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주전남 10대 뉴스] 경찰 뒤흔든 '사건브로커'…치안감 극단선택
구속기소·영장신청 등 신병처리 속도에도 수사 장기화 전망
[편집자주] 극심한 가뭄에 수돗물 절약 캠페인으로 새해를 연 광주전남은 올해 역시 크고 작은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경찰사회를 뒤흔든 검경브로커 사건은 파장이 확산하고 있고, 사라진 아이들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난 영아살해 사건은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교사들의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드높았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성공, 속도 내는 광주 복합쇼핑몰사업, 광주군공항 이전 진척 역시 굵직한 이슈로 꼽힌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전남 경찰들의 승진을 막후에서 뒤흔드는 이가 있다."
승진철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이야기의 실체가 점차 수면 위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은 거래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가 성모씨(62)를 구속한 이후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씨는 2020년 8월부터 같은해 11월 사이 또다른 브로커와 함께 사기사건 피의자 탁모씨(44)로부터 약 18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일선 경찰에서 수사무마를 청탁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붙잡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구속된 성씨에겐 곧바로 '검경브로커·사건브로커'라는 이명이 붙었다.
검찰은 탁씨 등으로부터 성씨가 고위경찰관들을 통해 수사무마·승진 청탁 등 각종 범행을 벌였다는 증거를 입수, 경찰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성씨는 수십억대 코인 투자사기를 벌인 탁씨로부터 돈을 받고, 경찰관들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한 정황, 성씨가 경찰 승진인사에 힘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경찰관들 사이의 돈거래 정황 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탁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 또는 축소해 준 의혹이 제기된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 수사관이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낸 전 경무관과 전남경찰청에서 퇴직한 전직 경감도 줄줄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전직 치안감은 지난달 15일쯤 숨진 채로 발견돼 사건은 전국적인 사안으로 떠올랐다.
광주경찰청장을 지낸 현직 치안감도 불구속 입건됐으며, 현직 경찰 7명이 직위해제되는 등 전현직 경찰 20여명이 수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탁씨 측은 성씨의 재판에 법정 증인으로 나서 "금품 전달 내역이 기록된 휴대전화를 아직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검찰이 관련 기록을 확보할 경우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탁씨 측은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에 돈을 마련하는 과정이나 돈을 갖고 와서 건넨 정황을 날짜별로 정리한 것이 있다.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못했지만 디지털포렌식을 하면 기록을 되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필요하다면 복원해 제출하겠다"고 증언했다.
반면 혐의를 인정한 일부 피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현직 경찰관, 검찰수사관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렇게 휘둘린 검경 인맥은 성씨가 20여년전 부터 쌓아올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담양군 출신인 성씨는 1990년대 광주 동구 구시청사거리의 한 유흥주점에서 밴드마스터로 일하며 경찰관과 인연을 맺었다. 성씨는 친분 관계가 깊던 고위경찰관을 통해 다수의 경찰과 인맥을 터가기 시작했다. 그는 광주 일선 경찰서의 교통규제시설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다수의 골프 모임을 운영하면서 경찰 고위직, 정치인들과 친분관계를 쌓아갔다.
이후 성씨가 경찰의 승진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풍문이 퍼지며 나중엔 일부 경찰관들이 승진을 위해 청탁을 하는 식으로 내부 인맥을 넓혀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혐의자들에 대한 조사, 신병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관련 수사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씨의 경찰 승진 청탁과 관련된 혐의의 기소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은 성씨가 여러 업체를 통해 지자체의 관급공사 수주계약에 관여한 의혹들도 규명하기 위한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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