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즉문즉답 “尹 들어온 뒤 당에 혼란 끊이지 않아” [+영상]
● 보수·진보 경계선 사라져… 대선 결선투표 필요
● 검찰 논리로 국가 운영하면 보수 아냐
● 금태섭, 사석에서도 만나… 얘기 잘돼
● 이낙연, 文 그늘에 가려질 분 아냐
● 한동훈, 윤석열과 차별화하면 정치적 인물로 크게 성장
● 원희룡, 비열해지지 않았으면…
● 인요한, 예능용으로 콘셉트 잡다 망해
● 김한길, 역할하면 정권 실체 알려질 것
[+영상] 이준석 즉문즉답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무얼 물어도 속사포처럼 답한다. 질문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표적을 상대로는 날 선 말이 이어진다. 보수 진영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은 야당의 '윤석열 비판'보다 이준석의 '윤석열 비판'을 더 비중 있게 보도한다. 그래서인지 보수 내에도 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이다. 조갑제는 그가 "젊을 때의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닮았다"고 했고, 황교안은 그와 유승민(전 의원)을 "암덩어리"라고 칭했다.
2023년 12월 13일 오후 1시 30분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오전에 김기현 대표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 인터뷰 중 이 전 대표의 전화기가 연신 울려댔다. 두 차례는 이 전 대표가 양해를 구하고 바깥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 배석한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내 상황이 시시각각 변한다"고 했다. 그와 관련한 통화일 것이라고만 짐작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2시간이 지난 뒤, 김 전 대표가 당대표 사퇴 입장문을 내면서 사태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그는 대선 당시 원내대표이던 김 전 대표와의 관계를 "승리조"라고 했다. 김 전 대표에게 서운함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왜 저러는지 갑갑하지만, 싫어하거나 나쁜 감정이 있을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같은 해 4월 9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를 두고 "길거리 나가서 물어보면 (윤 대통령의) 그림자 정도가 아니라 하수인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그러면서 그는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지금 많은 일이 인민재판처럼 진행됐고, (당) 안에서 앞장서는 홍위병 같은 사람들도 있다. 당내 초선의원들이면 당의 핵심 관계자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그런 데 앞장서는 게 너무 모양새가 안 좋다. 정당이라면 일반적인 회사보다도 원리원칙 및 역사와 전통에 충실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들어온 뒤로 당의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당내 의원 중에서 합리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인데, 이렇게 공격당하는 게 참 황당한 상황이다. 수도권 (위기론) 얘기하는데, 서울 어디 나가서 '국민의힘을 안 찍는 이유가 뭡니까' 물었을 때 '김기현'이라는 답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다."
보수는 절대적 소수
윤석열의 국민의힘은 '박근혜의 새누리당'이나 '이명박의 한나라당'과 다른 정당인가."탄핵을 겪으면서 자금력과 조직 동원력을 상실한 보수는 태극기 집회를 통해 종교계와 결탁했다. 아스팔트 보수를 만들어 야당 생활을 했다. 태극기 부대를 열심히 해도 2020년 선거에서 속절없이 180석 내주고 졌다. 보수가 단결을 안 해서 진 게 아니라 단결했더니 졌다. 보수가 과거의 엘리트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람을 구속시키느냐 마느냐와 같은 검찰 논리 속에서 국가를 운영하면 더는 보수 집단이 아니다."
내적으로는 검찰, 외적으로는 아스팔트 보수와 결합한 구도인가.
"대학생들한테 시위에 대해 물으면 어르신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들고 노래 크게 틀어 광화문에서 뛰는 것이라고 한다. 시위는 정상적으로 의견을 투영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수단인데, 20년 전에는 진보가 했고 지금은 보수가 한다. 보수가 절대적 소수가 됐다는 의미다. 보수가 확장성을 보이지 않으면 집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현실을 모른다."
문화적으로도 보수가 소수처럼 보인다.
"보수는 책을 안 읽고 유튜브만 본다. 유튜브에서도 자극적으로 붉은색 제목이 달린 정치 담론을 소화한다. 나에게 학력 위조를 해명하라는 얘기가 아직도 나온다. 졸업장을 까도 어차피 안 본다. 김어준보다도 수준 낮은 여론 형성 과정을 거치는 게 지금 보수의 수준이다."
이 전 대표의 학력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은 하버드에 복수전공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 시기 학사 안내 자료집을 올려놔도 안 본다. 이제는 (나를) 군대에 다시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돈 벌어먹고 사는 게 보수 유튜버들의 낙이다. 상대 진영을 공격할 자신감은 없으니 내부 총질하고 있는 거다."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분이 정치하면서 여러 번 말을 갈아탄 것도 사람들은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 집권 과정에서도 이분이 '백의종군하겠다'거나 '사퇴하겠다'는 얘기를 서너 번은 한 것 같다. 그런데 아무 의미 없잖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출마를 못 하게 된 셈 아닌가.
"출마를 못 한다 한들 어떤 딜(deal)이 있으니까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출마에 대해) 그렇게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전부터 (윤 대통령을) 탈당시키겠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비극이다."
尹을 巨惡이라 한 이유
그는 최근 윤 대통령을 겨냥해 거악(巨惡)이라는 단어를 썼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모멸감을 느낄 만한 표현이다.거악과는 아예 타협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거악이라 표현한 이유는 (윤 대통령이) 1년 반 동안 서글플 정도로 여당과 대한민국 행정을 무너뜨린 데 있다. 야당의 방해 때문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하고 싶은 일 다 하다가 무너진 것이다. 여소야대 소리를 꺼내기 힘들 정도다. 어느 대한민국 국민도 대통령을 불쌍하게 보지 않는다."
사실상 탈당 선언을 했다고 보면 되나.
"12월 27일에 내가 판단할 것이다."
선거대책위원장 자리와 비슷한 제안이 있었다고 들었다.
"선대위원장은 치어리더인데, 치어리더를 해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국민들이 몽둥이찜질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여당에) '문제는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해법은 나올 리 만무하다."
‘이준석 신당'의 등장 여부는 2024년 총선의 핵심 변수다. 중도 성향의 제3당 등장을 열망하는 시민들에게도 주요 관심사다. 그가 그린 신당의 얼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탈당 선언문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보수와 진보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하는 정치 방식이 보수의 경제관이나 산업관을 투영한다고 보지 않는다. 윤 대통령도 보수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게 낫다. 나도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정책의 틀을 보수 안에 가둬놓지 않겠다. 철학이나 이념은 마음속에 담아두되 어떤 의제를 다룰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나는 성역 없이 의제를 다룰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수정당 또는 새로운 형태의 정당이 안보·경제·교육에 이어 노동·환경 인권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는 신당의 화두가 자유에 있다고 본다. 자유의 울타리는 비단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언론중재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접근 방식을 사례로 말을 이었다.
"언론중재법은 취재 내용에 허위 사실이 있을 경우 회사나 개인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게 하겠다는 거다. 대선 당시 당론은 언론중재법 반대였는데, 대통령이 언론과 인터뷰하며 그런 회사는 망할 때까지 징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찬성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수습하느라 힘들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돈을 많이 물려 노조쟁의권이나 파업권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반자유주의적이다. 헌법 취지에 맞지 않다. 보수나 자유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순적 행태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지금 보수는 상대를 악마화하는 법밖에 모른다. 이재명, 이준석, 유승민 다 나쁜 사람 만들다가 멍텅구리가 돼버렸다. 나는 그것을 뛰어넘고 싶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미국이 바뀌었다. 과거의 미국은 조공외교처럼 주변국이 어느 정도 (미국의) 외교적 우위를 인정하고 안보 위기에 동참하면 경제적 이익은 가져가라고 열어놨다. 지금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동참해도 우리의 전기차 배터리 문제는 안 풀어준다. 대통령의 외교를 보면 서방국가에서 대접을 진짜 잘 받는데 무엇을 얻어왔지 생각하면 항상 물음표다."
미국과 동맹은 강조하되 말은 할 수 있는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특히 외교통상에서는 미국에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
몰카? 자기검열 아닌가
"보수 유권자 중에는 신당이 국민의힘과 다시 합쳐 보수의 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거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영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기존 보수정당의 틀로는 어렵다는 걸 체감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당에 있으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쫄딱 망할 경우 기회가 올 텐데 왜 그러느냐' 할 수 있지만 설사 기회가 온들 무슨 의미인가. 내가 흥미를 못 느낀다. 어렵더라도 군더더기가 없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최근 만나는 정치인들에게 2027년 대선까지 갈 의향이 있냐고 묻는 건가.
"그렇다. 신당을 한다면 구호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얘기하겠다.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내각제 등 다른 권력구조 개편보다 훨씬 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대선을 결선투표제로 치르면 1·2·3등 후보가 대선에서 서로 물어뜯지는 않을 거다.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윤석열과 이재명이 격렬하게 붙었어도 심상정에게 캐스팅보트가 갔을 수도 있다. 그러면 심상정은 지지율이 낮다 해도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 테고. 나는 그것이 정치에서의 균형과 견제라고 본다."
1980년대에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이 만드는 정당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원인은 서울에서 영남식 선거를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조직을 통해 누굴 찍으라고 했지만 지금은 동네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일수록 정치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제 모든 정당은 개인화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모바일과 인터넷 도구가 등장할 것이고, 알고리즘을 짜서 해석할 내용도 있을 거다. 내가 만드는 정당에서는 전 당원 투표를 활성화하려 한다. 이번 선거에서 선보이긴 어렵겠지만 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규모가 되면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이를 위한 플랫폼 개발에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동아일보 2023년 12월 7일자 이기홍 대기자의 칼럼 제목은 '이 나라 보수는 '김건희 리스크'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였다. 이 글을 경유해 물었다.
골자는 몰카 공작의 저열함은 지적하더라도 그렇다 해서 대통령 부인이 명품 백을 받는 비도덕성이 감면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가(私家)에서 근신해야 한다고도 했고.
"나는 (김건희 여사가) 선거 동안 소록도에 가 계시라는 얘기도 했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나도 그 글을 봤지만, 몰카 같은 얘기를 갖다 붙일 정도로 우리가 자기검열이 심해진 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 최순실 사건이 터졌을 때 한 언론에서 의상실에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누구도 몰카라고 지적해 덮으려 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영부인이 직접 (영상에) 잡히는 충격적 상황인데도 함정 취재라거나 몰카라며 방어한다. 국민 수준을 너무 얕게 본다."
신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나.
"안 받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안 받는 순간 거부권 사유화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굉장히 위험한 수다. 특검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두 개의 검찰이 있는 상태가 된다. 검찰, 특검, 공수처가 서로를 수사하려 할 것이다. 위험하다. 하지만 국민 여론의 70%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특검 여론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낙연, 금태섭, 한동훈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실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연대가 가능하나."역설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 때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나갔다. 이 전 대표는 총리이기도 했고 대선 준비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축적했을 텐데, 그런 부분이 부각됐으면 좋겠다. 문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질 분이 결코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공유 지대가 있나. 바른미래당도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연합이라고 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이낙연 전 대표는 보수층에서도 좋아하는 분이 상당수 있다. 크게 이질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호남 출신의 민주당 소속이면 통일 정책 등에 있어 (보수와) 이견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꾸준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당에서 대권 경쟁이 일어나서 (통일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각자) 제시했을 때 국민이 어느 한쪽을 택하면 그 사람의 (의견이) 신당의 통일 담론이 되는 거다. 차이점을 찾아서는 신당이건 빅텐트건 성공하기 어렵다."
금태섭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선택은 내각제를 주장한다.
"너무 많은 말을 펼쳐놓으면 나중에 (다른 세력과) 함께했을 때 곤란할 수 있다. 빅텐트가 되려면 이견이 최대한 적게 노정돼야 하는데, (새로운선택이) 무의미하게 많이 쏟아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든다."
금 대표와 3시간 끝장 토론을 하지 않았나.
"금 대표와 사석에서도 만난다. 얘기가 잘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분이 함께하는 인사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새로운선택을 두고 "‘안티 이준석'이 모토면 그렇게 하라"고 했던데.
"정책에 대한 이견에 나는 관대하다. 나는 정책적으로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걸 즐긴다. 이준석에 대해 욕 한 번 해본 사람도 부지기수기 때문에 그것도 신경 안 쓴다. 그런데 당을 같이 하고 싶어 하는데 대변인이니 당직자니 하는 사람들이 하루에 한 번씩 이준석 까는 글을 올리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가 뭐가 아쉽다고 그런 사람들과 당을 하나. 금 대표에게도 '이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 대표가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으니 지켜봐야지."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 전 대표를 두고 "젊을 때의 YS 닮았다"고 했다.
"조갑제 대표께서 어떤 지점에서 바라보는지는 알겠다. 지금은 선출된 왕을 모시는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보수의 책임주의나 엘리트주의는 사라지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돼가고 있다. 그 세태를 비판하고 싶은 것도 있겠지. 또 탁월한 선동가이자 솔선수범하는 정치인이던 YS의 모습을 나에게 투영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조 대표는 이 전 대표와 한동훈 장관이 "상호 보완하며 보수의 미래를 끌고 가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 장관은 12월 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고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전 장관이 됐다. 국민의힘은 12월 26일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소집한다
"나는 한 장관이 정치하는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한 장관이 국회에 왔을 때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진땀을 뺐다. 나도 한 장관처럼 따박따박 답변하는 삶을 살아왔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질문을 회피하지 않을 용기와 언젠가 가까운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것을 극복하면 한 장관은 굉장히 (정치를) 잘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한 장관이 비판할 수 없는 대상이 명확해 보인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면 어떤가.
"한 장관이 차별화하면 정치적인 인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대통령이 찍어 내리려 했던 흔하디흔한 2인자가 되지 않을까."
김한길, 제발 역할 했으면…
"각자 차별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 비열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전광훈(목사)한테 가서 인사하고 이런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비열하잖나."
원희룡 장관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의 진심은 모르겠지만, 훌륭한 당의 자원들이 치킨게임 비슷하게 서로 그런 경쟁을 하면 이상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동력이 저하된 건 윤 대통령이 특이한 이력을 가진 천공 같은 사람들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주류 종교라 해도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원 장관은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더 적극적으로 내미는 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손을 내민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원 장관이 나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건 없지만, 본인이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대리인 정도 위치라 해도 손을 잡는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당대표 징계 사유 중 하나는 이 전 대표가 김철근 당시 정무실장을 통해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게도 김철근 전 실장은 이미 한참 전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증거인멸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데 교사가 성립할 수 없다. 법치를 얘기하는 정권에서 형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건에 대해 윤리위가 앞서 판단을 내려버렸다는 게 아닌가. 그러면 되돌려야 하는데 징계 취소니 사면이니 이런 소리하고 앉아 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윤리위로 다 때려잡은 뒤 나중에 가서 징계 취소하면 된다는 건데, 애초에 뭘 바로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활동을 마친 혁신위는 어떻게 평가하나.
"예능용으로 잡은 콘셉트를 정치에 적용하려다 망했다. 외모는 이방인인데 때로는 전라도 사투리로 꼰대 같은 말도 하는 아저씨가 예능에서는 굉장히 재밌는 캐릭터거든. 인요한 전 위원장은 한국에 오래 살았지만 영어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고 2012년에 (특별귀화로) 한국 사람이 됐다. 영어로 생각해서 한국어로 말하는 게 명징하다. 정치에선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아주 세밀한 일을 하다 사고가 많이 터졌다. 나한테도 사면한다고 하고, 그 뒤엔 '도덕이 없다'고 했다. 완전한 번역체다.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기획이었다."
여당의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을 놓고 하마평이 많이 오르내린다.
"공관위원장은 친박과 친이가 치열하게 붙을 때처럼 어느 쪽이 (공천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인재풀을 구축하고 있을 때는 재밌는 자리다. 지금 상황에서는 공관위원장을 해도 덤이냐 더머냐 이런 고민을 해야 할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알고도 그 자리를 받는 분이 있으면 존경은 하지만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거다."
구체적으로는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거론되는데.
"(웃으며) 김병준 위원장이 보수 쪽으로 넘어온 뒤로 성과를 낸 게 뭔가. 기대 안 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역할론도 나온다.
"제발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드디어 정권의 실체를 알게 될 테니까."
무슨 뜻인가.
"김한길 위원장이 보수당과 인연이 없다가 어떤 경로로 지금 역할을 하는지 모르지만, 지역 화합이나 진영 화합의 의미를 넘어서 뭐랄까…. 굉장히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다. 좋아 보이지 않는다."
광범위한 활동이라면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인가.
"그런 것에서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장에도 검사 출신이 임명됐다.
"대통령이 불신의 고리에 빠졌다. 본인이 신뢰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길 바라고, 그 점이 내각 구성에서 드러나고 있다. 아무리 임명직 권력을 (측근으로) 둘러 세운다 해도 선출직 권력을 뽑는 선거에서 성과가 좋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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