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돈보다 ‘심신의 안녕’…청년들의 직업관이 달라졌다

신정은 2023. 12. 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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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강원연구원 연구보고서
강원 청년들 "자격증 확보 어려워"
유연근무제 도입·주 4일 근무제 제시
진로직업 상담 확대해야
▲ 춘천시립도서관에서 시민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직장에 매몰되는 삶을 살기엔 너무 젊은 나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0월 송 모(26)씨는 첫 직장이었던 영상 외주 제작사를 그만뒀다.

야근은 물론 고강도 노동이 주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는 “연봉보다 워라밸이 보장되는 곳으로 이직을 결심했다”라며 “지금은 여유가 없어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느라 더 바쁘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60대 고용률 보다 낮았고,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의 비중이 45.4%에 달했다. 그런데 평균 10개월을 소요해 힘들게 취업한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7개월에 그쳤다.

그렇다면 강원도 청년들은 어떨까.

강원연구원의 ‘강원도 청년은 돈보다 여유와 자율적 직장을 원한다’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도내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구직 경험과 과정, 직업선택 기준을 짚어본다.
 

▲ 청년층(15~29세)의 첫 직장 근무 여부와 첫 일자리를 그만 두는 주요 사유. [그래픽 한규빛 기자]

◇ 청년층 고용률 46.4%…강원 청년이 구직 활동 어려운 점은 ‘자격증 미보유’

강원연구원 오윤정 연구위원이 공개한 ‘강원도 청년은 돈보다 여유와 자율적 직장을 원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6.4%로 60대 이상 고용률인 47.2%보다 낮았다.

첫 취업에 걸리는 기간은 10개월, 첫 직장의 근속기간은 1년 7개월로 조사됐다. 첫 직장을 그만둔 비율(65.9%)이 계속 다니는 비율(34.1%)과 약 2배의 차이가 났다.

사직 사유는 보수·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45.9%)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기간 만료(14.7%), 개인·가족적 이유(14.6%)등이었다.

강원도 취업자가 현재 직장에 취업한 경로는 정기 공개채용이 4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개나 추천, 수시 공개채용 등을 활용하는 경향이 높았다.

정기 또는 수시 공개채용을 통합한 취업률은 55.1%를 차지한다. 이는 기업이 수시 공개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나, 청년층은 정기 공개채용이 중요한 기회임을 시사한다.

강원 청년들은 자격증과 학점, 학벌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문항에서 이들은 ‘자격증이 없다’, ‘급여가 맞지 않다’ 등의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취업자는 3위로 취업정보를, 미취업자는 근무환경 불만을 선택했다.

강원도 청년층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급여와 근무환경에 대한 기대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취업에 도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강원도 청년층의 직업 선택 기준. [그래픽/한규빛 기자]

◇ 경제적 보상보다 중요한 ‘심신의 안녕’

도내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 순위는 무엇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심신의 안녕(4.08점)을 가장 우선시 했다. 자율(4.05점), 경제적 보상(3.93점), 성취(3.73점), 직업 안정(3.58점), 개인지향(3.54점)이 뒤를 이었다.

이는 전국적으로 청년들이 가장 많은 선택을 한 경제적 보상(3.95점)과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이어 성취(3.87점), 인정(3.80점), 직업 안정(3.78점)순이다. 강원 청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심신의 안녕(3.78점)과 자율(3.74점)은 전국적으로 각각 5, 6위를 기록했다.

강원도 청년층은 국가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변화가 많은 업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업무는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취·직업 안정·타인에 대한 인정과 영향 등은 과거 상위권에 속하는 직업선택 기준이었으나, 강원 청년들의 직업관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강원 청년층은 진로의식이 적절히 발달돼 있으며 진로선택 주도성은 높지만, 진로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직업 불안, 직업 결정 장애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상담과 교육이 수반된다면 청년층의 진로와 직업 선택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다.
 

▲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에서 열린 2023 청년과학기술인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취업관련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청년층 요구 반영해 취업 제도 구축해야

보고서는 우수한 청년인력의 이탈 방지와 업무효율성 향상을 위해 여러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주 4일 근무제의 시범 시행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또 세대 간, 직급 간 의식과 경험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직장 내 문화 개선을 위한 기업의 노력도 필수다.

청년들을 강원도에 정주하게 하기 위해선 강원도 내에 괜찮은 일자리가 확충되는 것이 시급하다.

강원도는 타 지역과 비교해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이 강원도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높다.

청년의 취업과 구직은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지자체, 지역산업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강원도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관행적으로 운영하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과감히 제편하고, 청년층의 구직 과정·경험·요구·직업관을 반영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또한, 취업 정보를 편리하고 간편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관련 홈페이지 등을 정비해야 한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공공 취업포털(워크넷), 직업훈련포털 등을 활용한 진로직업 상담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웹 또는 앱을 이용해 1차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심화된 진로직업 상담을 원할 경우 대면 상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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