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행장애 심각한 수준 아니어도 장애인 콜택시 이용 허가해야”

유종헌 기자 2023. 12. 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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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상 장애의 판단 기준이 되는 ‘하지 장애’가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위법하다는 2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중증 지체장애인 A씨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중지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시와 공단이 A씨에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상지기능 장애가 심한 반면 하지 기능 장애는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판정받은 A씨는 2020년 11월 서울시설공단에 장애인 콜택시 이용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보행상의 장애인이면서 팔·다리 기능장애의 정도가 심한 사람을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공단은 A씨의 경우 하지기능 장애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보행상 장애가 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보행상 장애의 경중만을 이유로 택시 이용을 불허한 시와 공단의 행위를 차별로 보면서도, 이들의 과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정된 택시를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배차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교통약자가 특별교통수단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이용대상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는 부위와 무관하게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어느 부위의 장애이든 그 정도가 심하고 버스·지하철 이용이 어렵다면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교통약자법 입법 취지에도 맞는다”고 했다. 또 A씨가 3년 이상 교통상 어려움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하면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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