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초읽기…거부권은 ‘몰락 신호탄’될 수도 [논썰]
“특검법 악법” 한동훈에 “노태우보다 이기붕” 평가도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지난 4월27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함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지 8개월여 만입니다.
“김건희 씨가 주식 거래를 위한 통장 대여뿐만 아니라 시세 조종 의심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만큼 이에 대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 검사를 임명하여 진상을 밝히고자…”(장혜영 정의당 의원, 4월27일 국회 본회의 특검법 제안설명)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해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를 먹잇감 삼는 중대범죄입니다. 지난 2월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로 김 여사 의혹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여사 계좌 2개가 주가조작 일당에 의해 운용됐다고 적시했습니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102건 중 ‘김건희 계좌’ 거래는 무려 48건에 이르렀습니다.
공판검사 “김 여사 공범 연락받아 직접 거래 구조”
공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핵심 공범들의 연락을 받아 직접 거래하는 구조였음을 짚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사건 공판 검사가 이를 제시했습니다.
검사: 2010년 11월1일 문자메시지로 김OO이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보내니, 증인이 ‘준비시킬게요’ 라고 답한 게 맞나요? 그리고 또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김OO이 문자메시지를 보냈죠?
민OO: 네
검사: 그리고 7초 있다가 김건희 명의 계좌에서 3300에 8만주 매도 주문이 나오고 증인(민OO) 명의 등으로 매수됐죠. 그럼 여기서 증인이 ‘준비시킬게요’라고 한 대상자는 누구죠?
민OO: 저것도 추정밖에 할 수 없는데요. (…) 아까와 같이 이OO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검사: 하나만 추가로 물어볼게요. 당시에 김건희 명의 대신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한 것입니다. 그럼 저 문자를 봤을 때 누군가가 김건희한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건데요. 증인은 이OO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럼 이OO이 김건희한테 직접 연락해서 주문 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요?
민OO: 그건 제가 잘 모릅니다. 이OO 대표하고 김건희는 제가 알기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와는 다른 채널로 알게 된 걸로 압니다.
검사: 내가 묻는 건, 저 상대방이 이OO이라고 하는데 이OO이 권오수한테 연락해서 권오수가 김건희한테 연락하는 건가요, 이OO이 김건희한테 바로 연락하는 건가요? 관계가.
민OO: 전자가 맞는 것 같은데요.
검사: 이OO→권오수→김건희 연락 구조라는 것이지요?
민OO: 네. 근데 그게 제가 추정을 함부로 할 수 없는데….
검사: 이때 사실 관계를 가장 잘 아는게 증인입니다.
(2022년 12월2일 공판 증인신문)
이런 상황인데도, 검찰 조직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첫 고발 이후 4년이 다 돼 가도록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스톱 상태입니다. 공범들이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지도 1년이 다 돼 갑니다. 그러나 검찰은 부끄러움도 모른 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고민정 : “김건희 여사는 수사할 건가?”
한동훈 : “이미 수사하고 있고, 수사가 대단히 많이 진행돼 있다.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고 공정하게 처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정 : “마무리하려면 해당 사람에 대해 소환조사라도 이뤄지는 게 상식이 아닌가?”
한동훈 : “수사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2022년 5월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것도 벌써 1년 7개월 전입니다. 이쯤 되면 검찰을 수사기관이 아니라 수사참칭기관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야당·전정권 수사엔 득달같이 달려들어 집요하게 물어뜯으면서, ‘살아있는 권력’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정권의 사냥개’가 된 검찰의 비루한 초상입니다. 특검 수사는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비상 수단인 셈입니다.
한국갤럽 “윤 대통령 거부권 반대가 70%”
특검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막상 특검법안 통과가 발등의 불로 다가오자 갈팡질팡하는 모양새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에 대놓고 반대하는 건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검 통과에 손을 놓았다가는 총선 기간 내내 ‘김건희 수사’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야당 의석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특검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광범위한 민심 이반을 불러 총선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가 70%,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가 20%였습니다. 여권 콘크리트 지지층조차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비율이 적지 않다는 얘깁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런 딜레마를 예견한 바 있죠.
“김건희 여사 특검이 지금 상황이면 통과될 텐데 대통령 거부권이 사용되느냐 이슈가 굉장히 클 것이다. 그거에 따라서 (대통령 지지율이) 최대 5~10%까지 출렁일 수 있다. 만약 거부권을 안 쓰면 특검이 내년 2월부터 돌아다니면 4월10일이 선거인데 그때 막 여기저기 압수수색하고 들쑤시고 소환하고 그러면 총선 치르나 마나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11월10일 노컷뉴스 ‘지지율 대책회의’)
한동훈 “악법” VS 용혜인 “거짓말”
이런 전망은 한달여 만에 윤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을 짓누르는 현실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21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습니다. 한 전 장관이 풀어야 할 최대 당면 과제도 특검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기자 “김건희 특검 추진 관련한 입장은?”
한동훈 “첫째,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시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한다. 둘째, 다만 그 법안들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죠?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까지 들어 있죠?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할 수 있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악법은 결국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서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이런 주장은 그동안 검찰과 대통령실·국민의힘이 보여온 행태에 비춰보면 사실을 왜곡하고 민심과 어긋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이준석 “특검법은 지금 거의 3분의2 이상의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법이다. 거기에 대해 특검법은 선전선동을 위한 법이고 독소 조항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밝은 편에 섰으면 좋겠다.”
진행자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이런 발언도 하긴 했는데.”
이준석 “그거 뒤에 붙인 게 하고 싶었던 말이겠죠 선전선동을 위한 법이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19일 KBS ‘사사건건’)
정의당의 특검 추천을 문제삼은 건 얼토당토 않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안은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국민의힘)를 제외한 교섭단체(민주당)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정의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부인에 관한 특검법인 만큼, 이해 충돌 소지가 큰 여당 추천을 배제한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한 전 장관도 참여했던 ‘최순실 특검’이나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특검’ 등도 당시 여당이 아닌 야당 두곳에만 추천권을 준 바 있습니다.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 운운한 것도 자가당착입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하도록 한 특검법 12조는 ‘최순실 특검’ 이래 국회를 통과한 모든 특검법안에 빠짐없이 들어간 내용입니다.
“한동훈 장관의 그 말은 거짓말입니다. 언론에 브리핑할 수 있는 조항은 (특검)법에는 거의 다 들어갔던 조항,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된 특검법에도 들어가 있고요.”(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19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할 수 있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악법 근거로 든 것도, 지난 8개월간 아무런 협의나 협상도 없이 반대해온 여당 행태를 생각하면 이준석 전 대표가 자주 쓰는 말인 이른바 ‘억까’(억지로 까기)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지하게 국민의힘이 능동적으로 이 법안에 개입했다면 법안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었죠. 그때는 이게 올해 연말쯤 되면 정쟁 법안이다 이렇게 프레임을 씌우고 몰아붙이면 힘이 빠질 거다 이렇게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정작 힘이 빠진 거는 정권 힘이 빠졌어요.”(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MBC ‘100분토론’)
어떻습니까. 한 장관이 제기한 주장이야말로 모두 근거가 취약한 선전선동성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요구되는 책무는 정권에 등돌린 민심을 똑바로 읽고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전 장관은 벌써부터 민심과 정반대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아바타 노릇만 하고 있습니다. 싹이 노랗습니다.
“정말로 윤심 그 자체인 비대위가 출범하게 되는 거고요. 결국에는 잘되면 노태우고, 못되면 이기붕이 될 건데요. 노태우씨 같은 경우는 6·29 선언 이후에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이기붕은 결국 1인자와 함께 몰락했어요. 과연 한동훈 장관이 2인자로서 6·29 선언 같은 걸 할만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사람인가 물음표가 좀 붙고요. 비대위 첫 일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이기붕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19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그 특검법의 수사 대상자가 되는 분(김건희)과 한동훈 장관의 특별한 관계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시지도 주고받고 하시는 사이란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법무부 장관으로서 말씀하셨어야 하는 때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19일 KBS ‘사사건건’)
애초 한 전 장관이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성사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희숙 “찬성하시는 분은 그분(한동훈)은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자기 일 열심히 하시는 사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대통령) 통수를 칠 수 있다.”
진행자 “아름다운 대립각이요,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19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조선일보 등에선 한 전 장관이 자신이 지적한 조항을 빼거나 수사 시점을 총선 뒤로 미루는 조건으로 특검법을 수용할 뜻을 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검 이슈를 총선 뒤로 넘기고 싶은 자신들의 기대를 담은 아전인수식 해석일 뿐입니다. 지금 한 전 장관에게선 온갖 궤변을 동원해서라도 특검법을 폄훼하고 김 여사를 호위하겠다는 의지만 느껴집니다. 이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또 한 번 상식과 공정, 민심을 저버리고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닙니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의 정치적 특성이 있습니다. 양곡관리법 등 정책적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달리, 자신의 배우자의 중범죄 의혹에 관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거대한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출석 의원 3분의2 찬성이 필요한 국회 재의에 붙여지면, 총선 치명상이 예상되는 여당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같은 맥락에서 여당 공천 뒤에 재의 표결이 잡힐 경우 공천 탈락 의원들이 불참하거나 돌아설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런 얘기가 여당 안에서도 공공연히 나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투표 표결할 때 무기명 투표입니다. 제가 만약 국민의힘 지도부라면 무기명 투표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그걸 근거로 해서 대통령실도 설득을 하겠어요.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내서 이걸 통과시키고 대통령께서는 거부권 행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합시다(라고). 그런 움직임이 국민의힘 내부에는 없는 거 같습니다.”(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 MBC ‘100분토론’)
이 순간도 특검법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 전 장관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김 여사 방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정치적으로는 국민 신뢰를 잃고 더 궁박한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배우자가 이런 의혹을 받고 있고, 그런 의혹이 해소 안되고, 심지어 검찰도 여기에 손을 못 대는 사건에 대해서 특검법이 올라오는데, 이걸 거부한다, 저는 이 거부권이 나중에 아주 심각한 문제를,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중단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MBC ‘100분토론’)
사익을 위해 국민이 준 권한을 남용하는 오만한 권력자를 우리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바로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목숨 앗는 목욕탕 감전사고, 끊이지 않는 이유는?
- 한동훈 비대위는 세대교체?…‘박근혜 성공 사례’ 따를까
- ‘서울의 봄’ 1000만 넘었다…올해 두번째 천만영화 등극
- “세상에” 대낮에 사람들 지켜보는데 뱅크시 작품 뜯어간 도둑
- 추위에 떨어 본 사람은 안다…개미마을의 따뜻한 기부
- 성탄절도 아랑곳 없는 이, 가자 폭격에 대가족 70여명 숨져
- 목욕탕서 “비명 지르며 쓰러져”…감전으로 여성 3명 사상
- 8살 되면 “산타는 진짜인가?” 의심…결정적 계기 있다
- ‘하반신 장애 약하다’ 장애인콜택시 탑승 거부한 서울시…“손해배상”
- 검사 출신 ‘정알못’…한동훈에게도 ‘벼락같은 행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