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입고 성희롱 당하고···멍든 K-팝 '팬심' [SE★연말결산]

허지영 기자 2023. 12.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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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성장세지만 팬덤은 '멸시'
골절상에 성희롱 논란까지
현장 스태프, 인식 전환 필요
[서울경제]

다사다난했던 2023년 연예계, 서울경제스타가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정리해드립니다.

올 한해 K-팝은 '위기론'이 무색하게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1위~400위 실물 음반 누적 판매량은 1억 장을 넘겼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44%에 달하는 수치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음반 누적 수출액은 3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미국 빌보드의 보고서 '더 이어 인 투어링(The Year in Touring) 2023'에 따르면 K-팝 공연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1%로 지난해 1%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음반과 공연 시장 모두 팬덤의 힘이 컸다. 충성도 강한 K-팝 팬덤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서 '굿즈'로 전락한 실물 음반을 몇백 장씩 구매하고, 20만 원이 넘어가는 티켓을 매번 매진시킨다. 다만 K-팝 산업에서 여전히 팬덤은 찬물 취급을 받는다. 좋아한다는 이유로 '을'이 되기 때문. 예로부터 K-팝에는 팬을 멸시하는 단어가 존재했다. '빠순이', '새우젓', '불가촉천민' 등이다. HOT, 젝스키스 시절부터 존재하던 이 단어들은 2023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팬덤을 괴롭힌다. 팬덤에 산업의 존망이 달린 K-팝 업계의 큰 그늘이다.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경호원이 여성 팬을 강하게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 / 사진=X(구 트위터)

◇ 골절상에 성희롱까지···위험천만 현장 = 위험천만한 현장은 주로 공항에서 벌어진다. 입국을 기다리는 팬, 아티스트, 이를 경호하는 경호팀이 한 데 엉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는 그룹 NCT 드림을 경호하던 한 경호원이 여성 팬을 밀쳐 사고가 났다. 피해를 본 팬은 당시 늑골 골절 등 전치 5주 진단을 받았고, 해당 경호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하이브 레이블인 KOZ엔터테인먼트에서 론칭한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현장에서도 문제가 터졌다. 지난 16일 칭다오 공항에서 보이넥스트도어의 경호원이 한 여성 팬을 강하게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 이에 더해 한 누리꾼이 "타 하이브 아티스트의 출국 날 경호팀에게 던져졌다"며 쇄골 골절을 입었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온라인에 올리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소속사 측은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7월에는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하이브 재팬에서 론칭한 일본 현지화 그룹 앤팀(&TEAM) 팬 사인회에서 경호팀이 팬을 대상으로 과도한 몸수색을 벌인 것. 당시 현장에 참석한 일부 팬에게서 '민감한 신체 부위를 더듬었다'는 공통된 진술이 나오며 하이브의 주가는 논란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하이브는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공연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갈무리 / 사진=X(구 트위터)

◇ 해외 공연서 동양인 차별...'K'는 어디로 = 지난 10월에는 프랑스 파리 '엠카운트 다운' 공연장에서 인종 차별 논란이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지 보안 요원들이 관객을 제지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영상에는 한 동양인 남성을 마치 체포하듯이 무릎을 꿇리고 결박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현장에 참석했던 일부 팬들에게서도 "사진 찍는 유럽인은 가만히 놔두고 동양인만 끌고 갔다", "스태프들이 끌려 나가는 동양인을 보며 웃었다"며 인종 차별을 겪었다는 증언이 줄을 이었다.

이후 온라인에는 자신이 영상 속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A 씨가 "보안 요원이 제 목을 조르며 움직이지 못하게 짓눌렀다", "공연장 밖으로 쫓겨났을 때는 저처럼 제압당해 끌려온 동양인만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인권 유린도 발생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엠카운트 다운' 측은 "현지 공연 스태프 측에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으며 말을 아꼈다.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공연 이미지 / 사진=CJ ENM

◇ SNS 파장 순식간···업계 인식 전환 필요 = 아티스트가 이동하는 현장은 많은 인원이 순식간에 몰리기에 큰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한들 과거처럼 조용히 묻히는 시대는 아니다. SNS에 영상이 퍼지고 사건이 과장되거나 곡해되어 퍼지면 이미지 타격은 아티스트와 소속사에 돌아가고, 팬덤은 팬덤대로 다치며 업계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현장 스태프들은 아이돌과 팬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도 경호팀 및 공연 업계는 현장에서 팬덤에 대한 멸시와 몰이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팬들 사이에서는 "비웃고 욕을 했다"라는 증언을 할 때 주어로 매니저·경호원·스태프가 돌아가며 나온다. 돌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골절상을 입을 정도로 밀쳐졌다면 이는 확실히 '경호'의 영역은 아니다. 소속사 역시 아티스트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써 경호팀과 함께 현장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소속 경호원을 현장에서 배제했다', '아티스트 보호에 신경 쓰겠다' 등의 공지는 누군가 다친 후 봉합에 급급한, 한발 늦은 후속 조치일 뿐이다.

고압 전신주에 걸릴 수 있으니 내려가라며 현장 통제 중인 경호원 / 사진=서울경제스타DB

무리한 행동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을 초래하는 일부 팬들의 자정도 필요하다. 지난 10월 한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열린 모 스포츠 브랜드 포토콜에서는 카메라를 든 팬들이 고층 건물의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기대 사진을 찍거나, 철조망보다 높은 사다리를 구해 올라가는 등 위험한 행동으로 현장 질서를 어지럽혔다. K-팝의 높아진 위상에 맞춰 소속사와 현장 스태프, 팬덤까지 모두가 성숙한 태도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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