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맥베스'는 딱 맞는 옷 찾는 과정…나침반 같은 작품"

최주성 2023. 12. 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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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맥베스역 한일경·성태준 인터뷰…"언제 맥베스 해보겠나 싶었죠"
현대적 재해석·국내 첫 뮤지컬 각색…"고전과는 또 다른 부담 느껴"
뮤지컬 '맥베스'의 한일경(오른쪽)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제가 언제 맥베스를 연기해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제게 일생일대의 큰 전환점이자 도전이었습니다." (배우 한일경)

"배우라면 누구나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을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죠. 연극 '햄릿'에는 출연해 봤는데 맥베스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니 또 다른 도전처럼 느껴졌어요." (배우 성태준)

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를 연기하는 두 배우 한일경(42)과 성태준(40)은 이번 작품이 큰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맥베스'를 뮤지컬로 각색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맥베스'는 그간 연극이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고전과 노래를 어떻게 융화시킬지 고민이 많았다.

열연하는 '맥베스' 배우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12.5 mjkang@yna.co.kr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성태준은 "뮤지컬 대본으로 만난 '맥베스'는 고전과 느낌이 아주 달랐다"며 "고전에서 들어낸 부분이 많았고 새로운 시도가 더해지기도 했다. 고전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작품이기에 또 다른 부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작품은 원작의 큰 줄거리를 유지한 채 비현실적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각색했다.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뒤 점차 몰락한다는 점은 원작을 따른다. 반면 원작에서 맥베스의 욕망을 부추기는 마녀는 사라지고 방대한 분량도 1시간 40분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한일경은 "처음 작품을 준비할 때만 해도 촘촘하게 엮인 퍼즐을 다 흩어버리는 느낌이라 두려운 마음이었다"며 "대본을 읽으며 이 시대에 맞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루하지 않은 템포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도 아쉬움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전쟁터의 선봉장 맥베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12.5 mjkang@yna.co.kr

속도감 있는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 것도 뮤지컬의 특징이다. 맥베스 역 배우는 전투에서 큰 성과를 올린 장군을 연기하기에 상대 배역과 칼을 맞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전투하는 장면을 소화해야 한다.

성태준은 난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 이달 19일 공연 오프닝에서 소품용 칼에 머리를 맞아 피가 났다. 가벼운 상처라서 공연 중단이나 배우 교체 없이 공연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는 "연습 때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머리를 맞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며 "스태프들은 계속 무대에서 나오라고 제게 손짓했지만, 무대에서 책임지겠다는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버텼다. 주변에서 너무 놀라 눈들이 흔들리고 있는데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맥베스 연기하는 성태준(왼쪽)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감정연기 면에서는 맥베스의 아내 맥버니의 분량이 늘어난 것이 도움이 됐다. 남편과 함께 전장에서 활약한 전사라는 새로운 설정을 얻은 맥버니는 마녀를 대신해 맥베스가 가진 내면의 욕망을 부추긴다.

한일경은 "맥버니가 맥베스가 가진 트라우마를 자극해 폭발시킨다는 점에 초점을 뒀다"며 "신하들 앞에서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지만 아내와 둘만 남을 때는 순종적이다 못해 아내에게 종속된 느낌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야 욕망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탄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맥베스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껴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기가 더 수월했다"며 "아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도 그렇고, 맥베스와 아버지의 관계를 표현할 때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불안한 맥베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12.5 mjkang@yna.co.kr

장르와 연출 등 많은 면에서 새로운 공연이기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모두 이번 공연이 각자의 커리어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과 작업이 처음이었던 성태준은 "객원 배우로 뮤지컬단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부터 초연을 올린다는 것까지 두려움이 컸다"며 "배우들과 끈끈해지는 가운데 초연을 마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뮤지컬단 소속인 한일경은 "뮤지컬단 활동은 딱 맞는 옷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작품에 출연하며 나도 이런 옷이 어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방향을 모르고 있는 제게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되어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전장에서 돌아온 맥베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맥베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3.12.5 mjkang@yna.co.kr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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