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박싱]에이티즈 '미친 폼' MV 속 붉은 보름달의 의미
지난해 여름 첫 장을 연 '더 월드'(THE WORLD) 시리즈가, 두 번째 정규앨범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 윌'(THE WORLD EP.FIN : WILL)로 막을 내렸다. '무브먼트'(MOVEMENT)와 '아웃로우'(OUTLAW)를 거쳐 '윌'에 이르는 '더 월드'는 궁극적으로 '자유'를 이야기하고자 한 앨범이었다고.
CBS노컷뉴스는 정규앨범으로는 4년 2개월 만에 나온 에이티즈의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 윌'을 조금 더 세밀하게 뜯어보았다. 지난 21일 이루어진 이번 서면 인터뷰는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의 각 담당자가 답변했다. 답변 주체는 'KQ 측'으로 통일했다.
'더 월드' 시리즈로 에이티즈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건, '자유'였다. KQ 측은 "'더 월드' 시리즈는 인간이 스스로 발전시켜 온 과학기술에 의해 억압과 통제를 당하는 비극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자유'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라며 "'에피소드 1 : 무브먼트'에서는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형태의 '자유'를 이야기했고, '에피소드 2 : 아웃로우'에서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형태의 '자유'를 풀어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리즈 마지막인 이번 앨범에서는 이러한 '자유'의 궁극적인 의미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 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는 '의지'에 달려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혁명'의 성공담은 아닐 수 있겠다. 다만 억압에서 풀려나지 '않을' 자유 또한 스스로 선택하는 스토리를 통해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획했다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세계관은 타이틀곡 '미친 폼'(Crazy Form) 뮤직비디오에 고스란히 담겼다. KQ 측은 "멤버별로 콘셉트를 부여해 시네마틱한 설정과 위트 있는 연출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만들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우선, 윤호와 우영이 SF 유닛을 맡았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역할은 에이티즈의 또 다른 항해를 위한 '커다란 배' 홀로그램을 만드는 엔지니어였다. KQ 측은 "더 멋진 배를 만들기 위해 서로 열띤 토론을 벌이며, 마침내 에이티즈만의 배를 완성해 내는 모습을 그려냈다"라고 전했다.
뮤지션 유닛인 성화와 산은 "노래와 춤이 금지당한 세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 앞에서 자유를 노래하는" 역할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순식간에 댄스 파티장으로 만드는 '위트 있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KQ 측이 꼽은 포인트는 "이내 제지를 당해 끌려가면서도 오히려 이 상황마저 즐기는 듯한 둘의 모습"이었다.
민기와 종호는 누아르 유닛으로, '정의로운 악당'을 연기했다. KQ 측은 "고위 간부들의 프라이빗(사적인) 공간인 '라운지'에 침입해, 경직되고 권위적인 이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사회적 규범이나 통념과 상관없이 본인들만의 룰(규칙)을 만들어 자신들의 사회를 개척하는 모습이 '미친 폼'을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홍중과 여상은 스트리트 유닛으로서 "무서울 것 없이 자유롭고 거친 스트리트 갱스터 캐릭터"를 연기했다. 포위되고 제지당하는 상태에서도 마치 관객이 있는 무대처럼 즐기는 듯한 홍중은 유쾌한 혁명을 이끄는 캡틴의 모습을 나타낸다. 여상은 예술을 활용해 거리를 누비는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정체성, 예측 불가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이었다.
뮤직비디오에서 비중 있게 나온 장소인 '라운지'도 의미가 있다. KQ 측은 "에이티즈 세계관에서 라운지는 금지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고위 간부층의 프라이빗한 공간이며, '감정'을 갖고 있는 그들의 부정부패한 상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예술·음악·춤이 금지되고 감정이 통제된 사회를 배경으로 하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시작부터 규모감 있고 웅장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새 정규 앨범인 만큼 여러 방면으로 성장한 에이티즈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더 월드'가 '트레저' 시리즈의 후속 시리즈라는 것에 착안해, 2019년에 발매한 정규 1집 '트레저 에피소드 파이널 : 올 투 액션'(TREASURE EP.FIN : All To Action)을 오마주(헌정)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 '원더랜드'(WONDERLAND) 뮤직비디오 속 폰트와 깃발 CG, 제복 스타일 의상 등 다양한 요소들을 '미친 폼' 뮤직비디오 곳곳에 심어두었으니 하나씩 찾으며 다시 감상하시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 같아요."
'트레저'의 후속 시리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인 '제복'에도 세계관을 반영했다. KQ 측은 "'미친 폼' 뮤직비디오에서 에이티즈는 황폐화된 배경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게 된다. 공간과 어우러지게 표현하기 위해 그런지(보헤미안이나 히피들이 걸치는 누더기 같은 스타일)한 무드 디테일을 더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호의 한쪽 소매가 없는 재킷이나 여상·우영의 아우터 디테일에서 비주얼적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운데 가장 '미친 폼'을 보여주는 의상은 스트리트 군무 신의 비비드하고 와일드한 그래픽 패턴이 담긴 착장인 것 같다. 우주와 그 너머를 표현한 것 같은 알 수 없는 무늬, 그리고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휘황찬란한 컬러 웨이야말로 말 그대로 '미친 폼' 그 자체를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시리즈를 닫는 앨범 타이틀곡에 다음 시리즈를 예고해, 쿠키(부가) 영상을 보는 재미를 선사하곤 했던 에이티즈. 이번 '미친 폼' 뮤직비디오 마지막에는 모래시계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있다.
"에이티즈 세계관에서 '크로머'는 차원 이동을 돕는 매개체로 등장하는데요. 2021년 9월 발매한 '제로 : 피버 파트 3'(ZERO : FEVER Part.3)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데자뷰'(Deja Vu) 뮤직비디오 쿠키 영상에 바로 멤버 여상이 크로머를 껴안은 채 땅을 구르는 장면과 함께 깨진 크로머가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최초로 공개되며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앞으로 이 세계관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에이티즈 세계관에서 초승달은 '꿈을 통한 메시지 전달', 보름달은 '차원 이동'을 뜻한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을 장식한 '붉은 보름달'에도 당연히, 상징하는 바가 있다. '체제 전복'이다. "사람들이 모두 미쳐 날뛰게 될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달'은 트랙 리스트 이미지에도 쓰였다. 수록곡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달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KQ 측은 "사선으로 배치된 달 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동하며 트랙을 읽게 하고, 점차 보름달이 되어 '미친 폼'이 붉게 떠오르면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것을 비주얼적인 표현으로 담아냈다. 전체적인 디자인 구성에서도 '달'을 활용해 세상을 향한 움직임을 담은 '더 월드'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장식하는 서사를 풀어내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위 노우'(WE KNOW)는 "해답은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그 해답이 희망으로 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꿈날'(Dreamy Day)은 "함께 하는 모든 날이 꿈날 같아 깨고 싶지 않아"라고 하는 등 세계관의 그림자는 앨범 소개 글에도 묻어난다.
제3자가 아닌 작가 시점에서 곡의 메시지를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꿈날'를 예로 들면, "팬들을 향한 마음과, 세계관 서사 속 희망과 용기에 대한 내용을 중의적인 가사로 풀어내어 담은 곡이니, 팬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쓴다면 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명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 만족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평가를 듣고 싶은지를 물었다.
"'더 월드' 시리즈를 멋있게 잘 마무리한 것 같고, 이번 앨범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무대와 프로모션 등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너무 큽니다. 매 앨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은 정규인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도 막중했던 것 같은데요. 세계관과 장르, 제목, 가사를 포함한 음악을 통해 모든 것의 유기성을 갖되, 에이티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팬분들께서 그동안 기다리셨을 요소들을 최대한 많이 녹이려 했는데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이번 앨범이 '에이티즈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준 앨범'으로 비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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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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