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 이규형에게 작은 역할이란 없다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3. 12. 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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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이규형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이규형에게 촬영장이란 늘 설레는 놀이터와 같았다. 누군가는 작은 역할이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몫을 해내는 이규형이다.

지난 20일 개봉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이규형은 극 중 왜군 고니시(이무생)의 책사 아리마를 연기했다.

정통사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이규형에게 ‘노량’은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거기에다가 성웅 이순신을 다룬 이순신 3부작의 완결 편에서 한 축을 맡아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규형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이규형은 “제 역할이 일본어를 연습해야 하는 건 사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빨리 이 인물로서 완벽하게 준비해 현장이라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어린아이의 마음이었다”라고 했다.

당연히 역할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규형은 이에 대해 “저에게 아리마가 작은 역할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워낙 대작이고, 존경하는 선배님들께서 극을 이끌어주시지 않나. 제 나이대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한 항복의 자세를 요구하는 진린 앞에서는 화친을 내세우는 자존심과 시마즈에게는 모든 것을 내버려 두고 절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이규형에게 아리마는 결코 작은 역할이 아니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가기 전날 밤 잠 못 이루는 어린아이처럼 이규형에게 아리마를 준비해 나갔던 순간들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먼저 이규형은 명나라 진린(정재영) 진영과 왜군 시마즈(백윤식) 진영을 숨 바쁘게 오가며 탈출을 모색하는 캐릭터에 맞게 체중을 감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규형은 “10kg 정도 감량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그려지는 캐릭터의 첫인상이 초췌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평소 먹는 걸 좋아하는 이규형에게 체중 감량은 쉽지 않았지만, 아리마의 비주얼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동기부여가 돼 재밌었단다.

일본어 연습은 쉽지 않았다. 물론 아리마를 연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이규형은 “감독님께서 저에게 아리마를 설명해 주실 때 언변과 임기응변에 강한 인물이라고 하셨다. 말을 잘해야 하는 인물인데 일본어로 해야 하지 않나”라고 고충을 전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답은 연습 또 연습이었다. 이규형은 세 명의 일본어 선생님과 장면에 대한 분석부터 같이 했단다. 이에 대해 이규형은 “대사가 우리말이었다면 상대방의 대사를 듣고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하면 되지만, 일본어이다 보니까 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더라. 그런 것들을 선생님들한테 일일이 물어봤다. 일본어 단어에 어떻게 감정을 실어야 하고,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셨다”라고 했다.

피나는 연습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은 간단하게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었다. 이규형은 “저의 언어로 연기했으면 조금 더 자유롭게 저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 분석한 대로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연습한 대로만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즉각적인 거에 반응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가장 어려웠던 촬영은 첫 촬영이었다. 아리마가 시마즈에게 원군을 요청하는 장면이었다고. 이규형은 “시마즈를 전쟁에 끌어들이지 못하면 아리마는 죽은 목숨이니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신이었다. 심지어 시마즈 앞에서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대사의 스피드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일본어 자체가 띄어 읽기가 없다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이규형은 “그 장면이 어려웠지만 짜릿했던 촬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시마즈를 연기한 백윤식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악명 높은 살마군의 수장인 시마즈의 존재감을 보여준 백윤식 덕분에 저절로 아리마에 이입해 연기할 수 있었다는 이규형이다.

백윤식뿐만 아니라 김윤석, 정재영, 허준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한 현장은 이규형에게 기분 좋은 떨림과 적당한 흥분감, 긴장감을 주는 자극 그 자체였다. 이규형은 “계속 촬영장에 있고 싶었다. 저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놀이터가 있을까 싶었다”면서 “너무 좋은 시나리오에 재밌는 캐릭터, 대단한 선배님들과 만난다는 기대감과 묘한 긴장감 때문에 흥분됐다”라고 했다.

올 한 해 뮤지컬부터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던 이규형은 ‘노량’으로 2023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규형은 “올 한 해 치열하게 살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노량’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한국 영화계 활로를 이어받아서 잘 풀리기를 바라는 바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노량: 죽음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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