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억 해군 사업 따낸 업체, 알고보니 ‘허위 경력?’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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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에 공개된 해군의 함정 음압격실 설치 긴급 입찰 공고를 보면, 참가 자격으로 7년 이내 육상이나 해상에 음압격리 병실을 만들어 설치하거나 유지 보수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을 뒀습니다.
해군은 취재진에게 구축함 음압격실 설치 입찰에서 해당 업체의 관련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탈락시켰으며, 업체 측에 '허위 경력'에 대한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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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초유 함정 집단감염…해군, 함정에 음압격실 긴급 설치
지난해 6월에 공개된 해군의 함정 음압격실 설치 긴급 입찰 공고를 보면, 참가 자격으로 7년 이내 육상이나 해상에 음압격리 병실을 만들어 설치하거나 유지 보수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을 뒀습니다.
해군은 2년 전, 해외에 파병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270여 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자, 각 함정에 음압격실 설치를 추진했는데요. 확진자 격리와 감염 방지를 위한 조치였습니다.
■ 낙찰 업체 '허위 경력'…뒤늦게 소송 통해 밝혀져
경남의 한 업체가 이 긴급 입찰에서 1순위로 선정돼 낙찰을 받았는데요. 낙찰 업체는 국내 공항과 대형 병원 등에 음압격실을 설치했다는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 29억 원 규모 전자세금계산서를 증빙 자료로 해군에 냈습니다. 해군은 이 가운데 14억 원에 해당하는 실적을 인정했는데요. 결국, 이 업체가 가장 많은 실적을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낙찰 업체는 광개토대왕함과 충무공이순신함에 음압격실을 지었는데요. 함정에 음압격실을 다 지었을 무렵인 올해 초, 경쟁업체가 해군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낙찰 업체의 경력을 허위라고 의심한 경쟁업체는 해군이 해당 공사를 중지하고, 다시 낙찰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법원이 세무서로부터 낙찰 업체의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을 받아봤더니, 세금계산서 발행이 취소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어 21억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같은 날에 마이너스 21억 원의 세금계산서를 다시 발행하는 방식으로, 세금계산서를 3차례 취소한 겁니다. 낙찰 업체는 세금계산서의 금액이 틀려 다시 발행했을 뿐 허위 실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보여달라는 취재진의 요구는 거부했습니다.
■ "개인정보 세금계산서 취소 여부 확인 불가능"…입찰 제도 허점
그럼 해군은 입찰 과정에서 왜 세금계산서가 취소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을까요? 업체의 개인정보인 세금계산서의 취소 여부를 제3자인 해군이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해군은 낙찰 업체가 이런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송을 통해 낙찰 업체의 허위 경력이 확인됐지만, 이 업체는 지난달, 20억 원대의 또 다른 구축함 음압격실 설치 입찰에서 1순위로 지정됐습니다.
해군이 소송 과정에서 확인한 가짜 세금계산서를 소송 외 목적으로 쓸 수 없어, 해당 업체를 부정당업체로 지정하거나 형사 고발하지 않은 탓입니다. 그러나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허위 경력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즉시 형사 고발과 함께 부정당업체로 제재 처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해군, "소명 요구…세금계산서 수정 사실 확인 의무화"
해군은 취재진에게 구축함 음압격실 설치 입찰에서 해당 업체의 관련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탈락시켰으며, 업체 측에 '허위 경력'에 대한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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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 (c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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