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가보시라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2023. 12.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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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떠나보낸 지 10개월이 지났다.

내가 하도 개를 애지중지하는 티를 내다 보니, 개가 죽고 나면 혹시 나도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해주고 의심해주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애도하는 데 적절한 기간이나 강도 같은 걸 말할 수 있을까? 일전에 이 지면에도 쓴 적이 있듯이 일주일에 한 번씩 '펫로스클럽'이란 이름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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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이 되는 동무’. 반려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입니다. 고양이, 개, 식물 등 짝을 이뤄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의 단상을 담았습니다.
“꼬박 20년을 동고동락한 귀여운 털북숭이를 떠나보낸 지 10개월이 지났다.” ⓒ정우열 제공

개를 떠나보낸 지 10개월이 지났다. 내가 하도 개를 애지중지하는 티를 내다 보니, 개가 죽고 나면 혹시 나도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해주고 의심해주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름 인생을 잘 산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염려해주신 덕에 나는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물론 꼬박 20년을 동고동락한 귀여운 털북숭이가 사라졌으니 마음속까지 멀쩡할 리는 없지만, 적어도 개 이야기를 하다가 울먹거려서 분위기를 망치는 민폐는 이제 거의 끼치지 않게 된 것 같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애도하는 데 적절한 기간이나 강도 같은 걸 말할 수 있을까? 일전에 이 지면에도 쓴 적이 있듯이 일주일에 한 번씩 ‘펫로스클럽’이란 이름으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받은 사연에 따르면, 어떤 이는 1년쯤 지나니 울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하고, 또 다른 이는 1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너무 그립고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거의 매주 꼬박꼬박 방송에 참여하는 한 시청자는 나와 다른 시청자들의 꾸준한 위로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너무 심하다 싶은 자책의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고 있어서, 정말 저러다 자신을 해치지는 않을지 염려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자책과 후회의 감정으로 괴로워하는 일은 많은 반려인들이 겪는 공통의 경험인 것 같다. 자책감은 자신을 괴롭힐 뿐 어떤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인 것 같은데, 어째서 우리는 자꾸만 자책을 하게 되는 것일까?

어디선가 읽은 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인간이 자책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미리 책망함으로써 타인의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잘못을 저지른 자신으로부터 그 잘못을 인지하고 비판하는 자신을 분리해내고 자신을 후자의 위치에 자리매김함으로써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기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나로서는 꽤 설득력 있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복슬복슬한 귀염둥이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적용하기엔 어딘지 너무 매정한 분석인 것 같아 시청자들에게 차마 소개하진 못했다. 경위야 어찌 되었든, 나의 궁금증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고 만다. ‘반려동물을 몹시 사랑했다, 그래서 그들이 떠나자 결국 불행해졌다.’ 이건 어딘가 잘못된 결론이 아닐까? 우연한, 혹은 어떤 필연적인 계기로 반려동물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살면서 사랑과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함께 행복을 누리고, 결국 이별하게 되고, 그런 다음 마침내 혼자 남은 우리는 적어도 이전보다 조금은 나은 존재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언급하기 매우 조심스럽지만 이 대목에서 내가 늘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무대 위에서 ‘네버 엔딩 스토리’를 합창하는 모습이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존재들을 잃고 같은 고통이 반복되는 곳에서 마음을 나누려 애쓰는 이들의 안간힘, 그보다 더 슬프고 그보다 더 숭고한 것을 나는 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감히 나는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방송 말미에, 반려동물을 잃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유기동물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가보시라, 하고 말하곤 한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

※ 이번 호로 ‘반려인의 오후’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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