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자존심" 뉴욕의 두 거물 진심을 외면받다, 야마모토는 LA의 돈-날씨-오타니를 선택했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FA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이른바 야마모토 요시노부 '쟁탈전'은 LA 다저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다저스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야마모토와 12년 총액 3억25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MLB.com 등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계약 세부 내용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해졌다. MLB.com에 따르면 사이닝보너스가 5000만달러이고, 지급 유예(deferrals) 없이 6년 및 8년 후 옵트 아웃 조항을 담았다.
야마모토는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이 2019년 12월 FA 시장에서 맺은 9년 3억2400만달러를 100만달러 따돌리고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계약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평균 연봉(AAV)은 2708만3333달러로 콜의 3600만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4년 전 계약과의 차이를 온전하게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쨌든 다저스가 이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오타니 쇼헤이가 역사적인 10년 7억달러 계약에 합의하며 자청한 것으로 알려진 지급 유예 덕분이다. 야마모토는 계약기간 12년 동안 모든 돈을 제때 받는다. 계약금이 무려 5000만달러로 전체 보장액의 15.4%에 이르는데, 이같은 계약금 비율은 유례가 없다.
다저스는 앞서 지난 16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우완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와 5년 1억365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했다. 이 역시 오타니가 만들어준 '재정적 공간' 덕분에 가능했다.
다저스는 오타니, 글래스노, 야마모토 3명에게 11억6150만달러를 쏟아부은 셈이다. 단일 오프시즌 최대 씀씀이 기록이라고 보면 된다. 2021년 12월 겨울 텍사스 레인저스가 코리 시거, 마커스 시미엔 등을 데려오면서 쓴 5억8070만달러, 그리고 1년 전 뉴욕 양키스가 애런 저지, 카를로스 로돈과 계약하며 기록한 5억7350만달러를 모두 두 배 가량 뛰어넘었다.
그런데 야마모토 영입을 자신했던 양키스와 뉴욕 메츠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이들이 내민 조건이 결코 다저스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 켄 로젠탈 기자는 이날 '양키스가 제안한 계약 조건은 10년 3억달러로 AAV는 다저스보다 높다. 또한 5년 후 옵트아웃 조항이 있고, 계약 후반부 연봉 비중이 높은 다저스와 달리 양키스는 10년 연봉이 똑같다'며 '메츠는 다저스와 똑같은 조건 즉 12년 3억2500만달러를 야마모토에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마모토의 선택은 다저스였다. 왜일까.
이에 대해 ESPN 제프 파산 기자는 23일 '양키스와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모두 야마모토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기울어진 판도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저스가 가진 돈과 화창한 햇빛, 그리고 오타니 합류라는 조합을 이길 수는 없었다'고 했다.
팀을 선택할 때 금액이 엇비슷하다면 생활 환경과 날씨, 팀 전력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다저스는 야마모토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오타니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4일 야마모토가 에이전트 조엘 울프와 함께 다저스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다저스타디움을 찾았을 때, 오타니는 다저스를 대표하는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윌 스미스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오타니가 야마모토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설득이 강력한 유인책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야마모토와 오타니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마운드의 기둥으로 활약하며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다. ESPN은 '오타니는 지난 봄 WBC에서 야마모토와 일본을 이끌고 우승했다. 앞으로는 다저스에서 수 차례에 걸쳐 같은 영광을 되풀이하려 한다'고 했다.
양키스와 메츠로서는 억울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구단 구단주들은 야마모토를 VIP로 대접하며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는 윈터미팅을 앞둔 지난 2일 데이비드 스턴스 사장과 일본으로 날아가 야마모토의 집을 방문했다. 야마모토와 가족에게 진심을 보인 것이다. 야마모토가 미국으로 건너온 후인 지난 17일에는 코헨이 자택으로 불러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번에는 스턴스 사장 뿐만 아니라 카를로스 멘도사 감독과 제레피 헤프너 투수코치도 동석했다. 메츠는 '굳히기'가 성공할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야마모토가 미국으로 건너온 직후인 지난 12일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과 직접 LA로 찾아가는 정성을 보였다. 이어 지난 18일 야마모토의 요청으로 2차 협상을 벌였다. 당시 SNY 앤디 마티노 기자는 '양키스가 오늘 야마모토와 두 번째 미팅을 가졌다. 양측 간 협상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양키스는 야마모토 영입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가 됐다. 코헨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돈이 많은 구단주다. 포브스가 올초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 코헨은 175억달러로 세계 95위, 미국내 48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인브레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구단을 아버지한테 물려받아 17년째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포브스의 구단 가치 평가에서 양키스는 71억달러로 2위 다저스(48억달러)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22일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골리앗 구단'들의 자존심이 무너진 날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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