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공사비 1000만 원 시대? 공사비 급등에도 하이엔드 아파트 선호 커져

김영주 기자 2023. 12. 2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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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공작 아파트를 재건축할 써밋 더 블랙 에디션 스카이 어메니티. 대우건설 제공

최근 2~3년 새 3.3㎡(평)당 400만∼500만 원이었던 아파트 공사비가 600만∼700만 원까지 치솟은 가운데, 3.3㎡당 1000만 원이 넘는 공사비가 책정된 아파트가 등장했다. 최근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여의도 공작 아파트다. 서울 여의도와 목동, 한남동, 대치동 등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들의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3.3㎡당 1000만 원 이상의 공사비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입지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상품성이 시세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상급지를 중심으로 하이엔드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대우건설 등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 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최종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이 제안한 평당 공사비는 1070만 원이다.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이 제안한 안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1만6857㎡의 공작 아파트 부지에 지하 7층~지상 49층, 3개 동, 570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 복리시설, 업무시설, 판매시설을 총 5704억 원에 신축하는 안을 제시했다. ‘써밋 더 블랙 에디션’이라는 단지명은 최상위 등급을 의미하는 ‘블랙 라벨’과 한정판을 의미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조합한 명칭이다.

외관부터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루브르 박물관, 엘리제공, 루이비통 본사 등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장 미쉘 빌모트가 비상하는 공작을 형상화해 단지를 설계했다고 한다. 아파트 3개 동 모두에서 한강을 조망하는 어메니티 시설을 마련했고, 스카이 라운지와 테라스, 게스트 하우스, 프라이빗 스파 등이 마련된다. 소유주 전 세계대 100%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16층 이상으로 배정했다. 주차 대수가 가구당 2.82대에 달하고 가구당 1대의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도 제공된다. 이탈리아 명품 주방가구 ‘다다’, 독일 ‘캐머링’ 창호, 전실 원목마루 등 최고급 명품 마감재를 적용한다.

현재까지 한남, 청담 등 일부 고가 지역의 호화 주택을 제외하고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상급지에서도 3.3㎡당 공사비가 1000만 원을 넘어가는 아파트 단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3.3㎡당 공사비가 600만 원대였다.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과 분양가 산정 등으로 분양이 연기되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도 600만 원대의 공사비가 책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2∼3년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앞으로 착공할 사업장은 이보다 높아진 공사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엔드급으로 상품성을 높일 경우 700만∼800만 원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부담해야 할 수밖에 없다. 주요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하이엔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상품성이 장기적으로 단지의 가치를 높이고, 시세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향후 상급지 정비 사업지에서 3.3㎡당 공사비 1000만 원을 웃도는 단지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지들을 보면 대부분의 1군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강남에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퍼스티어아이파크 등 5개 단지에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했고, 한남5구역과 방배5구역, 반포1구역 등에도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DL이앤씨의 ‘아크로’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성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 이어 방배와 서초 등에 새로 분양하는 단지도 ‘아크로’가 들어선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7월 출시한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방배동과 반포동 등에서 수주한 재건축 단지에 적용했다. 한양아파트 등 여의도 재건축에서도 오티에르를 내세워 공격적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한 주택 시장 전문가는 "공사비 급등으로 재정비 사업 자체가 멈춰서는 사업장도 있지만 또 다른 시장에서는 공사비를 더 들여서라도 고급화에 나서는 양극화된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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