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 태우는 게 최선일까…"금속 에어로졸 영향 고려해야"
우주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1957년부터 2023년까지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만 어림잡아 1만1330개에 달한다. 우주쓰레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해결책이다.
우주 쓰레기를 가급적 만들지 않고 만들어진 쓰레기를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태우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나, 이 방식으로는 지구도 오염될 수 있다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우주 쓰레기에 벌금이 부과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국의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에 15만 달러(약 2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명령한 것이다. 해당 업체의 위성이 임무를 다했으나 폐기하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우주 쓰레기는 유성과 같은 자연우주물체를 제외한 모든 인공우주물체인 위성, 로켓, 기타 파편 등을 통칭한다. 그동안 우주 개발을 수행한 모든 국가와 기업은 우주 쓰레기를 치울 의무가 없었다. 그 결과 한정된 지구 궤도에 쓰레기가 계속 쌓여왔다. 지구 궤도에 쌓인 우주 쓰레기는 운행 중인 인공위성의 전파를 간섭하거나 직접적인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우주 쓰레기는 실생활에도 큰 문제를 일으키죠.”
정유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선임연구원은 우주 쓰레기가 우주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었다.
“GPS 위성이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게 되면 차량, 휴대폰, 항공기의 내비게이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며 “통신위성이 우주 쓰레기로 파괴되면 국방, 해양, 항공 등에서 통화나 데이터 통신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크기가 10cm 이상인 우주 쓰레기가 위성에 부딪히면 위성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
● 우주법 만들어 ‘공유지의 비극’ 막을까
우주 쓰레기는 서로 부딪혀 또 다른 우주 쓰레기를 낳는다. 이런 현상을 ‘브레이크 업’이라고 한다. 정 연구원은 “브레이크 업이 일어나면 우주 쓰레기가 보통 수백 수천 개로 부서지고 이것이 구름처럼 퍼지며 궤도를 따라 쭉 펼쳐진다”며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IADC)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에만 브레이크 업이 6번이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군사안보목적으로 자국 혹은 타국의 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하거나 킬러위성으로 파괴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마다 우주 쓰레기는 수천 개 단위로 늘어난다. 위성 등 우주시스템 임무 수행을 위한 궤적 설계 연구를 진행하는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우주 시대가 될 거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우주 쓰레기 때문에 우주 시대가 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전 세계는 우주 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우주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계 공동체가 우주법과 같은 적절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예로 2020년 5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지구 궤도를 도는 모든 인공위성에 ‘궤도 사용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이 발표됐다. 지구 궤도가 혼잡해지며 충돌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 비용을 궤도를 사용하고 있는 인공위성 사업자들에게 부과하자는 것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법안이나 규제안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우주 쓰레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렇듯 실전 실험을 거치는 단계다.
● 대기권으로 내리거나 무덤궤도로 올리거나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구 저궤도의 우주 쓰레기를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대기와의 충격파로 인한 단열압축효과로 태우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정지궤도의 임무를 다한 위성을 300km 정도 더 높은 이른바 ‘무덤궤도’에 올려보내 폐기하는 방법이다. 무덤궤도에 도착한 우주 쓰레기는 수천 년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지구 저궤도 우주 쓰레기의 경우 지구로 끌어내리는 방법이 가장 많이 논의된다. 저궤도의 우주 쓰레기를 무덤궤도처럼 더 높은 곳으로 보내는 건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우주 쓰레기는 가만히 둬도 대기 저항에 의해 속도가 줄며 자연스럽게 대기권으로 진입하지만 그 시기를 기다리기엔 이미 너무 많은 우주 쓰레기들이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주 쓰레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같은 속도로 가까이 다가가 포획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한다. 이 기술을 총칭해서 능동제거방식, ‘ADR(Active Debris Removal)’이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 청소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기업 아스트로스케일은 거대한 자석을 탑재해 금속 성분의 우주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청소위성 ‘ELSA-d’를 2021년 3월 22일 시험 발사했다. 이후 차세대 청소위성 ‘ELSA-M’을 개발해, 영국 위성 인터넷 업체인 원웹(One-Web)과 계약을 맺고 고장 난 위성을 2024년부터 대기권으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에서 포집 위성을 쏘아 올려 임무를 다한 위성인 우리별 1호를 지구로 귀환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별 1호의 귀환 프로젝트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다. 정 연구원은 “(우리별 1호 귀환과 별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역시 현재 로봇팔로 우주 쓰레기를 붙잡는 ADR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 쓰레기를 끌어내려 없애려면 평소 우주 쓰레기의 궤도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우주 쓰레기 중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것들은 그 궤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고 최근에는 지구와 달 사이인 ‘시스루나’ 공간의 우주 쓰레기 궤도를 추적하는 연구도 이뤄졌다. 미국 퍼듀대 연구팀은 달 주변의 우주 쓰레기를 모델링하고 이를 추적하는 방법을 개발해 2023년 1월 열린 AAS/AIAA 우주 비행 역학 회의에서 발표했다.
● 대기권에서 불탄 위성, 금속 에어로졸 만들어
일각에서는 우주 쓰레기를 지구로 내려 태워버리는 것이 최선인가를 두고 논쟁도 벌어진다. 미국 퍼듀대와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 공동연구팀은 인공위성 발사가 급증하고 위성과 로켓의 재진입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 대기에 리튬, 알루미늄, 구리, 납 등 우주선 선체에서 사용되는 금속 비율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9월 PNAS에 발표했다. (doi: 10.1073/pnas.2313374120)
연구팀은 대기 연구용 고고도 비행기에 공기 포집 장치를 붙이고 성층권의 대기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성이 기화되는 등의 자연 현상과 달리 리튬, 알루미늄, 구리, 납과 같은 금속 에어로졸 입자가 추가로 검출됐고 그 비율이 우주선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의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위성을 쏘아 올린 후 남은 발사체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거나 임무를 끝낸 인공위성이 대기권으로 떨어지며 마찰에 의해 탄 잔해가 작은 금속 입자로 대기 중에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금속 에어로졸이 지구 대기 조성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지구 대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전은지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진 재진입이 적어 괜찮았을지라도 성층권에 (금속 에어로졸) 입자가 아주 많아지면 지구로 들어오는 빛 투과도 달라질 수 있다”며 “충분히 검토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상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역시 “잔해물들에서 나오는 극미세 입자들은 지구복사수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로켓의 기체물질과 금속물질들이 잠재적으로 오존층에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며 “아직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에 비행기 관측과 수치 모델링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성층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화진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심각하다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대류권에서 우주 쓰레기 흔적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성층권에서 측정한 중금속 물질이 대류권에 얼마 만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줄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주 쓰레기를 없앨 최적의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위성 발사를 볼 때 ‘멋지다’고만 생각하는 것과 ‘위성이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될까’까지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임무를 다한 위성이 우주에서 안전하게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안 교수는 모두의 관심이 모여야 지구와 우주 모두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우주 쓰레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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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린 기자 surin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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