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운수 오진 날' 유연석 "사이코 역할에 악몽 꾸기도 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가위에 눌려본 건 처음이었어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연석은 "'운수 오진 날' 촬영이 끝나고 악몽을 꿨다"고 털어놨다. 감정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연쇄살인마, 아무리 몰입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배역이었던 만큼 더 집요하게 캐릭터 사이를 파고들어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혁수, 유연석이 또 한 번 역대급 빌런을 만들어냈다.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연출 필감성)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2021년 영화 '인질'로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준 필감성 감독의 첫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드라마로, 올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밤 촬영이 많아서 밤낮이 바뀐 것 빼곤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일말의 죄책감 없이 살인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니까 연기하면서도 섬뜩하긴 했죠. 원래 꿈을 잘 안 꾸는데 촬영이 끝나고 안 좋은 꿈을 꾸거나 처음으로 가위에 눌리기도 했어요."
유연석은 살인을 덮기 위해 밀항을 결심한 연쇄 살인마를 연기했다. 오택의 택시를 멈춰 세운 그는 거금을 건네며 묵포항까지 장거리 운행을 요청한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동행, 자신의 이름을 '금혁수'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과거 사고를 겪은 이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놓는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소름을 유발한다. 오택은 평범해 보이는 혁수에게서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웹툰에서 본 혁수의 첫인상은 천진한 살인마였어요. 밝은 목소리로 무용담을 늘어놓다가 삐지고 또 즐거워하잖아요. 감정도, 통증도 못 느끼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그냥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학교에서 놀던 얘기를 집에 와서 가족들한테 신나게 하는 느낌에 가까웠죠. 실제 사이코패스들의 사례를 담은 영상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본인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데 죄책감이나 후회 없이 오히려 눈이 빛나요. 그런 섬뜩한 눈빛을 가져와 보려고 했어요."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운수 오진 날'은 파트1, 2로 나뉘어 공개됐다. 파트1이 택시 안에서 서서히 긴장 수위를 높여가는 금혁수와 오택의 대립을 담았다면, 파트2에서는 금혁수의 숨겨진 서사와 반전 전개가 이어진다. 유연석은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인 교류가 없고 고통마저 느끼지 못하는 악인의 얼굴을 탄탄한 연기로 담았다. 특히 파트2에서는 촉망받는 CEO 이병민으로 신분을 세탁한 살인마의 이중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 긴장감을 더했다.
"웹툰 속 혁수의 기괴한 얼굴을 그대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뽀글거리는 머리는 그대로 가져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고요, 얼굴엔 주근깨를 많이 넣기도 했죠. 반대로 파트2의 이병민은 멀쩡히 사회 일원이 된 모습이어야 했어요. 혁수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존재 같았다면 병민은 누군가의 평범한 직장동료처럼 보이도록 제 안의 댄디한 이미지를 최대한 끌어왔죠. 전체적으로 무서운 표정을 짓기보다 모든 일을 해맑게 즐기는 아이처럼 그리는 게 포인트였죠."
특히 유연석과 이성민과 폭발적인 시너지는 '운수 오진 날'을 이끈 힘이다. 택시기사와 손님으로 만난 두 사람은 택시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오로지 대사와 눈빛만으로 숨 막히는 스릴을 만들어냈다.
"4회 분량의 대본이 나왔을 때 펜션 하나를 빌려서 이성민 선배님, 감독님과 서로 연기 톤을 맞춰봤어요. 그때 리딩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미세한 표현들까지 콘티에 넣어 설계하면서 초반부를 찍었어요. 왜냐면 초반엔 택시 장면이 대부분이에요. 부드럽고 친절한 이미지로 시작했던 혁수가 어느 순간 본색을 드러내는 과정을 잘 그리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이성민 선배님은 정말 본받고 싶은 분이죠. 밤샘 촬영이 많았는데도 저를 이끌고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셨어요. 이렇게 섬뜩한 혁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다 선배님 덕이에요."
최근 tvN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정원 등 부드럽고 다정한 매력의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유연석표 악역은 역사가 깊다. MBC '혼'을 시작으로 '늑대소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까지 꽤 많은 작품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인물을 연기했다. '운수 오진 날'로 또 한 번 새로운 빌런을 보여준 올해는 유연석의 데뷔 20주년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 재개봉한 데뷔작 '올드보이'의 상영회에 참석했다는 그는 "감회가 새로웠다"고 밝혔다.
"'올드보이'는 첫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게 나중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최근에 미국에서 2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했는데요, 상영회에 박찬욱 감독님부터 최민식, 유지태 선배님, 아역배우들이 다 같이 모이기도 했어요. 그때 그분들이 아직도 영화계 전설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내가 그때 정말 대단한 분들과 함께했구나' 새삼 느꼈고, 시작부터 큰 힘을 받았다는 점에 감사했죠. 박찬욱 감독님, 최민식 선배님이 40대에 '올드보이'를 만드셨는데, 제가 이제 그 나이가 됐거든요. '지금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상상도 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저도 기대돼요. 지금껏 해왔던 대로 부지런히 연기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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