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석 "진중권이 감독해도 30승은 한다, 그게 야구다" [한판승부]
- 우승 후 느낌? 허탈감과 내년 시즌 걱정 몰려왔다
- 좋은 지도자, '이청득심(以聽得心)'의 덕목 갖춰야
- 지도자 생활 시작한 20년 전부터 1년에 100권 독서
- 내 인생의 철학 혹은 에너지? 백수생활하며 생긴 '절박함'
- 첫번째 우승은 전력, 두 번째 우승은 철학에서 나온다
- 왜 오타니같은 투수 없냐? 절대적인 선수 숫자가 적어져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차명석 LG트윈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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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이 시간에 야구팬들 특히 LG트윈스 팬들이 기뻐하실 특별한 손님을 모셨어요. 1992년에 투수로 LG트윈스에 입단하신 다음에 지금까지 경력 대부분을 LG와 함께 하신 분입니다. 또 어록까지 있어서 방송 전에 제가 또 열심히 찾아보고 왔는데요, 차명석 단장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단장님.
◆ 차명석> 반갑습니다.
◆ 진중권> 안녕하세요.
◇ 박재홍> 마이크가 들어오니까 목소리 톤이 확실히 달라지시네요. 타고난 방송인이신 것 같은데. 일단 늦었지만 우승 축하드리고.
◆ 차명석>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인터뷰 굉장히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 차명석> 최근에 굉장히 많이 하고 있고요. 강연도 많이 들어와서 강의도 좀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강연이요? 강연은 어떤 강연을 주로.
◆ 차명석> 보통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법. 어떻게 하면 조직 관리를 잘할 수 있는가.
◇ 박재홍> 조직 관리 잘할 수 있는 법.
◆ 차명석> 그런 것에 대해서 강연 나가고 있어요.
◇ 박재홍> 강연하면 어떻게 메시지 전하십니까?
◆ 차명석> 기본적으로 제가 선수 생활부터 단장이 돼서 어떻게 여기까지 선수들하고 같이 왔을까. 그런 다음에 제가 도착했을 때 우리 팀이 8등이었는데 5년 만에 1등이 될 수 있는 비결, 그런 과정. 거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8등에서 1등까지 5년이 걸렸다. 그렇군요. 그러면 차명석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거네요?
◆ 차명석> 제가 잘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저를 통해서 같은 구성원들이 한 곳에 갈 수 있게끔 우리가 마음을 모은 게 가장 컸죠.
◇ 박재홍> 그렇군요. 김규완 논설위원장님이 이 자리에 함께 못해서 굉장히 유감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셔서 굳이. 제가 전해드립니다. LG가 오랜만에 우승을 했지 않습니까? 거의 29년 만에 통합 우승인데 우승 소감이랄까요, 많이 말씀하셨겠지만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 차명석> 너무나 힘들었던 과정이었는데 우승하고 나니까 너무 허탈한 거예요.
◇ 박재홍> 정상에 서니까?
◆ 차명석>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내년에 어떻게 준비하지, 내년에 어떻게 전력 보강을 해서 팬들한테 승리의 기쁨을 드릴까. 그러면서 우승이라는 걸 막상 해 보니까 그다음이 더 걱정되는 그 아이러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박재홍> 1등이 누리는.
◆ 진중권>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가야 되니까.
◇ 박재홍> 정상에 올랐으니까. 그리고 또 팬들의 기대가 엄청 높아졌잖아요, 지금. 내년에.
◆ 차명석> 그렇죠. 전력 자체가 저희가 좋다 보니까 내년에도 우승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리고 또 우승이 당연하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것들이 오롯이 단장이나 감독한테는 부담감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죠.
◇ 박재홍> 그렇군요. 단장님도 선수로서 우승을 경험하셨죠?
◆ 차명석> 94년 도에 저희가 우승할 때 있었죠.
◇ 박재홍> 우승 멤버시고 단장으로서 또 우승하시고. 그때랑 지금이랑 비교하시면 어떠세요?
◆ 차명석> 완전히 다르죠.
◇ 박재홍> 뭐가 다르죠.
◆ 차명석> 그 당시 94년도 우승은 당연히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박재홍> 신바람.
◆ 차명석> 전력 자체가 너무 좋고 선발 투수 3명이 15승을 다 넘겼고 당대 최고의 마무리 김용수가 있었고 포수로서는 김동수가 있었고 신인 3인방. 최강의 불펜들. 이런 것들이 한곳에 다 조합됐기 때문에 그때는 '우승, 뭐 마음만 먹으면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29년이 지나서 제가 단장이 되고 우승을 하니까 '이렇게 우승이 어렵구나.' 그리고 한 팀이 한 번 나락에 빠지면.
◇ 박재홍> 나락에 빠지면.
◆ 차명석> 올라오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 박재홍> 나락에 빠지면.
◆ 김성회> 그 중간에 나락은 왜 빠졌던 거였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시면 잡히는 선이 있으십니까?
◆ 차명석> 사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저희가 10년간 암흑기라고 해서 포스트 시즌을 못 올라갔거든요. 단장이 돼서 그때를 생각해 보면 모든 게 급하다 보니까 좀 멀리 못 보고 계속해서 계획을 잡아놨던 걸 바꾸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장이나 단장이 1년, 2년 만에 계속 교체가 되니까 야구단의 어떤 지속성이나 연계성이 하나도 없이 그때그때 결정을 하다 보니까 지금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앞을 보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에서만 걷고 있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죠.
◇ 박재홍> 그렇군요. 사실 선수 출신이시기 때문에 사실은 선수가 이제 팀의 어떤 코칭스태프로 간다고 한다면 감독이 상징적으로 일반인들이 느끼기에는. 어느 순간 보니까 우리 대한민국 프로야구에도 선수 출신 단장님이.
◆ 차명석> 많아졌죠.
◇ 박재홍> 박노준 단장도 제 기억에 갑자기 기억이 나고.
◆ 차명석> 최초로 단장이 되신 분이죠.
◇ 박재홍> 단장님 처음 단장 제의 받으셨을 때 어떠셨습니까?
◆ 차명석> 처음에는 안 한다고 그랬거든요.
◇ 박재홍> 왜 안 한다고 그러셨어요.
◆ 차명석> 왜냐하면 제가 그때 나이가 오십이었는데 와이프가 늦둥이 임신 중이라 제가 거기를 가면 와이프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때는 방송이나 공부를 하겠다고 했는데, 저를 단장으로 생각하신 분이 'LG에서 녹을 먹었으면 책임감이 좀 있어야지 어떻게 와이프가 임신했다고 안 할 수가 있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와이프한테 승낙 받고 단장을 가게 됐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원래는 이제 왜 감독이 아니고 단장이냐 이런 질문 안 하셨어요?
◆ 차명석> 감독은 이미 그 당시 당대 최고 감독인 류중일 감독을 저희가 삼성에서 모셔왔기 때문에 당연히 감독 교체는 없었고요. 아마도 저한테 팀을 가장 많이 알고 있으니까 와서 정비를 하라는 뜻으로 단장 역할을 맡긴 것 같습니다.
◆ 김성회> 그런데 들어가셔서 가장 먼저 한 정비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 차명석> 2군부터 개조했죠. 왜냐하면 저는 좋은 선수들이 코치를 잘못 만나서 실패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러면 좋은 선수는 좋은 코치가 있어야 성장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 박재홍> 지도자.
◆ 차명석> 처음에 2군에 가서 코치를 8명 교체했습니다. 그러면서 슈퍼스타든 무명이든 그거 관계없이 저랑 같이 공부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코치들로 교체를 했죠. 그 코치님들 덕분에 저희가 지금 10개 구단 중에 2군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걸 발판으로 삼아서 우승까지 가게 됐죠.
◇ 박재홍> 그렇군요. 사실 슈퍼스타가 좋은 코치, 좋은 감독이 등치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차명석> 야구를 잘하는 것하고 야구를 잘하게끔 만드는 거랑은 다르다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요.
◆ 차명석> 그런데 보통 우리 생각이 야구를 잘했던 사람이 야구를 잘 가르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 박재홍> 우리 단장님도 코치 생활도 많이 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면.
◆ 차명석> 선수 생활하면서 저랑 같이 있는 코치들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너무나 좋은 선수인데 지도자를 잘못 만나서 그만두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언론이나 팬들은 누구 하나 키워내면 그 코치가 정말 좋은 코치라고 이렇게 띄워주지 않습니까? 사실은 그 좋은 코치가 되기까지 그 코치한테 정말 잘 못 배워서 그만둔 선수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주 단면적인 부분인데요. 그래서 제 생각은 이게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때 깨달았죠.
◆ 김성회> 단장님이 보시는 좋은 코치, 지도자의 덕목은 뭘 좀 꼽으실 수 있겠습니까?
◆ 차명석> 일단은 제가 감독님들이나, 제 사무실에도 '이청득심'이라는 글자를 써놓았는데.
◇ 박재홍> 이청득심?
◆ 차명석> 들음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득심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득심을 할 거냐. 그럼 들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코치는 지시만 합니다. 왜냐하면 밑에 학생들이나 제자들이나 선수들이 궁금해서 자꾸 지도자한테 물어봐야 되는데, 질문 자체를 못 하게 굉장히 강압적으로 하다 보니까 선수가 아무래도 육성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도자들한테 항상 얘기하는 게 득심을 하려면 이청을 해라. 많이 들어라.
◇ 박재홍> 마음을 얻으려면?
◆ 차명석> 그런데 저희가 기술 가르치는 건 두 번째고요. 선수의 마음을 얻게 되면 기술은 굉장히 쉽게 들어옵니다. 그래서 지도자들한테 그 부분을 많이 얘기했죠.
◇ 박재홍> 단장님도 되게 큰형님 같으세요.
◆ 차명석> 아닙니다. 저는 아직 부족해서 지도자들 같이 지금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주로 말을 많이 안 하시고 들어주시는 편입니까, 단장으로서?
◆ 차명석> 저는 방송 아니면 얘기 잘 안합니다. 평상시에 얘기 잘 안 합니다.
◇ 박재홍> 정말입니까? 선수들에게도?
◆ 차명석> 선수들한테 필요한 얘기만 하고요. 사석이나 이런 데에서는 주로 친구들, 선배, 후배 다 만나도 주로 듣는 쪽입니다.
◇ 박재홍> 그렇게 말씀, 방송 중에는, 해설위원하실 때는 잘하셨는데.
◆ 차명석> 돈 안 주면 말 잘 안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데 차명석 단장님이 해설위원 시절에 어록이 있어요. 보면 '저도 선수 시절에 10년에 하나 나오는 투수라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하더군요. 캐스터가 웃고는 너 같은 투수는 10분의 하나씩 나온다고 하면서 기분이 굉장히 나빴던 기억이 있다.'
◆ 차명석> 그 당시에 상대팀 타자가 언론에서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타자라는 극찬을 받았어요. 옆에 있는 제 코치님한테 '코치님, 저는 몇 년에 나올까요?' 그랬더니 '너는 지금도 나오고 있어. 10분에 한 명씩 나오지', 그 얘기를 한 거거든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리고 또 우리 차명석 단장님이 '이종범 선수가 196안타 쳐서 굉장히 잘 쳤습니다. 제가 옆에 있었는데 정말 잘 쳤어요. 어떻게 잘 치는지 아십니까 그랬더니 제가 정말 많이 맞았거든요.'
◆ 차명석> 많이 맞았죠. 이종범 코치. 당대 최고 선수 아닙니까? 이정후, 아들도 엄청난 계약을 만들어냈고. 그런데 제 대학교 1년 후배거든요, 이종범 코치가.
◇ 박재홍> 이종범 코치가?
◆ 차명석> 그때는 같은 팀에 있었으니까 상대를 안 했는데, 이종범 코치는 해태타이거즈로 가고 저는 LG트윈스에 있었으니까 계속 시합을 하면 유독 선배 볼을 그렇게 잘 쳐요.
◆ 김성회> 많이 봐서 그런 거 아닐까요?
◇ 박재홍> 많이 봐서.
◆ 차명석> 그래서 제가 아주 화를 내도 잘 치고 달래 봐도 잘 치고 그래서 아예 포기했습니다.
◇ 박재홍> 이번에 그럼 이정후 선수 얘기가 나왔으니까 잠깐 말씀 여쭤보면 계약을 딴 다음에 또 우리 단장님께서 이종범 코치에게 연락을 하셨습니까?
◆ 차명석> 사실은 이종범 코치가 한국 시리즈 끝나고 나서 본인이 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미국 가서 공부를 하겠다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제 얼마 전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내가 여태까지 다 이루었는데 감독만 못 해 봤다.'
◇ 박재홍> 이종범 코치가.
◆ 차명석> 그래서 '감독을 하기 위해서 한번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그 얘기 듣고 제가 '잘 생각한 것 같다. 아들도 이제 다 잘 됐으니까 본인을 위해서 한번 공부를 좀 해라.' 그래서 보내줬죠.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럼 이게 청취자 질문이 들어왔는데 단장님이 무슨 공부가 필요하냐. 무슨 공부를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 차명석> 공부는 단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필요한 거죠. 죽을 때까지 해야 되는 거니까. 그런데 시대 흐름에 맞춰서 공부를 안 하면 요즘 트렌드가 너무 많이 바뀌잖아요.
◇ 박재홍> 야구 트렌드?
◆ 차명석> 야구 트렌드도 그렇고.
◇ 박재홍> 리더십 트렌드.
◆ 차명석> 사회적인 트렌드도 많이 바뀌니까 거기에 따라서 공부를 해야 되고 야구 단장은 야구 공부만 하면 안 됩니다.
◇ 박재홍> 그런가가요? 무슨 공부하세요, 단장님?
◆ 차명석> 다 합니다.
◇ 박재홍> 다 하세요? 리더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 차명석> 제가 '한판승부'를 잘 보는 이유가 두 분이 말씀을 너무 잘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저분들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는지, 그런 것 때문에 보는 거거든요.
◇ 박재홍> 그렇습니까?
◆ 차명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런 것들을 어느 정도는 다 알아야 그게 크로스오버되면서 스포츠에도 적용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공부를 많이 해야죠.
◆ 김성회> 그 트렌드 말씀하셨는데 요즘 20대 선수들 보시면 이런 게 다르다 느끼시는 게 있습니까?
◇ 박재홍> 프로야구 선수들. 야구에도 MZ가 있다?
◆ 차명석> 예전에는 코치들이 가르치는 게 거의 전부 다였거든요. 요즘은 유튜브를 보고 많이 배워요.
◆ 김성회> 프로야구 선수들도?
◆ 차명석> 유튜브를 많이 봅니다. 왜냐하면 유튜브가 메이저리그 선수부터 일본 선수까지 다 그게 나오니까. 훈련 하는 게. 그러니까 방 안에서 그런 걸 보면서 훈련을 하는데, 그게 이제 일장일단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코치들은 그 선수에 대해서 많이 보고 있으니까 이 선수가 필요한 그런 기술들을 좀 눈여겨보고 있는데.
◇ 박재홍>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 차명석> 그런데 이제 선수들은 무조건 자기랑 관계없이 좋은 것만 보고 있거든요.
◇ 박재홍> 오타니의 훈련법.
◆ 차명석> 그런데 그게 자기랑 안 맞으면 사실상 아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 박재홍>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 차명석> 여기서 선수와 코치의 괴리가 많이 생기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또 선배로서 대선배로서 또 단장으로서 그런 선수들 보면 한마디 따끔하게 해 주고 싶은데. '너 유튜브 그만 보고 빨리 와서 옛날같이 타이어 끌고 좀 통나무 좀 패고 이래야 되지 않나?'
◆ 차명석> 최근에 프로야구 선수 중에 외동이 굉장히 많습니다.
◇ 박재홍> 외동?
◆ 차명석> 저출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 박재홍> 저출산 때문에…
◆ 차명석> 외동이 굉장히 많습니다.
◆ 진중권> 말 함부로 못 하겠어.
◆ 차명석> 외동이라는 것은 사실 엄마, 아빠의 모든 걸 사랑받고 태어나고 여태까지 왔잖아요. 그런 환경을 지내온 선수들이 갑자기 이런 프로 무대에 와서 강압적으로 하거나 지시를 하면 잘 못 받아들입니다.
◇ 박재홍> 야구 선수들도?
◆ 차명석> 그래서 이제 저희가 지도자들한테도 그런 환경을 말고 접근하는 법을 바꿔야 된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이제 공부를 하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대화하는 법도?
◆ 차명석> 그렇죠. 대화하는 법도 굉장히 중요하죠.
◇ 박재홍> 단장님, 어떻게 대화하라고 말씀하세요? 들어라? 듣는 거 다음에 그래도 한 번씩.
◆ 차명석> 포인트가 부족하니까 이런 정치 토크쇼를 보면서 이런 분들은 토론의 고수들인데 과연 어떻게 얘기할까. 그런 걸 보는 거죠.
◇ 박재홍> 심지어 구단 운영에 도움을 받고 있다?
◆ 진중권> 저희는 별로 안 들어요.
◇ 박재홍> 시사 프로그램 많이 보신다고 말씀 주셨고 청취자 질문 중에 책도 많이 읽으신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또 어떤 책을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단장님.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 차명석> 최근에 '유연함의 힘'이라는 책을 좀 봤는데요. 책은 제가 지도자 20년 전부터 목표를 세운 게 1년에 100권 읽자.
◇ 박재홍> 정말요?
◆ 차명석> 그래서 단장 되기 전까지는 그걸 지켰는데 단장이 되고 나서는 핑계겠지만 한 50권에서 60권 정도로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좀 더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 박재홍> 1년에 50권, 60권이면.
◆ 진중권> 일주일에 1권 읽어야 돼.
◇ 박재홍> 한 달에 5권이면 그것도 많이 읽으시는 건데요.
◆ 차명석> 그전에 제가 일주일에 두 권씩을 읽는 걸 15년 했다가 갑자기 한 절반 정도 주니까.
◇ 박재홍> 명품 해설이 다독에 있었네요. 유머감각도 그러면 다독에 있었던 거네요, 그렇죠?
◆ 차명석> 그게 힘이라고 얘기는 못 하겠지만 어찌 됐건 좀 부족해서 많이 읽었습니다.
◇ 박재홍> 차명석 단장님을 얼굴로는, 대면해서는 처음 뵙는데, 정말 내공이 있으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제 주위에 또 단장님 되게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데 단장님께 인생을 배우고 싶다. 이런 분이 있어요. 왜냐하면 이제 선수 시절에는 막 투수지만 막 그 팀을 생각하면 딱 생각나는 에이스 투수도 아니셨고.
◆ 차명석> 그렇죠. 주연이 아니었죠.
◇ 박재홍> 주연이 아니었고.
◆ 차명석> 거의 엑스트라에서 조연 사이었다고 저는 얘기합니다.
◇ 박재홍> 엑스트라와 조연 사이. 또 굉장히 겸손하게 말씀. 물론 이제 프로야구 선수, 투수였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죠, 사실은. 운동선수로서는 성공하신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한 팀에서 꾸준히 영향을 끼쳐오시다가 이제 단장으로 오시고 여기서는 끝내 우승을 이십 몇 년 만입니까? 29년 만에 오셨는데, 그 라이프 자체가 엄청난 스토리가 있다, 메시지가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이렇게 이끌어온 원동력이랄까요. 단장님, 어떻게 인생을 이끄는 힘이랄까 그거 뭐였습니까?
◆ 차명석> 선수 생활 그만두고 제가 어디 갈 데가 없어서 한 6개월 정도는 거의 백수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때 결혼도 했었는데. 그런데 우연치 않게 해설하면서 지금까지 왔는데 그때 제가 좀 절박함을 배운 것 같아요.
◇ 박재홍> 절박함.
◆ 차명석>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마음 편히 온 적이 없고 항상 절박하고 절실하게 살아오다 보니까 많이 도움이 된 것도 있고 사람들이 제가 가만히 있으면 무섭게 보인다고 하거든요. 그게 아마 그런 쪽에서 나타나지 않았나.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편히 살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박재홍> 절박함을 갖고 사셨던 거다. 그렇군요.
◆ 진중권> 해설위원 시절에 두산에 대해서 안티 해설을 했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 사실입니까?
◆ 차명석> 두산에 대한 안티 해설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LG 팬들은.
◇ 박재홍> 라이벌 구단이니까.
◆ 차명석> 두산 출신 해설위원이 얘기하면 편파라고 얘기하고 둔산 팬분들은 LG 출신이 해설하면 눈여겨 보는데, 그때 제가 좀 뭐에 하나 꽂히는 바람에 오재일 선수가 4연타석 홈런을 친 적이 있거든요, 포스트 시즌에. 보통 그러면 타자가 잘한 것을 계속 얘기해 줘야 되는데 제가 그 투수에 대해서만 얘기했거든요.
◆ 진중권> 투수가 못했다고. 투수에 대해서만 얘기하니까.
◇ 박재홍> 볼배합, 볼배합이 잘못된다.
◆ 차명석> 그러니까 두산 팬들이 편파 아니냐.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아서 제가 또 정중히 사과하고 그다음서부터는 좀 굉장히 조심스럽게 해설을 했습니다.
◆ 진중권> 거기도 무섭네.
◇ 박재홍> 야구 팬들은.
◆ 차명석> 여기도 한 번 잘못하면 훅 갑니다.
◇ 박재홍> 정치 세계보다 더 강렬한 그런 팬덤이 있답니다. LG 이제 우승을 차지했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단장님께서 어떤 부분을 또 중점적으로 바라보시고.
◆ 차명석> 저희는 올해 우승을 했고 내년에도 올해만큼 성적을 좀 내야 된다는 부담감도 사실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담감은 당연히 단장이나 감독은 느낄 수밖에 없죠. 그런데 지금은 우승한 팀으로서 내년에는 팬들을 좀 더 야구장으로 모시기 위해서 더 재미있는 승부를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고요. 성적도 거기에 맞춰서 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래도 이게 또 1등을 했기 때문에 이제 샴페인을 터뜨린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럼 선수들도 마음을 다잡으셔야 되고 그런 부분에서 어떤 말씀을 선수들에게 겨울 잘 보내라 이런 말씀.
◆ 차명석> 제가 우승하고 나서 이제 그 얘기를 했습니다. 첫 번째 우승은 전력으로 우승하는 거고 두 번째 우승은 철학으로 해야 된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왜냐하면 한 번 우승할 때는 감독이나 선수단 구성이 좋아서 힘으로 우승할 수 있지만 이 두 번째부터는 약간 느슨함들이 보여지거든요. 이걸 잡을 수 있는 건 구단의 철학밖에 없다는 거죠. 구단의 철학은 역시 지속적인 강팀이 돼야 되고 상대 팀 선수가 우리 팀에 오고 싶어해야 되고.
◇ 박재홍> LG에서 뛰고 싶다?
◆ 차명석> 그리고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된다 이런 것들을 계속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죠.
◇ 박재홍> 그렇군요. 청취자 질문이 나왔는데 감독의 역할과 단장의 역할은 무엇이냐. 그게 어떻게 구분을 경확하게 짓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단장이 어느 선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 차명석> 감독은 쉽게 얘기하면 전쟁터에 나가는 사령관이고요, 싸우는. 단장은 보급대장이죠. 뒤에서 보급해 주는 사람. 그렇게 봐야 되는데 일단 구성은 승부를 보는 사람은 감독이지 않습니까? 야구장 현장의 인사권자니까. 그런데 단장이 거기에 대해서 과도하게 들어가게 되면 이게 분열밖에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단장은 실질적으로 감독이 현장에서 잘할 수 있게끔 서포팅을 잘해 줘야 되고 그다음에 구단이 어떤 식으로 가는지에 대해서 잘 설명해서 같이 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 박재홍> 선수 출신이시기 때문에 감독 입장으로 빙의가 되셔서 얼마나 이 상황에서 이 작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드실 것 같도 이 선수를 넣어야 될 것도 같으신데.
◆ 차명석> 너무 잘 보이죠.
◇ 박재홍> 너무 잘 보이고.
◆ 진중권> 그런데 그러다가 내가 생각하는 것하고 다르게 감독님이 하실 때, 그럴 때는 갈등 같은 거 없나요?
◆ 차명석> 그게 이제 단장의 스킬인데 '저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걱정하지 마시고 생각대로 하십시오.' 이게 저희가 144경기를 하거든요.
◇ 박재홍> 시즌에.
◆ 차명석> 매일 하니까 한 번 졌다고 해서 거기에서 일희일비 하면 안 됩니다. 저희가 항상 얘기하면 전투에 져도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배워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감독한테도 그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됩니다.
◆ 김성회> 야구팬들이 힘들어요. 한 번 이기면 한 번 지거든요. 144경기를 다 이기는 팀이라는 건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게 볼 때마다 화가 나는 스포츠가 아닌가.
◇ 박재홍> 그런데 또 야구 경기가 꼴찌여도 승률이 한 40%입니다. 그러면 10번 중에 4번은 이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또 이게 괜찮은 스포츠예요. 꼴찌인 팀도 즐길 만한 스포츠이기도 한 거죠.
◆ 차명석> 이게 그런 게 있습니다. 야구는 30번은 무조건 이기고요. 30번은 무조건 집니다. 나머지 싸움 갖고 사실 제로섬 경기처럼 돼 있는데 앞에 계신 진중권 교수님이 팀을 맡아도 30승은 합니다.
◆ 진중권> 저 30승 감독이야.
◆ 차명석> 여기 세 분이 맡아도, 그냥 가만히만 앉아 있어도 무조건 3할은 합니다.
◆ 김성회> 그 30번 지는 경기 때마다 LG 해체를 외치는 제 친구 청취자가 있는데, 지금 긴급 질문이 들어왔는데 이런 겁니다. 유광잠바를 입고 한여름에 잠실구장에 유광잠바를 입고 온 팬들하고 식사를 아직도 하실 의향이 있는지 이걸 여쭤달라고.
◆ 차명석> 이미 했고요. 그래서 그분들 너무 감사하다고 했고 그분들 이후에 한여름에 유광잠바 입고 오신 분들이 없어요.
◆ 김성회> 입고 가면 만날 수 있겠네요?
◆ 차명석> 저는 그분들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그 더운 날 유광잠바 입고 응원한 걸 봐서 '저분들 한번 식사 대접하고 싶다' 그랬는데 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식사 대접을 했거든요. 실제로 또 오시면 저는 얼마든지 식사를 대접할 의향이 있습니다.
◇ 박재홍> 팬과 함께하는 단장님. 훌륭하십니다. 저는 또 야구를 보면서 오타니 선수를 보면서 한일전이라든지 최근에 큰 국제 경기를 볼 때 옛날에는 우리나라에 대투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약간 대투수의 계보가 끊긴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단장님도 투수 출신이시니까 그 이유는 뭐에 있다고 보십니까?
◆ 차명석> 일단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적어졌습니다.
◇ 박재홍> 선수 저변이 좁아졌다?
◆ 차명석> 앞서 말씀드렸지만 출산률이 안 좋다 보니까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적어졌어요. 적어진 상태에서 투수를 만들려고 하니까 또 포지션이 투수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더욱더 어려운 거죠. 오타니 선수가 정말 훌륭한 선수인 것은 맞는데 일본의 고등학교 야구팀은 한 4000개가 넘거든요. 저희는 한 100개밖에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 시작하는 그 지점부터 많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지도자들이 어떻게 육성을 하고 어떤 식으로 해서 지금 이정후 선수라든지 류현진 선수라든지. 이런 선수들을 저희가 만들어내야 되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말씀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10초.
◆ 차명석> 세계 최강 LG트윈스 팬 여러분, 여러분들이 보여줬던 사랑은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또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내년에도 팬 분들이 정말 잠실야구장 와서 행복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단장인 제가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박재홍> 무적 LG 차명석 단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차명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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