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시켜"…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뭉친 자영업자들

강교현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2023. 12. 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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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선한영향력가게 60여곳…결식아동 대상 식사 제공·할인
업주들 "아이들 방문 적어…지자체의 홍보 지원 절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음식점 앞에 놓인 선한영향력가게 입간판 2023.12.19/뉴스1 김경현 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어려운 아이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 먹이고 싶어요."

지난 1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레스토랑. 이 곳 입구에는 '선한영향력가게'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여기에는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시켜', '매일 와도 좋으니 이모, 삼촌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왔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쓰여 있었다.

선한영향력가게는 결식 아동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뭉친 자영업자들의 모임이다. 선한영향력가게 전북지부 등에 따르면 도내에는 총 60여곳의 가게가 함께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3500여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급식비 지원 카드'를 지원받고 있는 결식아동이 매장에 찾아오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거나 일정 금액을 할인해 준다.

이 레스토랑 업주 오태권씨(36)는 선한영향력가게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1년 전 선한영향력가게에 대해 우연히 알게 돼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씨는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저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선한영향력가게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씨는 "아이들의 방문이 많지 않아 속상하다. 방학 기간에는 몇몇 아이들이 찾아와 밥을 먹고 가지만, 학기 중에는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홍보 부족이다. 실제 아이들 대부분이 선한영향력가게가 있는 줄도 모른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오씨는 "홍보가 부족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잘 오지 않는다"면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선한영향력가게에 대해 인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발길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기자가 방문했던 전주지역의 선한영향력가게 20여곳의 업주들 역시 대부분 "아이들의 방문이 뜸해 속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선한영향력가게 로고(선한영향력가게 사무국 제공)2023.12.19/뉴스1

급식지원카드로 지원되는 적은 금액도 아이들이 식당을 찾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전북지역의 경우 결식 우려 아동(18세 미만)은 5800여 명에 달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하루에 8000원까지 결제할 수 있는 급식비 지원카드가 지원된다. 아무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할 수 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공시된 올해 11월 기준 전북지역의 외식비 통계를 살펴보면, 김밥 한 줄은 3010원, 자장면 한 그릇은 6300원, 김치찌개 백반 1인분은 8600원, 비빔밥 한 그릇은 1만1190원 등이다.

예컨대 아이들이 지원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8000원으로는 김밥 2줄 밖에 먹지 못 하는 상황이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업주 A씨(50대·진북동)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기 중에도 일주일에 1~2명씩 아이들이 찾아오곤 했지만, 지금은 발길이 뚝 끊겼다"며 "물가가 오른 탓에 요새 밥 한 끼에 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쓸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방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홍보를 위해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만난 아이들에게 선한영향력가게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아니오'였다.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는 중학생 B군(10대)은 "방학 기간에는 급식이 나오지 않아서 세 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식당 음식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주로 편의점에 방문해 인스턴트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한영향력가게라는 것이 있는지 몰랐다. 가게 위치나 음식가격 등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을 학교 등에서 알려주면 이용하는 데 편리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선한영향력가게 전북지부 사무국장은 "가게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에 일부 회원들이 주민센터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며 "다른 지역의 경우 누리집에 배너 광고를 게시하거나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지원해 줘 아이들의 방문이 늘어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북지역도 지자체에서 홍보활동에 필요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결식 아동들과 업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선한영향력가게 홍보에 도움을 줄 방법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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