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출입 20년…갈등과 단절을 넘어
[앵커]
북한이 지난달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이번 주에는 ICBM을 포함해 이틀 연속 탄도 미사일 도발을 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남북한의 소통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서울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남과 북의 자유로운 통행을 기다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남북출입사무소’인데요.
남북 간 출입경 통로인 ‘남북출입사무소’가 개소 20주년을 맞아 역사관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남북출입의 역사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이후 열린 남북 장관급 고위회담에선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와 도로 연결, 남북 경제협력을 합의합니다.
[최문/통일부 사무관 : "(회담으로) 분단 이후 전례 없는 남북 통행이 예상됐고, 이런 통행을 지원하기 위해서 남북출입사무소 설치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그렇게 2003년 12월 24일, 남북출입사무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KBS 뉴스/2003년 12월 24일 : "남북 간 인적, 물적 교류 승인과 대북연락업무, 그리고 출입통관 검역업무를 맡을 남북출입관리사무소가 오늘 경의선 도라산역 부근에 문을 열었습니다."]
2006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가 정식 준공하기 전까지 임시로 사용됐던 이 건물은 남북출입의 역사를 증명하는 곳으로 거듭났습니다.
이곳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남북출입사무소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입니다.
남북출입사무소는 냉‧온탕을 오고 간 남북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기도 한데요.
그 역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남북출입사무소는 남북이 육로로 오갈 때 꼭 거쳐야 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개성 방향으로 경의선 철도. 도로가 지나는 파주, 그리고 금강산 방향으로 동해선 철도, 도로가 지나는 고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설 당시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곳곳에 묻혀있는 지뢰였습니다.
[이주영/통일부 전시 담당 : "지뢰가 터지는 소리가 남북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월.수.금은 북측이 지뢰 제거 공사를 하고 화.목.토는 남측에서 공사하자 이런 것들이 사전에 합의를 통해 미리 결정됐습니다."]
지금까지 경의선을 통해 152만 명, 동해선으로는 156만 명이 남북을 오갔습니다.
[이주영/통일부 전시 담당 : "현재 남과 북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잠정적 특수 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남한 주민이 북한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출국 대신에 출경이라는 표현을 쓰고요. 만약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온다면 입국이라는 표현 대신에 입경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북한에 가기 위해선 통일부 장관이 발급하는 방문증명서가 필요했고, 세관과 검역 등도 거쳐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상대적으로 가까워 이른 아침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출퇴근 회담과 당일 관광도 가능했습니다.
[이주영/통일부 전시 담당 : "(개성관광 관계자가) 실향민들을 모시고 (개성) 관광을 다녀왔다고 해요. 근데 어떤 할아버지가 담을 넘으려고 했었대요. 저기 바로 내가 살던 우리 집이라고 저기 나 다시 가고 싶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하는데..."]
실향민 뿐 아니라 남북출입사무소가 다시 활발해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2018년 북한이 참가한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출입사무소는 잠시 활발했지만요 실제로 2016년 개성공단이 멈추면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하루가 멀게 북한을 오갔던 개성공단 진출 기업인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개성공단은 2004년 남측이 자본과 기술을, 북측은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해 협력한다는 취지로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2016년 2월,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합니다.
[홍용표/통일부 장관/2016년 2월 10일 :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유창근 대표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유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을 운영했다고 하는데요.
유 대표는 남북의 인재가 힘을 합쳐 세계적인 연구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합니다.
[유창근/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대표 : "개성공단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연구소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북쪽의 고급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죠). 이건 내가 할 일이다, 운명이다, 이렇게 생각했었죠."]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출신의북한 우수 인재들과 작업을 했는데 끝내 그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합니다.
[유창근/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대표 : "개성공단에 우리가 총 2백억 정도 투자했어요. 그것보다도 북쪽에 12년간 길러 놓은 인재가 (손실이) 훨씬 커요. 몇 배의 가치죠. 그게 중단된 게 훨씬 큰 아픔이었죠."]
이 회사의 이규용 본부장도 개성공단에 근무한 12년 간의 기억이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깃발을 볼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이규용/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본부장 : "개성에서 다닐 때는 꼭 남측 차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 깃발을 달고 다니는데 제가 다니다가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우리 (북한) 직원들이 수제로 만들어 준 하나 밖에 없는 깃발입니다."]
가족과 같았던 북한 직원 400여 명과의 이별은 아직도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규용/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본부장 : "전 항상 이야기합니다. 식구들이 거기 있습니다. 다 개성 올라가면 그 사람들이 와서 같이 일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며칠 전 남북출입사무소 역사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창근 대표가 통일로 미래로 팀과 함께 파주로 향합니다.
검문소를 지나 매일 같이 출근하던 길이 여전히 익숙한데요.
[유창근/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대표 : "여기서는 10분, 금방 가요. 넘어가면 우리가 여기가 북한이 맞나 이런 식으로 생각할 정도로 (가까워요)."]
지척에 있지만, 갈 수 없는 공장.
아쉬운 마음을 역사관에서 달래봅니다.
[유창근/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대표 : "바로 넘어가면 우리 공장이 있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너무 아쉽고 빨리 가보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 개성공단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공단 안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최근엔 30여 개 공장을 무단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대표는 이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도 깊어집니다.
[유창근/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 기업 대표 : "가서 설비 상태라도 보고 공장 상태도 보고 직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정말 모든 기업들이 아주 궁금해 하는 것이 그 부분이에요."]
남북출입사무소의 역사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주영/통일부 전시 담당 : "이번 역사관을 개관한 것은 완성보다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이 길을 실제로 오고 간 사람들의 얘기로 더 풍성하게 채우는 전시관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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