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면 오르던’ 시절 끝…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지속
내년 총선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도 악재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다. 재계 총수들과 ‘먹방’을 하고 십수 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도 지지율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재계 총수들을 동원하는 것이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도 동반 열세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도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다.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쓸 수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여당 지지율 동반 하락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대 초·중반에서 소폭 하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2월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6.3%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11월 4주 38.1%에서 37.6%→37.4%→36.3% 등으로 3주 연속 하락세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2.0%포인트 오른 61.2%다.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리얼미터가 12월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2%포인트 낮은 36.7%, 더불어민주당은 1.0%포인트 오른 44.7%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응답률 2.7%), 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응답률 2.6%)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2%)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1%로, 직전 조사(지난 5~7일) 32%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른 62%로, 4월 4주차 조사(63%) 이후 최고치다.
12월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경제·한국갤럽의 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8.9%)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직전 6월 38.3%에서 33%로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56.7%에서 63%로 증가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40%, 34%로 집계됐다. 양당 간 격차는 직전 10월 조사에서 4.2%포인트(민주당 38.1%·국민의힘 33.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6%로 확대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잇따른 외교 구설수에 여론 싸늘
윤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답변에서 늘 높은 점수를 받던 항목은 외교 분야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12월 네덜란드까지, 2023년에만 13차례에 걸쳐 15개국(중복 제외)을 방문했다.
그러나 최근 외교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면서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의 처참한 실패, 엑스포 유치전 중 재벌 총수들과의 술자리, 네덜란드 국빈 방문(12월 11~15일) 관련 과도한 의전 요구 논란과 이에 따른 대사 초치 등이 잇따랐다.
‘재벌 동원’ 논란도 최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나흘 앞둔 지난 11월 24일 프랑스 파리 한 식당에서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술자리라기보단 저녁식사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엑스포 유치 결정을 앞두고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6일 엑스포 유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7명의 재계 총수와 부산 깡통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이를 두고 말이 많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19일 “대통령 순방에 재벌들을 그렇게 데리고 다녀도 되느냐. 부산에 가서 떡볶이 먹방한 것은 정경유착 아니냐”고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통상 지지율이 오른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자신했던 엑스포 유치전에서 참패했고, 대통령실에선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의 (외교) 전략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계 총수들이 동원된 것을 두고 ‘(정치적) 사익 추구에 총수들을 동원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이 싸늘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정경유착 혐의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고 감옥에 보낸 윤 대통령이 각종 행사에 재계 총수를 동원하고 몰래 술자리를 가졌다. 자기모순적 태도다. 총수들도 여기저기 불려가는 게 싫겠지만 그들도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규제 풀어달라’, ‘감옥 안 가게 해달라’와 같은 로비가 안 들어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재벌 동원해 국민 지지 받기 힘든 시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은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초대형 악재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법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을 통칭하는 ‘쌍특검’ 법안을 오는 12월 28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수사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수용할지, 아니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략적 총선용 특검”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2월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응답률 10.9%)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0%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답은 20%에 그쳤다. 특히 여권 강세지역인 대구·경북(TK)에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67%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19%)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김건희 특검법을 둘러싼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압박도 거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김건희 방탄’ 프레임으로 맞서며 총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아갈 태세다. 참여연대 등은 김건희 여사의 고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19일 윤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했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오동현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대표 변호사 등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조국 전 장관은 앞선 12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용산궁 ‘환관(宦官)’들은 김건희 특별법(특검법) 거부권 행사/불행사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와 경로를 제시했을 것이다. 현 상태로 거부권 행사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폭락해 25% 이하로 떨어질 것이기에”라고 적었다.
재벌 중심의 과거 ‘박정희식 통치’ 방식이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4박6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0월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저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아울러 정상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 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과 2023년 11월 대구 달성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한 바 있다. 박상인 교수는 “각종 행사와 이벤트에 재계 총수를 동원하는 것은 그간 여러 차례 존경심을 보인 박정희 전 대통령 방식의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대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제공한) 경제모델과 (재벌과 밀착 관계를 유지하는) 통치행태를 따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던 개발도상국 단계에나 있을 법한 일이며, 민간과 시장 중심의 정책기조를 천명한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도 배치된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든 시대”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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