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이것' 두었다면…문 사이에 두고 숨진 日 부부의 비극

김온유 기자, 이승주 기자, 김도균 기자 2023. 12.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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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갇힌 걸 알고 난 후에 '망했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이후로 화장실 문고리를 테이프로 감아서 아예 닫히지 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갇혀 본 경험이 있다는 안모씨(27)는 "휴대폰도 없어서 막막하고 화장실에 갇혀 죽은 사람 기사를 읽었던 게 생각나 더 불안했었다"며 "공포감에 창문이 있다는 것도 까먹었다가 시간이 지나자 창문이 보여서 창문으로 구조 요청을 해 구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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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윤모씨(24)는 지난해 8월 자취방 화장실에 갇혔다가 관리인에게 구조된 경험이 있다. 음성 호출 서비스를 이용, 화장실 밖 휴대폰으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될 수 있었다.

윤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갇힌 걸 알고 난 후에 '망했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이후로 화장실 문고리를 테이프로 감아서 아예 닫히지 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 유튜브에서 보고 '이런 황당한 일도 있구나' 했는데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윤씨 사고처럼 화장실에 갇히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며칠간 탈출하지 못해 숨지는 일도 있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사고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장실을 포함해 방에 갇혔다가 구조된 '인명갇힘 구조처리 현황'은 △2018년 1만1건 △2019년 1만532건 △2020년 9542건 △2021년 1만609건 △2022년 1만8270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와 20일 금천구에서도 화장실 문개방을 해달라는 구조 요청이 소방에 접수되기도 했다.

갇힌 상태에서 휴대폰이 있다면 쉽게 구조 요청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15년 일본에서는 40대 남편이 화장실 밖에서, 50대 부인은 화장실 안에서 각각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부인이 화장실에 간 사이 거구의 남편이 화장실 앞에 쓰러져 그대로 숨졌고 부인은 화장실 내부에서 탈수증·열사병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에선 갇힘 사고사 인명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없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사고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화장실에 인터폰을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오피스텔, 원룸은 그렇지 못하다.

또 성인 남성도 화장실 문을 부수기 쉽지 않을뿐더러 갇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1인 가구로 협소한 자취방 화장실에서 몸을 크게 움직일 수도 없다.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화장실에 갇히고 시간이 지나면 불안감이 커진다. 화장실에 갇혀 본 경험이 있다는 안모씨(27)는 "휴대폰도 없어서 막막하고 화장실에 갇혀 죽은 사람 기사를 읽었던 게 생각나 더 불안했었다"며 "공포감에 창문이 있다는 것도 까먹었다가 시간이 지나자 창문이 보여서 창문으로 구조 요청을 해 구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수희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개인마다 트라우마의 임계점이 다르다"며 "너무 불안하면 주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교감신경 항진 반응을 톤다운 시킬수 있게끔 심호흡을 제일 먼저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평소에 할 수 있는 문제도 불안감 때문에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호흡부터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탈출을 위해서는 내부에 비상용 망치나 긴급전화가 가능한 공기계를 비치해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무엇보다 혹시 모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개인이 갇힐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먼저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탈출용 망치나 긴급전화가 가능한 공기계를 구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도 "이렇게 대비를 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사고 자체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의 관리사무소에서 엘리베이터 디스플레이에 사고 발생에 대한 위험을 인지시키거나 안내문을 부착해놓는 등의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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