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러는 밀월 중”…노동자도 가나?
[앵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군사 분야에만 집중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이 북한에 와서 관광 분야 등에서 협력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죠.
여기에 더해 북한 노동자들을 연해주 지역으로 파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연해주 지역은 건설 산업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합니다.
청년층이 모스크바 등 대도시로 빠져나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대거 투입되면서 산업 인력에 공백이 생겼다는 거죠.
외화가 필요한 북한으로서는 노동력 파견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겠죠.
서로의 이해가 딱 맞아 떨어지는데,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이나 고용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인 건데요.
북한과 러시아가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평양국제비행장에 비행기 한 대가 들어섭니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해주정부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지난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하산역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했던 인물로, 당시에도 방북 의사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올레그 코제먀코/연해주 주지사 :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해제되는 대로 연해주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등 방문 교류를 재개할 예정입니다."]
3개월 만에 성사된 방북. 대표단은 방북 일정 대부분을 경제협력 논의에 집중했는데요.
방북 이튿날엔 우리의 장관급인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과 만나 회담을 가졌고, 김덕훈 내각 총리와도 만나 대담했습니다.
["담화는 동지적이며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그 밖에도 북한의 제조 산업 현장과 외국어 교육기관, 관광시설도 방문했습니다.
["대표단은 또한 대동강 과일종합 가공공장, 평양외국어대학 로어(러시아어)센터 등을 참관하고 마식령 스키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광, 무역, 문화, 스포츠 교류 강화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고,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관광입니다.
[김영식/강릉원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마식령 스키장 뿐만 아니라 러시아 사람들은 북한에 있는 백두산을 비롯해 개성이라든가 평양이라든가 시내 관광도 상당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관광에 대한 양국 간의 협력(이 있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연해주 지역은 붙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빌미로 북한이 또다시 노동자를 러시아로 파견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시아 청년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거 동원되면서 북한 노동력이 절실한 건 러시아 쪽입니다.
[김영식/강릉원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지금 러시아의 입장에선 노동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건설이라든가 농업 분야라든가 산업 쪽에도 상당히 노동 인력이 부족하거든요. 북한의 노동력을 십분 활용해서 러시아 경제, 극동 지역의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이고요."]
북한 역시 외화벌이가 간절한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인데요.
[김영식/강릉원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러시아 평균 월 인건비 보면 약 8백 달러, 9백 달러, 천 달러 이 정도 되거든요. 그럼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에서 월 2~3백 달러만 받아도 인건비를 상당히 많이 받는 거예요."]
북한에서 노동자 해외 송출은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외화를 벌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중 러시아는 북한의 주요 노동자 송출 지역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KBS 취재팀의 카메라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밤에 안 주무세요?)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이고. 바뀌었습니다. (기차 오래 타고 오셔서?) 응. 한 주일 왔어요. (일주일? 어디서 타셨어요?) 모스크바에서."]
당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러시아와 북한을 오간 열차도 1년 사이 두 배 가량 는 것이 확인 됐습니다.
2년 뒤인 2016년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발견됐습니다.
["(중국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아니요. 우린 북한 사람들입니다."]
좁디좁은 컨테이너 숙소 한 곳에 무려 여섯 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건설사 측은 각종 안전사고와 부패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자 북한 노동자들을 돌파구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노동자 고용 고려인 사업가/2016년 : "왜 북한 사람들 쓰는가? 일 많이 해요 그 사람들. 그다음 빨리 끝내줘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가르쳐줘도 빨리 못 따라가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가르쳐 주면 빨리 따라와요. 북한 사람들은 미장을 어떻게 어떻게 한다 이렇게 알려주기만 하면 재깍재깍 거기에 맞춰서 해요."]
북한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세인 러시아 제조업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습니다.
피복, 시멘트, 수산물 가공 등이 대표적입니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일을 제대로 하고, 돈 많이 받지 않고, 조용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 자기들끼리 마피아 분위기 전혀 없고 그래서 우즈베키스탄 사람보다 타지키스탄 사람보다 북한 노동자들은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하면서 노동자 해외 송출에 제동이 걸렸는데요.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2397호를 결의해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내 모두 송환하도록 규정한 겁니다.
2019년 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제재 이행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수가 3만 명 수준에서 만여 명 정도로 급감했습니다.
북한으로서도 큰 손실이었지만 오히려 러시아, 특히 극동지역의 불만이 컸다고 합니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2019년에 북한 노동자들이 다 고향으로 추방됐잖아요. 그때 러시아에서 어느 지역보다 극동 지역에서 불만을 표현한 간부들이 제일 많았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돈도 많이 받지 않고 일도 제대로 하고 술도 마시지 않고 불법 행위도 하지 않는 모범적인 이민 노동자였는데 그 사람들이 갑자기 극동 지역에서 떠나서 주민들도 간부들도 큰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러 양국이 최근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이어서, 북한 노동자 파견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푸틴 정권은 이미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잖아요. 이것은 모든 규칙, 모든 것의 위반이고 이런 큰 범죄를 일으켜서 작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학생 비자를 가지고 근로해도 무시하십시오. 그런 지시를 내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북한 농민들에게 농업용지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도 나진-하산 철도 운송 확대를 제안하는 등 북러간 밀월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간과해선 안 될 점은 두 나라간 협력이 첨단 무기, 기술 거래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무엇에 비교할 수 있냐면 요리가 있고 반찬이 있잖아요. 요리는 무기 군사 협력이고 추가로 주는 것이 관광일 수 있죠. (연해주) 주지사도 (북한을) 방문했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진짜 갈지 안 갈지는 의심이 되거든요. 하지만 (협력) 의도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잖아요. 외교 기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죠."]
[김영식/강릉원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우리가 이해할 게 뭐냐면 군사 관계를 위해선 군사 관계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요. 문화적인 관계, 교육 관계 이런 것들을 조금씩 키워 가면서 정치적인 문제, 외교적인 문제, 군사적인 문제 이런 것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이에요. 지금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이제는 밀월 관계가 아니라 대놓고 양국의 협력을 끌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이는 거고요."]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하면서까지 끈끈함을 과시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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