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 ICBM 전력화 과시…한미일 정보 공유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8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에서 만났습니다.
북한 ICBM 발사 당일이기도 한 이날, 왕이 외교부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정세 악화의 원인이라며 대놓고 북한 편을 들었습니다.
북한 ICBM 도발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또다시 북한을 옹호했고, 안보리는 결국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북중러와 한미일이라는 두 축의 연대 경쟁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쏠쏠한 재미를 챙기고 있는 북한.
이 구도를 십분 활용하며 도발 수위를 더 높이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 강화가 우리에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네, 그럼 12월 넷째 주 <남북의 창> 문을 열겠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한미 동맹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했습니다.
특히, 이번 발사를 기존 ‘시험발사’라는 표현 대신에 ‘발사훈련’이라고 부르며 실전 배치에 다가갔음을 주장했는데요.
이 같은 북한에 대해 한미일 3국의 경고 수위도 연일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 나라는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시작했고, 제주 인근 상공에선 합동 공중훈련도 실시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긴 터널을 빠져나온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이 논밭으로 둘러싸인 시골길을 내달립니다.
["발사 승인되었다. 발사할 것. 둘 하나, 발사."]
발사관 밖으로 튕겨 나온 화성-18형, 화염과 함께 수직으로 솟구칩니다.
지난 4월과 7월처럼 미사일을 공중에 띄워 점화하는, ‘콜드 런치’ 방식으로 발사됐습니다.
북한은 화성-18형이 최대 고도 6,518km까지 상승해 약 천 킬로미터 이상을 73분 넘게 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러 90도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한 건데, 이 미사일을 30~40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딸 주애를 데리고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발사가 미국에 대한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선중앙TV/12월 19일 : "워싱턴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에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로 됐다고 하시면서..."]
북한은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10시간 만에 재차 무력도발을 감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5일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와, 최근 부산에 입항한 미 핵추진잠수함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쏠 수 있는 실전 배치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번 ICBM 발사를 기존 시험발사라는 표현 대신‘훈련’으로 지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단거리 탄도미사일 같은 경우엔 분명히 실전 배치가 돼 있을 거라고 생각되고요. 다만 고체 ICBM의 경우엔 재진입체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선 정상 각도 발사를 한번 해봐야 됩니다. 재진입체 같은 경우는 소련도 완성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북한이 ICBM을 발사한 다음 날, 군 당국은 북한 지휘부 제거를 연상케 하는 한미 특수전부대의 훈련 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튿날 한미일은 제주 동쪽 한일 방공식별 구역에서 합동 공중훈련도 실시했습니다.
무장량이 다른 전략폭격기의 두 배가 넘어‘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도 훈련에 합세했습니다.
[12월 19일/국무회의 :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이러한 도발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한미일 세 나라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도 지난 19일부터 전격 가동됐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 전파는 직진하는데 지구는 곡면체라서 일정 거리 이상으로 멀어지면 감시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우리 군은 초기 발사 정보 파악에, 일본은 발사 이후 단계 탐지에 강점이 있는 등 한미일 세 나라의 탐지 각도와 감시 사각지대도 각각 다릅니다.
기존 한미 간, 미일 간에 따로 공유하던 정보를 3국이 한번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발사 지점과 비행 궤적, 탄착 지점 등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사실 핵미사일이 날아온다고 그럴 때 방어를 하는 것은 아주 긴박한 상황이잖아요? 아주 짧은 시간에 결정해야 돼서 많은 스트레스가 쌓일 수가 있어요. 그래서 (미사일 발사) 큐 사인을 미리 줌으로써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거죠."]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핵 공격을 받으면 주저 없이 핵으로 보복하겠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고체연료 ICBM 도발은 이달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신형전술유도탄 등을 선보이며 남한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한 북한은 올해 신형 호위함과 전술핵 잠수함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일본과 괌 타격 능력까지 시사했는데요.
여기에 연말을 앞두고 미 본토 타격 능력까지 보여주며 핵무력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과 비호 속에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는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월 중순, 미 백악관이 북한 나진항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재점화된 북러 간 무기거래 의혹.
당시 백악관은 컨테이너 천여 개가, 우리 군 당국은 2천여 개 이상이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신원식/국방부 장관/11월 19일/KBS 일요진단 라이브 : "(지난 9월) 김정은이 방러하면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대개 3천 개 정도 컨테이너가 러시아로 간 것으로 파악을 했고요. 총탄, 포탄, 그 다음에 각종 대공미사일, 대전차미사일, 탄도미사일까지..."]
그런데 북러가 최근까지도 군수품 이전을 지속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또 포착됐습니다.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북한 나진항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항구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적게는 약 500개에서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매일 지속적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미국의소리(VOA)도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총 22척의 대형 선박이 나진항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사실 북한의 컨테이너 안에 있는 정확한 내용물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주되게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것이 포탄이기 때문에 포탄을 기본적로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고 있고요. 최근에 영국의 RUSI라고 하는 연구소에서는 북한이 포탄만이 아니라 탄도미사일도 제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각종 총포탄이 아닌, 포탄 생산용 조립식 공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방사포와 곡사포 등 포탄을 생산하는 군수공장 10여 개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함경북도 간부의 전언을 보도했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90년대 중후반에 중국의 핵 개발을 러시아가 지원했던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 원자로 관련된 설비라든지 여러 가지를 러시아가 중국에 지어줬다가 다시 뜯어간 사례가 있거든요. 그래서 설비들을 주고받는다고 하는 것이 러시아와 다른 나라의 협력에 있어선 그동안에도 보여줬던 관행이라고 할 수가 있고요."]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7월에 러시아 국방상 쇼이구가 직접 북한을 방문을 해서 김정은에게 감사를 표했거든요. 이때도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가 기자들 질문에 명백히 답을 했습니다. 쇼이구 방북 사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감사함을 전달하기 위해서 그래서 방북하게 됐다고 명백히 관련 내용을 밝혔고요."]
한 달 전에는 러시아의 인터넷 매체가, 북한에서 약 11개의 조립식 군수공장이 지원됐다며 이를 통해 다연장로켓과 곡사포 등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북한 소식통의 전언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대다수 군수시설을 한순간에 잃은 북한은 분해와 결합이 용이한 조립식 군수공장을 예비용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여분의 조립식 군수 공장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북한이 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펼치고 있는 전선 길이가 대략 한 2천km 정도가 됩니다. 대충 잡아도 월간에 백만 발 정도의 포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러시아가 판단하기에는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거든요. 장기화되는 상태에서 안정적인 포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로 공장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판단을 했고요."]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산 포탄과 탄약의 품질이 낮아 러시아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북한산 포탄으로 인해 러시아의 자주포가 파괴됐다는 사진이 공개되는가 하면, 러시이군이 쓰는 북한산 포탄을 해체해 봤더니 부품이 상당수 빠져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좀 더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김민규/우석대 국방학과 교수 :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군사 전문가들이 최초로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발표했을 당시에 그것이 북한 포탄인지 러시아 포탄인지 모른다고 명백히 함께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은 다 사라지고 이후에 갑자기 북한 포탄이라고 포커스가 맞춰져서 자꾸 보도가 되고 있고요. 실질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이미 러시아 내부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됐고 뉴스도 나왔을 겁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단독] “교사가 성추행” 피해 학생 신고 더 늘어…2차 가해 정황까지
- 달리는 차에 날아든 H빔·눈덩이…대형사고 위험
- ‘치워도 치워도’ 제주공항 마비…탑승객 ‘발 동동’
- JMS 정명석 징역 23년…“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 [단독] 1등 점수 주면 ‘인사비 지급’…뇌물은 지분 따라 짬짜미 배분
- 술 대신 운동, 10시 전 끝낸다…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송년회 변화
- 수술 중 환자 머리 때린 중국의사…영상 확산에 뒤늦게 제재
- 체코 명문대 ‘무차별 총격’ 피해 속출…“최악 총격 사건”
- 서울 ‘내집 마련’ 월급 15년 꼬박 모아야…“내년 집값 1.5% 하락”
- ‘생활체육 적극 참여 노인’…의료비 절감 효과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