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야~ '픽업'하러 오지?"‥'이건 장난전화 아냐' 112의 촉
지난 21일 저녁 7시 8분, 경기남부경찰청 112 상황실로 의문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40대 택시 기사 A씨.
대뜸 "나 픽업하러 올 거지?"라며 말을 꺼낸 뒤 뜬금없이 "너희 회사는 수원역에 있잖아"라고 말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이준영 경사는 잘못 건 전화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위급한 상황이냐"며 "'응, 아니'로 대답해 달라"고 물었는데, A씨는 곧바로 "응"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경사는 A씨가 말한 '픽업'을 '경찰 출동 요청'으로, '수원역'을 '수원역 앞에 있는 지구대'로 알아듣고, 곧바로 최고 위급 사항인 '코드 제로'를 발령하며 다른 요원들과 통화를 함께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A씨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량 번호를 얘기하고는 대화 중간에 약물을 뜻하는 '드럭'이라는 단어를 섞어가며 '마약 사범' 관련 내용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사는 이에 "억지로 범인을 잡을 필요 없다, 위급 상황이 생기면 범인을 그대로 내려 줘라, 그다음은 경찰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택시 색상을 과일색으로 말해 달라, 용의자의 옷 색깔을 날씨에 비유해 답해달라"며 대화를 이어갔고, "정차 직전 비상등을 켜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A씨는 '화이트'라는 단어를 쓰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경찰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택시를 수원역 앞 매산지구대 쪽에 세웠고, 그러자 미리 대기하던 경찰관들이 다가와 택시에 타고 있던 마약사범을 검거했습니다.
최초 신고 접수 후 단 16분 만이었습니다.
택시에 타고 있던 중국 국적의 30대는 실제로 필로폰 0.6g을 갖고 있었으며, 앞서 마약을 구매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택시 기사 A씨는 경찰에서 "수원역에서 택시를 탄 손님이 시흥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가자고 해서 데려다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우편함에서 물건만 쏙 빼내 택시에 탔다"며 "언론에서 봤던 마약 판매 수법이 의심돼 112에 신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A씨의 기지 덕에 마약사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감사장과 함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곽동건 기자(kwa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55986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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