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년시대' 임시완 "'병맛' 코미디 매력에 푹…웃길 수 있어 좋았죠"

조은애 기자 2023. 12. 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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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시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쿠팡플레이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연출 이명우)가 4주 연속 인기작 1위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월24일 첫 공개된 이 작품은 쿠팡플레이 내 15만 건에 달하는 리뷰를 비롯해 4.5점의 높은 평점, 첫 주 대비 전체 시청량 1938% 수직 상승 등 연일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임시완은 "처음 제목은 '와호장룡'이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병맛'의 기운이 매력적이었고 대본은 초고인데도 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대본을 찾아가는 건 배우로서의 사명이다. 웃길 수 있어 뿌듯했다"며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지질이' 병태(임시완)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980년대 충청도, 전설의 싸움 '짱'으로 오해받게 된 고등학생의 고군분투가 유쾌한 청춘 활극으로 펼쳐진다. 임시완에겐 데뷔 후 첫 코미디물이다.

"부담이 컸어요. 원래 제가 웃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코미디 장르에 접근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죠. 고등학생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제 연령대에 맞춰서 배우들을 섭외해 주셨어요. 그 무리에 있으니까 안도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고등학생인데 세월을 직격타로 맞은 노안 친구들이 가끔 있잖아요. 이질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임시완이 연기한 병태는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지질이'다. 불법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다 걸린 아버지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옆 동네 부여로 전학을 가게 된 그는 또 맞고 다닐 생각에 막막해한다. 하지만 그 무렵 부여농고에는 17대 1 싸움으로 일대 학교를 평정한 인물이 전학을 온다는 소문이 돈다. 때마침 전학 온 병태는 전설의 싸움 속 주인공이라는 오해 속에서 전교생의 선망을 한몸에 받게 된다.

"'짱'이란 게 남자들의 로망이긴 하지만 저는 부담스러웠어요. 지질이였을 땐 아주 편한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면 '짱'일 땐 몸보다 작은 슈트를 억지로 입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다시 지질이가 됐을 때 오히려 해방감이 있었어요. 실제 액션과는 별개로 리더의 무드는 정서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느 분야든 수장은 물리적으로 우세한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우두머리 기질이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병맛'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혼자 멋있는 척 하는 게 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서 '짱'이 된 병태를 연기할수록 '내 DNA에는 지질함이 흐르고 있구나' 부정할 수 없었어요.(웃음)"

교내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는 병태는 얼핏 유약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강단이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영민하고 은근히 리더십도 있어 위기에서 벗어나곤 한다. 임시완은 "정서적으로 맞닿아있는 캐릭터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지질함을 연기하면서 여러 요소를 생각해 봤는데요, 첫 번째 법칙은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표현하는 거예요. '난 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꽂히면 그때부터 지질해지기 시작하죠. 두 번째 법칙은 뭔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그냥 '먹고 싶다'고 하면 되는데 '지금 날씨가 추운데 이걸 먹으면 이열치열 느낌으로 먹으면 참 맛있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요.(웃음) 저도 뭐든 장황하게 설명하는 편이라 금방 이입할 수 있었어요."

1980년대 충청도가 이야기의 배경인 만큼 임시완은 약 3개월 동안 개인 교습을 받으면서 사투리를 익혔다. 실제 부산 출신인 그는 충청도 감성에 완벽하게 녹아들기 위해 작품의 배경인 충남 부여로 1박2일 어학 연수까지 다녀왔다.

"사투리를 배운 지 한 달 반쯤 됐을 때 자신감이 붙어서 실전에서 써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충청도로 가서 무작정 동네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밥 먹으려고 식당에 갔는데 마침 토박이로 보이는 사장님 부부가 계시더라고요. 치킨집인데 괜히 '여기 뭐가 맛있어유?' 하면서 이것저것 길게 여쭤봤어요. 사투리로 대화가 되니까 신기하더라고요. 뿌듯하게 다 먹고 '계산할게유' 했더니 사장님이 '서울 사람이에유?' 하시더라고요.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온 기억이 나요.(웃음) 제가 아무리 열심히 배웠어도 토박이가 아니라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충청도식 은유나 정서를 최대한 대사에 활용하려고 했죠."

임시완은 매일 얻어맞으면서도 할 말은 하는 병태를 유쾌하면서도 귀엽게 그렸다. 온 얼굴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서럽게 울다가도 짝사랑하는 선화(강혜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박남정의 '기역니은'(ㄱㄴ) 춤을 맛깔나게 선보이는 그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춤은 댄서 효진초이 님이 도와주셨어요. 대본을 보니 이건 독학할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추는 게 아니라 춤 안에 지질함이 있어야 했거든요. 박남정 선배님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고 기본적으로 화려한 발재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특히 병태가 쓸데없이 아이솔레이션을 잘하는데 그 모습이 '킹' 받길 원했어요."

'변호인' 이후 tvN '미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1947 보스톤' 등 이제껏 주로 진중한 캐릭터로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보여줬던 임시완에게 '소년시대'는 확실히 신선한 선택이었다. 마구 구긴 얼굴부터 과장된 목소리 톤, 몸짓까지 과감하게 무게를 덜어낸 코미디 연기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한 뼘 더 확장한 셈이다. 임시완은 "여러모로 부족한 병태는 실제 내 모습과 굉장히 가깝다. 그런 병태를 응원해 준 분들 덕분에 내 삶도 응원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로서 이미지 고착화를 무의식적으로 견제하곤 해요. 웬만하면 좀 다른 결의 작품을 찾는 거죠. 제 안에 이것저것 다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어떤 집단에서 제 목소리를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늘 조용하고 색깔로 따지자면 무채색 계열에 가까웠어요. 지금도 진지한 사람을 만나면 진지해지고 까부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까불거리는 저를 발견하곤 해요. 제 색깔이 확고하지 않아서 매번 다른 캐릭터에 접근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인물에 도전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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