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 韓 스포츠,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

스포츠팀 2023. 12. 23. 08: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해맞이광장에서 대한체육회 소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18일부터 20일까지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정신력을 강화하고 도전 정신을 배우기 위해 ‘원 팀 코리아’ 캠프를 한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한체육회가 소위 정신력 강화라는 목적으로 선수들을 해병대 캠프에 강제 입소시킨 것을 규탄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촉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조현재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정진완 대한장애인 체육회장, 이에리사 민간위원장, 한 총리, 이종각 전 체육과학연구원 원장,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안준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한국 스포츠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은 ‘엘리트 체육’이다.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들에게만 투자를 해왔다. 운동하는 이와 하지 않는 이는 초등학교부터 분리된다. 운동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운동’하는 이들은 다른 세상 사람이 됐다. ‘운동’하는 이들에게 일반인들도 낯선 대상이다.

이러한 체계는 너무 오래됐다. 엘리트 스포츠 육성 정책은 박정희 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활약이라 생각했다. 이는 ‘국위선양’이라는 이유로 대학 입시부터 ‘체육’에 대한 제도적 특혜로 나타났다.

IMF 사태로 숱한 스포츠 팀들이 해체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 스포츠는 엘리트 중심이었다. 당장 올림픽 무대에서의 금메달이 중요했다. 오히려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성적과 위상도 커졌다. 그만큼 엘리트 스포츠의 효과는 뚜렷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인구 절벽 위기가 커지면서 운동하는 이와 운동하지 않는 이를 분리하는 것 자체에 위기가 찾아왔다. 즉, 엘리트 중심의 체육 정책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 없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엘리트 체육 중심에서 스포츠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삶 속의 스포츠, 스포츠를 통한 삶이 일상적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책적인 움직임은 환영할만하다.

최근 스포츠기본법에 따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1차 회의에서는 ‘제1차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학교·생활·엘리트·국제스포츠·스포츠산업 등 분야별로 정책을 담았는데, 2028년까지 국민의 일상 스포츠 참여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눈에 띈다. 운동 참여 실적을 토대로 지급되는 연 5만원 한도의 현금성 포인트 지급 대상은 올해 1만명에서 2028년 50만명으로 늘리는 내용도 있다. 생활 스포츠를 강화로 인한 저변의 확대,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골자이다.

또, 초등학교 1, 2학년의 신체 활동을 늘리기 위해 별도의 체육 교과목을 편성한다는 정책도 눈에 띈다. 미래 세대인 초등학생들의 체력 저하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체육,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계와도 면밀하게 논의할 사안이다.

다만, 기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여전히 스포츠, 운동은 잘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인식 말이다. 스포츠를 통한 삶, 삶 속의 스포츠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부터 체육계와 정부 사이의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대한체육회는 민관 협동 거버넌스 방식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당연직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사임서를 제출하고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민간위원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왔다. 체육계의 온전한 의사가 전달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생활체육과 통합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대한체육회는 여전히 엘리트 스포츠 강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논란이 됐던 국가대표 해병대 입소 캠프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구절벽 위기 속에서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분리는 의미가 없다. 엘리트 스포츠를 고수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 스포츠의 ‘갈라파고스화’만 가속화된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시민, 건강한 사회라는 패러다임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빠를 필요는 없지만, 바뀌어야 하는 것은 맞다. 체육계로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체육계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 전 스포츠 기자

스포츠팀 (sp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