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입대 거부 20대 "성소수자" 주장에도 실형 선고한 법원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경기일보 DB

 

두 번의 입대 거부 이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성소수자”라고 주장했던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갑자기 등장한 성정체성에 대한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염기창)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A씨(29)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까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소집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가 같은해 11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도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씨가 앞선 사건에서 입영을 다짐해 선처받았음에도 입영하지 않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A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동성애적 성 정체성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인격과 생명에 대한 절대적 존중이라는 평화주의 신념에 근거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음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건 1심 판결에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으며 양형 역시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지난해 10월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해 선처를 받았다”며 “또한 이 사건 1심에서도 ‘또 한번 이런 일을 해 부끄럽다. 기회를 주신다면 번복하지 않고 내일이라도 머리를 깎고 병역을 이행하겠다’고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후에도 1심에서 ‘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는지 후회하고 지냈다’며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 머리를 밀며 입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최후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을 때나 1심 재판 과정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다가 법정구속을 당하자 항소심에서 성소수자 임을 내세우고 있다”며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성정체성을 숨겨왔다고 주장하는 등 태도와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성정체성에 대한 주장과 주관적 신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돼 일촉즉발의 휴전 상태에 있는 우리의 안보상황과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국가안보의 확립, 국가 존립의 절대적 필요성 등을 볼 때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