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바질과 빨간 토마토…성탄절 분위기 ‘한껏’ [ESC]
크리스마스 캠핑
크리스마스 샐러드·스튜·토스트
블루투스 스피커로 캐럴까지
잠은 히터가 데운 차 안에서
어느덧 연말이 코앞이다. 12월이 되면서 연말 풍경의 상징인 서울시청 앞 크리스마스트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파사드 등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달뜬 모습을 자아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화려함보다 고요하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더라. 그러기엔 캠핑이 제격이다. 북적거리는 도시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나만의 크리스마스 캠핑을 떠났다.
올해 마지막 중요 이벤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자주 무료하고 지루하기 마련이다. 이벤트는 이런 일상의 무료함에 단비 같은 행복을 선사한다. 1년에 단 한 번 오는 특별한 날을 축하하고 즐기는 일이 그렇다. 그날이 오기까지 기다려지는 작은 설렘들, 이벤트를 준비하는 소박한 마음은 우리 뇌에 도파민을 만들어 문득문득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나에게는 연간 그런 날들이 12개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이 있고, 그때가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벚꽃놀이나 눈꽃을 찾아가는 계절의 만남을 축하하는 이벤트도 있다. 1월 해맞이를 비롯해 12월 크리스마스까지. ‘단 한 번’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설레고 특별한지.
한 해의 마지막 ‘단 한 번’인 크리스마스는 무엇보다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반짝이는 조명, 캐럴까지 달뜬 기분이 언제나 좋았으니까. 올해는 크리스마스 캠핑을 떠나 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무드가 잘 드러나는 음식을 즐기며 잠드는 기분 좋은 밤을 기대하면서.
몇 주 전부터 분주해졌다. 캠핑하면서 먹을 메뉴를 고르고, 캠핑장 예약도 서둘렀다. 최근 캠핑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겨울에도 서울 인근 캠핑장은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까지 예약이 꽉 차기 때문이다. 메뉴에는 꼭 필요하지만, 현지 시장에서 팔지 않는 재료는 미리 구입해서 필요한 만큼 손질해 담아 두었다. 텐트 등의 부피가 큰 캠핑 장비들은 틈틈이 차에 가져다 놓고 출발 당일 빠진 물건이 없도록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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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루프 차량에 누워 별을 보다
지난 5일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지만, 캠핑 가는 날이면 어제와는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전날과 다름없이 새벽 수영을 마치고 센터를 나오는 기분이 훨씬 상쾌했다. 그 길로 차를 몰아 길을 나섰다. 원두를 갈아 뜨겁게 내린 커피가 간절했지만 캠핑장 입장은 오후에나 가능했다. 경기 구리시 구리한강공원 인근에 있는 커피 전문점을 찾았다. 한강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모닝커피가 이토록 달콤했던가. 커피를 마신 뒤 구리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저녁 메뉴로 쓸 식재료 구입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갑오징어가 제철이네, 여기 시장 닭강정은 어디보다 맛이 좋네 하면서 구경하는 현지 전통시장은 두루두루 보는 재미가 있다.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 간단하게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시장 맛집인지, 좁고 허름하게 보이는 식당 앞에 사람들이 몰린 부대찌개 전문점으로 결정했다. 바글바글한 사람 구경도 할 겸 재미 삼아 들렀는데 어찌나 맛이 있던지. 시장 구경하느라 얼어붙은 몸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구리토평가족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텐트부터 펼쳤다. 잠은 차 안에서 자고, 텐트는 거실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조명을 달아 크리스마스 무드를 만들었다. 거기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길 메뉴로 야심 차게 준비한 음식을 만들었다. 나무 도마 위에 바질과 견과류, 치즈 등으로 플레이팅 한 크리스마스 샐러드, 초록색 바질과 빨간 토마토를 넣어 한소끔 끓여낸 크리스마스 토마토 스튜, 빵 위에 토마토·양파·로메인을 얹어 장식한 크리스 오픈 토스트 그리고 와인을 곁들였다.
밤이 되니 바로 근처에 자리한 구리전망타워가 예쁘게 빛이 났다. 준비한 블루투스 스피커에 캐럴까지 흐르니 이보다 더 완벽한 크리스마스는 없을 것만 같았다. 음식을 만들 때는 잘 몰랐지만, 겨울은 겨울인지라 난로 없는 텐트에 머무는 건 아무래도 추웠다. 얼른 정리를 마치고 무시동히터로 따뜻해진 차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전기매트로 뜨끈해진 바닥에 등을 대고 푹신한 이불을 덮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선루프 창밖으로 반짝이는 별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빛나는 오너먼트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알아두면 좋아요
1.캠핑 난방 시, 일산화탄소 중독을 조심해야 하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고 충분한 환기구를 확보하거나 자주 환기해 주는 게 좋다.
2.겨울철 캠핑 때 결코 놓칠 수 없는 장비로 전기매트나 전기담요를 추천한다. 차량용 전기매트(시거잭 12V) 2인용을 사용하고 있는데 ’가성비’가 좋다. 바닥에 깔고 원하는 온도에 맞춰 놓으면 영하의 날씨에도 구들장처럼 뜨끈한 바닥을 경험할 수 있다.
3.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캠핑장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휴대용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 유에스비(USB) 전기매트(5V)는 파워뱅크 없이 스마트폰 충전용 보조배터리로 이용할 수 있으나 추천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난방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다.
4.전기매트나 난로를 이용할 때는, 캠핑장에서 허용하는 정격용량 600W 미만 제품을 사용한다.
5.가정용 전기장판을 캠핑 때 사용하는 경우, 정격용량 초과로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6.전기 릴선은 눈·비에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7.휴대용 화구의 불판보다 큰 조리기구를 피해야 한다. 가스 캔이 과열되면 내부 압력이 높아지므로 자칫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홍유진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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