노력, 성장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를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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