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복제품 쇼핑에 열광 중…싸서? 아니 힙해서![딥다이브]
듀프(dupe)를 아시나요? 복제품을 뜻하는 영어 ‘duplication’을 줄여 쓴 단어인데요.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Z세대의 올해 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듀프 시대’입니다. 복제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브랜드 제품을 따라 만든 ‘저렴이’ 제품 소비 열풍이 일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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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카피제품 열풍
“쇼핑몰에서 쇼핑하다가 정말 귀여운 걸 발견하게 돼요. 그럼 가격표를 보고서 ‘아, 이거 듀프(dupe)를 찾아야지’라고 생각하죠.”
미국 여대생 엘라 린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리치아(aritzia), 룰루레몬(lululemon),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같은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는 19살 소녀는 주로 아마존에서 이런 식으로 검색하죠. ‘아리치아 듀프(aritzia dupe)’. 그리고 그렇게 구입한 37달러짜리 아리치아 스웨트셔츠 복제품을 침대 위에 던지는 영상을 찍어 틱톡에 자랑합니다. 정가(118달러)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아리치아 저렴이를 샀다고 말이죠. 그는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비싼 브랜드 이름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데요.
Z세대는 단순히 복제품을 더 많이 살 뿐 아니라, 복제품을 사는 이유가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는 점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인데요.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서, 돈을 아끼려고 카피제품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틀렸습니다. Z세대에게 듀프 소비는 놀이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싸서? 아니 힙해서!
네, 아닙니다. 복제품(듀프)이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품과 다른 점인데요. 가짜 로고를 새겨 상표권을 침해하거나 특허를 침해하는 위조품은 불법이지만, 그냥 디자인이나 주요 특징을 비슷하게 따라 하기만 한 복제품은 대체로 법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뉴욕대 법대 크리스토퍼 스프리그먼 교수는 “복제품 문화는 오랫동안 매우 활발했고, 일반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죠. 물론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과연 복제품은 무해한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요(뒤에서 다시 설명).
이를 두고 모닝컨설트는 쇼핑이 일종의 게임화됐다고 분석하는데요. 디자인과 성능은 크게 빠지지 않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한 ‘최고의 복제품 찾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복제품을 잘 사면 ‘예산에 민감하면서도 안목 있는 소비자’임을 과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마케팅 전문가인 노스웨스턴대학의 자클린 밥 교수는 “이들은 복제품을 ‘명예의 휘장’으로 여기기 때문에 일부러 복제품을 구매한다”면서 “(돈을 아끼려는) 경제적 결정이 아닌 의도적인 큐레이션”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마케팅 전문가인 찰스 린드시 버팔로대 교수는 이렇게 분석하죠.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했는지 보여주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 유명 브랜드인지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대놓고 베끼는 저렴이 브랜드
이런 복제품 소비 열풍에 맞춰 인기를 끄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은근히, 또는 대놓고 유명 브랜드의 ‘저렴이’ 제품으로 마케팅하는 경우인데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화장품 기업 엘프뷰티(ELF)이죠. 2004년 설립된 이 저가 메이크업 브랜드는 틱톡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이후 무섭게 성장 중인데요. 주가도 급등해 올해 들어서만 161% 상승했을 정도이죠(55달러→145달러). 엘프의 성장세를 설명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가성비, 식물성 원료, 틱톡 마케팅) 유명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의 ‘저렴이’ 버전이라는 게 핵심 이유입니다. 예컨대 14달러인 엘프의 ‘헤일로 글로우’ 제품은 유명한 샬롯티벌리 파운데이션(49달러)의 대체품으로 통하면서 엄청나게 팔렸죠. 또 5달러짜리 엘프의 ‘시어 슬릭’ 립스틱은 클리니크의 20달러짜리 베스트셀링 립스틱의 듀프라는 별명이 붙었고요.
복제품이 인기 끌면 손해? 이익?
복제품 소비가 당당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니, 이를 이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죠. 오리지널 브랜드가 제품 개발과 마케팅까지 다 해놓은 걸 그대로 베껴서 돈을 벌다니. 불법은 아니더라도 문제 있는 것 아닐까요.
실제 복제품을 매우 불편해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미국 가구 브랜드 헬러의 존 에델만 CEO는 “당신이 구매하는 모든 복제품은 디자인의 미래를 죽인다”고 비판하죠. 복제품으로 인해 진품 소비가 줄어든다면 창작자는 어떻게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한탄인데요. 이 때문에 또 다른 가구업체 블루닷은 아예 복제품 감시를 위한 전용 예산을 따로 마련해뒀습니다. 블루닷의 제품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베껴도 너무 심하게 많이 베낀 복제품 판매 사이트를 발견하면 회사 변호사가 직접 연락을 하죠. 존 트리스타코스 블루닷 창업자는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복제품이 판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기업도 많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솝(Aesop)도 그런 경우인데요. 이솝의 최고고객책임자인 수잔 산토스는 보그 인터뷰에서 “그것(복제품)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대안 브랜드가 적절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하죠.
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Z세대는 더 나이가 들고 경제력이 생긴 뒤에도 지금처럼 복제품에 열광할까요. 아니면 돈이 많아지면 선택이 달라질까요.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모닝컨설트는 ‘듀프 문화가 젊은 소비자들의 습관에 영구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기본적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매우 낮은 세대이기 때문이라는데요. 2031년이 되면 미국에선 Z세대 소득 수준이 밀레니엄 세대를 추월하게 될 거라고 하죠. 단순히 ‘가성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제품 소비 트렌드에 앞으로 더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By.딥다이브
시성비(타이파)에 이어(딥다이브 시성비 편 참고) 저렴이 복제품(듀프)이라니.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긴 해야겠는데, 그것이 참 알듯 말듯하단 말이죠. 오늘 기사는 주로 미국 이야기를 다뤘지만 아마 한국 시장도 이를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올해 미국 Z세대 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듀프(Dupe)입니다. 저렴한 복제품이 젊은 층 사이에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향수나 화장품, 레깅스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에서도 다양한 복제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카피제품이야 예전부터 있었지만 달라진 건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랑한다는 점입니다. 쇼핑을 일종의 게임처럼 하기 때문인데요. 오리지널보다 훨씬 싸게 복제품을 사는 걸 ‘승리’로 여깁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대놓고 저렴한 복제품임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생겨났습니다. 유명 럭셔리 상품과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절반임을 광고하는 식인데요. 동시에 트렌드를 역이용해 품질과 브랜드력을 과시한 룰루레몬 사례도 있습니다.
-복제품이 불법은 아니라지만 창작자의 의욕을 꺾는 것 아닐까요. 반면 어차피 소비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오리지널 브랜드에 피해가 될 건 없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당분간 복제품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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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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