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I로 50년 뒤 강남 풍경을 그려봤습니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 자료를 바탕으로, 변화한 인구 구성비를 반영해서 50년 뒤 서울 강남의 거리 모습을 그려줘."
가장 최신 버전의 챗 GPT4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이미 GPT에게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 자료들을 모두 학습시킨 터였습니다. 앞서 통계청은 저출생 영향으로 '오천만 국민' 시대가 곧 붕괴하고, 50년 뒤인 2072년엔 총 인구가 3천6백만 명대로 내려앉게 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뭔가 그려주기는 할까,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GPT는 50년 뒤 인구 구조를 반영해서 강남의 풍경을 아래처럼 그려줬습니다. 나름대로 상상력을 가미해서 말이죠.
왼쪽 그림에선 도로에 미래의 로봇과 이동 수단들이 다니는 가운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몇몇 노인들 모습이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오른쪽 골목 풍경에선 고령화 느낌이 좀 더 물씬 납니다. 거리에 지팡이나 보조 보행 기구에 의지해 걷는 노인들뿐입니다. 아이라든가 청년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AI가 실감 나는 한 폭의 명작을 그려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엉성하긴 해도 50년 뒤 우리 사회 풍경이 그냥 이런 느낌이겠구나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GPT가 그려준 풍경이 아주 허황된 건 아닌 게, 통계 추계 상으로 50년 뒤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은 작년 17.4%에서 47.7%로 껑충 뛰는 반면, 14세 이하의 유소년은 11.5%에서 6.6%로 반 토막 납니다. 산술적으로 노인이 유소년의 8배쯤 되기 때문에 위 풍경처럼 사방에 노인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의 인구 피라미드는 완전한 '역삼각형'으로, 아주 극단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과거 밑변이 아래 있는 삼각형이었을 때의 1960년과 비교하면, 1세기 만에 삼각형이 거꾸로 뒤집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추정은 그나마 출산율이 현재 0.7명 선에서 훗날 1.0명 선으로 반등할 거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가정에서 계산했을 때 얘기입니다. 만약 미래에도 출산율이 지금 수준으로 머문다면 50년 뒤 3천만 명 선을 지키는 게 빠듯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 소멸' 위기론까지 나올 정도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우리나라의 가파른 저출생 추세가 고스란히 현실로 반영되는 것입니다.
가파른 인구 구조의 변화는 거리 풍경도 바꾸겠지만 상대적인 나이도 확 달라지게 됩니다. 중위 연령이 확 치솟으며 파생되는 현상입니다. 중위 연령이란 나이 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딱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 나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학교 교실에서 생일이 가장 빠른 학생부터 시작해 늦은 순서로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서 있는 학생이 '중위 연령'이 됩니다. 중위 연령 개념을 GPT에다 그려 달라고 부탁했더니, 또 친절하게 그려줬습니다. 비록 나이 순으로 서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는 그림 정도로 참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 다시 말해 나이 순으로 딱 중간에 서 있는 사람은 44.9세지만, 50년 뒤에 63.4세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환갑을 넘겨도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이 더 많은 상황이기에 여전히 '어린 축'에 속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중위 연령 상승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분들을 위해서 이번에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려주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빌려봤습니다. 평균적인 한국인 남성이 각각 44.9세와 63.4세가 됐을 때의 얼굴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죠. 지금 시대에서는 분명 오른쪽 사진처럼 흰머리와 주름이 많아지게 되면 어딜 가도 '노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년 뒤에는 저 정도 흰머리와 주름으로는 주변에서 '한창나이'라고 치켜세우며 연장자로 대우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인구 감소 미래의 몇몇 단면을 AI 도움을 빌려 시각해봤습니다. 미래가 조금은 체감이 되시나요? 이러한 인구 감소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유엔은 앞으로 50년 간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게 될 국가들로 우리나라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26개국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인구 감소 속도 면에선 우리가 압도적입니다. 가파른 인구 감소는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 비중을 급격히 낮추고, 젊은 사람들의 부양 부담을 늘리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한국의 총부양비는 작년에 40.6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지만, 2072년엔 118.5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생산연령인구 100명 당 고령인구 비중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작년 24명에서 50년 뒤 104명으로 무려 4배가 넘을 전망인데, 이렇게 100명을 넘기게 될 나라는 OECD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몇몇 학자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니 실효성 없는 저출생 대책에 예산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자고 주장합니다. 세계 어느 정부도 돈을 줘가며 아이 낳게 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이 낳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부에게 자녀를 갖도록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고 설득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구 감소 숙명을 받아들이고, 여성과 시니어 인력의 사회적인 활용도를 높이는 데 힘 쏟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개방적인 이민 정책이나 비혼 출산 정책까지 염두에 두면서 인구 감소에 적응하는 국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가 불러올 사회 문제와 세대 갈등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논의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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