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에게 흔한 말초신경병증...'손발이 시리고 저려요'

이순용 2023. 12. 2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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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에 장애가 생기는 말초신경병증, 50세 이상에서 흔해
소화불량, 기립성 저혈압, 당뇨발 등 증상 동반하기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당뇨병은 우리나라 성인이 갖고 있는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다. 당뇨는 혈당을 낮춰주는 인슐린의 분비능이 감소되거나, 인슐린저항성으로 인하여 체내에서 인슐린의 작용이 잘 되지 못하여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질환이다. 당뇨병 환자가 고혈당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손발이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나타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도 그 중 하나다.

말초신경병증은 말초신경계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당뇨환자의 약 25~50%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을 갖고 있으며, 이 중 25% 이상에서 만성 통증을 동반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특히 50세 이상의 환자들이나 당뇨병이 오래된 경우 흔하게 나타나며, 감각신경, 운동신경, 자율신경을 비롯한 모든 신경계를 광범위하게 침범하여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크게 감각신경병증, 운동신경병증, 자율신경병증으로 나눌 수 있다. 감각신경병증은 양쪽 발과 손이 저리고 따끔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감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이상 감각은 보통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말단 부분에서 시작해 점차 몸통 쪽으로 서서히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비대칭적으로 발생하거나 신경뿌리를 침범하여 몸통의 저림 증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신경병성 통증은 밤에 더 악화되는 특징이 있어 일부 환자들은 수면장애로 만성피로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 위의 증상들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환자가 증상을 자발적으로 호소하기보다는 세심한 문진이나 이학적 검진을 통해 감각의 무딤 등의 감각신경 기능 저하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은 실제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지만, 말단부의 감각저하로 인해 족부궤양의 고위험군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감각신경은 고유감각(proprioception)도 관장하기 때문에, 감각신경병이 심한 경우 감각실조(sensory ataxia) 증상으로 인해 걸을 때 균형잡기가 어렵거나 넘어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운동신경병증이 발생하면 근육의 힘이 빠지는 근위약이 발생할 수 있고, 더 진행된 경우 국소적인 근위축이 발생하기도 한다. 당뇨로 인해 뇌신경의 기능이 저하되면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돼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복시)이 나타날 수 있다. 자율신경병증이 발생하면 위 마비 증상으로 소화가 잘 안되고 구역, 구토, 복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심한 경우 실신하여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당뇨병의 여러 합병증 중 가장 흔하며, 당뇨를 오래 앓을수록 그 빈도가 증가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잘 관리할 경우 어느 정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나, 그 호전되는 속도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다. 말초신경병과 작은 혈관의 문제로 인하여 감각이 소실되면 발에 궤양 또는 상처가 생기는 당뇨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당뇨발은 처음 발생할 때는 경미하지만, 상처감염이 심한 경우 결국 절단을 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란병원 신경과 손성연 과장은 “당뇨신경병증을 갖고 있는 환자는 손과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갑과 양말로 손발을 충분히 보호하고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고 잘 말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치료는 근본 원인인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또한 신경병에 의한 통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수면, 우울증, 불안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필요한 경우 적절한 투약을 통한 통증조절을 고려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환자는 자율신경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를 피하고 실신 전조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쪼그려 앉거나 누워야 쓰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술과 담배는 혈액순환을 저하시키고 말초신경이 재생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끊는 것이 좋다.

손성연 과장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당뇨병의 여러 합병증 중 하나로, 신경이 손상돼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끼치는 질환”이라며 “많은 환자들이 신경병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데 작열감, 저림, 쥐어짜는 듯한 하지의 통증이 대표적이며, 초기 진단이 중요하므로 당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며 증상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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