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북한 사회와 문화 변화 그리고 한계
◀ 김필국 앵커 ▶
2023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죠? 올 한 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2023년 북한 사회, 북한 주민들의 삶을 되돌아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올해 김정은 집권 12년 차를 맞았죠.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먼저 북한 방송을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해 11월 열린 정치국 회의.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에 정주년을 맞는 행사들을 언급하며 성과를 요구했습니다.
"2023년은 공화국창건 75돐과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돐이 되는 중요한 해이라고 하시면서..."
◀ 차미연 앵커 ▶
그리고 예고한 대로 인민군 창건 75주년인 2월 8일과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개최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코로나 발생 3년 반 만에 고강도 방역 체제도 해제했습니다. 북한 전역의 학교와 유치원에서 개학식을 열었고 이후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굳게 걸어 잠갔던 국경도 어느 정도 개방했는데요. 5년 만에 출전한 국제대회였죠. 아시안게임에서 10위라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사회가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11월 치러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선 후보 경선과 유세도 펼쳐졌고 반대 투표함도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지해 주셨습니다. 나라를 위해서 저를 지지해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 김필국 앵커 ▶
북한 TV로 본 2023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빗장 풀고 정상화 노력을 했던 1년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주목하셨던 부분들이 있었나요?
◀ 전영선 ▶
개인적으로는 4월에 있었던 태양절 110주년 경축 행사 야경을 보면서 굉장히 좀 인상이 깊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김정은 체제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을 주인공으로 한 첫 소설이 2014년도에 등장을 합니다. 전쟁 끝나고 나서 전승절 축포가 열렸고 그 축포가 터질 때마다 드러나는 황폐화된 모습들을 보면서 참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겠다라고 애썼던 것을 110주년 되면서 헌정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행사로 준비를 했다는 느낌이 들어가지고 이제 김정은 체제가 수령 체제로 완전히 들어갔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저는 투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찬성함만 있었는데 이제 반대함도 함께 같이 놓인 그런 모습이 북한의 변화와 한계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하게 됐는데요. 북한에서 투표해보셨잖아요. 방금 투표 영상 어떻게 보셨나요?
◀ 나민희 ▶
저도 북한에서 성인이 되고 난 후에 한 두세 번 정도 투표를 했었는데 그게 어떤 투표였는지 아직도 잘 기억은 안 납니다. 하고 나서 뭔가 TV에 나오기는 해요. 김정은이 뭐가 됐다라고는 하는데 제가 투표할 때는 그 함이 하나밖에 없어가지고 용지를 하나 주면 그냥 그걸 들고 들어가서 거기다 넣고만 나오면 되는. 그리고 한복이라든가 정장을 되게 잘 차려입고 내 순서에 맞게 섰다가 투표를 하고 나와서 춤추다가 집에 돌아가고 이랬던 기억이 있는데 북한에서 어떤 반대 투표가 나왔다 이거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까. 주민들이 조금 선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TV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물은 물론 김정은이겠죠. 하지만 올해 북한 TV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인물들이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난해 말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의 딸 김주애. 올해도 여러 차례 모습을 보였는데요, 열병식이나 군부대 시찰에도 동행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한편 경제사령탑으로 불리던 김덕훈 내각 총리는 올해 생사를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평안남도 안석 간석지 피해와 관련해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비판을 했죠.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하시면서.."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북한 농사가 올해 보기 드문 풍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주애는 이제 공식 석상에 나온 지 1년 남짓 됐는데요.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해석이 분분합니다. 김주애와 관련한 북한 TV 보도 어떻게 보시나요?
◀ 전영선 ▶
저도 저 정도까지 언론에 노출이 될까 그리고 저렇게 여러 분야에서 보시면 군사 분야부터 시작해서 각 산업 현장 또 주로 명절 행사까지 나올 거라고 예상을 하지는 못했었고요. 이를 두고 후계 문제에 대한 논의도 많이 좀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정보가 좀 미약하고 그리고 공식적으로 북한의 후계 구도를 결정하는 것은 당원에 입당하면서부터 당 사업에 대한 걸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 볼 필요는 있지만 그런 걸 논하기에는 아직 조금 더 시기상조다. 다만 이례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김덕훈 내각 총리 관련 소식도 좀 놀라웠습니다. 정권의 핵심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또 TV에 보도까지 되는 게 이게 사실은 뭐 있는 일인가요? 어때요?
◀ 나민희 ▶
원래는 흔한 일은 아니었죠. 김정은 정권 들어서서 이렇게 어떤 TV나 신문을 통해서 간부들에게 호통을 치고 그런 모습들이 어떤 서슴없이 보도가 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주민들은 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우리 지도자는 잘하고 있지만 중간 간부들이 못해서 우리가 못 사는 거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런 거를 김정은이 나서서 직접적으로 욕을 해주니까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지도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주민들 입장에서는 또 한쪽으로는 이렇게 인민들을 위해서는 눈물을 막 흘리잖아요. 그러면서 간부들한테는 굉장히 호통치는 그런 모습들이 어찌 보면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많은 지지를 얻게 되는 그런 요소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전영선 ▶
저희는 보면서 짤렸다라고 판단했었습니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그 노동신문이 실린 기사 장면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양복을 입고 그냥 침수된 논으로 들어가 버렸거든요. 최고지도자가 저 정도의 정장으로 들어갔다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좀 충격적인 모습이고 이제 큰일 났구나, 잘리겠구나 이런 판단을 했었는데 의외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성과들을 많이 냈었고 하늘이 도왔다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이런 거죠. 이렇게 어떤 출구들이 좀 필요합니다. 주민들에게 계속적으로 교양이라든가 이런 것을 강조할 수는 없고 대타로서의 희생양이라든가 출구 전략을 만들어 가는데 그러한 본보기로서 중간 간부들에 대한 강도 높은 이런 요구들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한편 2023년 남북 관계는 극도로 경색됐는데요. 우리나라를 향한 북한의 태도는 한층 거칠어졌고 비판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10월 1일 조선중앙TV는 우리나라를 그동안 주로 사용해 왔던 남조선이란 말 대신 괴뢰팀으로 표현했습니다.
"여자축구 우리나라 팀과 괴뢰팀 사이의 준준결승 경기가 9월 30일에 진행됐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정찰 위성을 발사하고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시켰는데요. 우리나라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가증스러운 적들에게 죽음을 안기는 심정으로 침략자, 도발자들의 허수아비를 불살라버리는 화형식을 단행했음"
◀ 김필국 앵커 ▶
요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우려를 하곤 하는데요. 이런 식의 북한 보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 전영선 ▶
이해하기 어렵죠. 왜냐하면 외교적인 언어로서 이렇게 괴뢰라고 하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거칠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휘 선택인데요. 저것은 북한 내부에 비춰지는 모습들이거든요. 북한의 모든 언론들은 관영 매체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내부적으로 이렇게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속 시원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내부적인 결집을 추구하는 그런 전략적 의도도 포함돼 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사회가 폐쇄적인 만큼 우리는 이 북한 사회를 좀 이해하고 싶을 때 아무래도 북한 매체를 통할 수밖에 없잖아요. 2024년도에도 북한 소식을 접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어떤 관점, 어떤 태도로 봐야 될까요?
◀ 전영선 ▶
그냥 뭐 막 보지 마시고요. 가이드가 조금 필요한데요. 북한의 모든 매체들은 기관지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같은 경우는 북한에서 전국 일간지이지만 저건 노동당 당보이거든요. 언론이 가져야 될 견제라든가 사회적 비판 기능이라든가 대안을 제출하는 이런 기능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얘기가 되고 있고 그리고 대외를 의식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내 북한 주민들의 어떤 목소리와 정책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충분히 감안하셔가지고 이해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 나민희 ▶
제가 이제 북한에서 교육도 받고 어떤 TV를 통해서 봤던 남한이라는 것은 철저한 어떤 자본주의 사회이고 굉장히 사람 살기 어려운 곳이다. 또 정작 와서 살아보니까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마찬가지로 또 북한에서 왔다라고 하면 색안경 이런 거를 무의식 중에 어떤 형성된 그런 걸 가지고 대하셨다가 결국엔 첫인상에서 그냥 똑같은 사람이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도 봤었고 뭔가 북한이라는 거를 대하거나 북한에 대해서 볼 때 어떤 고정관념 이런 것들을 웬만하면 갖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TV에 비친 모습을 통해 북한의 2023년을 살펴봤는데요. 2024년에는 한반도 긴장이 좀 완화돼서 좋은 소식만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김필국 앵커 ▶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죠. 즐거운 성탄절 되시고요. 며칠 남지 않은 2023년도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5598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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