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사투' 스페이스X 첫 흑자전환… 2023 일론 머스크 7대 뉴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각국 정상 잇단 만남… 3년 만에 방중 화제
저커버그와 대결 논란, 아이작슨 전기 출간
챗GPT 대항마 xAI 설립, 트위터 X로 새 출발
올 최대 이슈는 스페이스X 분기 첫 흑자전환
화성행 목표 21년 사투…"기업가치 234조원"
“화성 개척, 그런 게 사업이 되나요?
당신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오”
-월터 아이작슨 「일론 머스크」 중
올 한 해 국제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뽐낸 이가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퇴진 이후 사실상 국제 뉴스의 주인공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 부자, 가장 섹시한 CEO, 지구 최강 ‘관종’, 금세기 최고 혁신가… 종잡을 수 없는 언행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 남자는 올해 어떤 이슈를 몰고 다녔을까요.
<테슬람이 간다>는 연말 특집으로 총 3회에 걸쳐 올해 테슬라와 머스크 이슈 및 투자성적 결산을 합니다. 지난 1편 ‘테슬라 7대 뉴스’에 이어 이번 주는 ‘일론 머스크 7대 뉴스’입니다.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은 테슬라 외에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xAI가 있습니다. 2023년 그에 관한 빅이슈 7개를 엄선했습니다.
#7. “애 엄마는 어디에?”…머스크 만난 정상들
지난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머스크를 접견합니다. 지난해 11월 화상 회담 이후 첫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머스크에게 기가팩토리 투자를 요청합니다.
머스크가 올해 만난 국가 수장은 한국 외에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탈리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등입니다. 웬만한 정상은 명함도 못 내밀 인기입니다. 머스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접견에선 아들 엑스를 안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계 정상들은 왜 이리 앞다퉈 머스크에게 러브콜을 보낸 걸까요. 기가팩토리를 유치하면 전기차 기술과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데다 고용 창출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막대합니다. 머스크와의 만남으로 본인을 정치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6. 샘 올트먼 불러 호통... AI 기업 xAI 설립
“xAI의 목표는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머스크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출범을 알렸습니다. 머스크에 따르면 xAI는 ‘정치적 각성에 오염되지 않은’ 진실을 추구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구축하려 합니다. 1차 목표는 오픈AI의 챗GPT에 대항하는 챗봇을 만드는 것입니다. xAI는 지난 7일 X의 프리미엄플러스 구독자를 대상으로 챗봇 ‘그록(Grok)’을 출시했습니다.
머스크가 오픈AI를 겨냥한 건 챗GPT가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과거부터 AI의 위험성을 경고해왔습니다. 2015년 오픈AI 창립 멤버였던 머스크는 이 연구소의 영리화가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가 떠난 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30억달러의 투자를 받습니다. 머스크는 “무자비한 독점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한탄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지난 2월 머스크는 CEO 샘 올트먼을 불러 자신이 기부금을 댄 비영리단체 오픈AI가 어떻게 수백만달러를 벌고 있는지 따졌습니다. 이에 올트먼은 머스크에게 새 회사의 주식 지급을 제안했습니다. 머스크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5. “마형이 왔다”…3년 만에 중국 찾은 머스크
미·중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말 머스크는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마거(馬哥·마형)’라는 애칭과 함께 중국에서 뜨거운 환대를 받았습니다. 마형은 머스크의 중국식 이름인 ‘마스커(馬斯克)’에서 따온 별명입니다.
중국 네티즌은 ‘마형’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당시 중국 포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머스크는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무엇을 먹었나’였을 정도입니다. 중국 정부 역시 머스크에게 칙사 대접을 해줬습니다. 그는 방중 기간 장관급인 외교부장, 공업정보화부장, 상무부장과 쩡위친 CATL 회장 등을 만났습니다. 다만 기대했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머스크를 지지하는 건 자국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데 테슬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테슬라의 글로벌 생산 물량 절반을 담당하는 전기차 거점으로 부상했습니다. 머스크의 ‘친중 행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그는 틈만 나면 X에 중국 경제의 빠른 번영과 노동자들의 근면함을 칭찬했습니다. 대만을 가리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4. 머스크 vs 저커버그 ‘현피 논란’
“철창 대결도 할 수 있다” vs “좌표 찍어라”
10대 철부지들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아닙니다. 미국 기업 시가총액 6위 자리를 다투는 테슬라와 메타의 CEO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6월 서로를 겨냥해 X와 인스타그램에 올린 저격 글입니다. 돈 냄새를 맡은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통화를 해보니 두 사람 모두 대결을 원한다”며 싸움을 부추겼습니다.
지난여름을 달군 사건의 발단은 메타가 새 SNS인 ‘스레드’ 출시에 나서면서부터입니다. X의 기능을 대거 베낀 스레드는 머스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는 수년 전에도 저커버그와 AI 안전에 관한 이견으로 충돌한 바 있습니다. 티격태격하던 두 남자는 각자 격투기 선수들과 훈련하는 사진까지 올렸습니다. 대결이 성사될 조짐을 보이자 테슬라 팬들은 환호와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 온라인 베팅 사이트는 머스크보다 젊고 수년간 주짓수를 연마한 저커버그의 승리 확률을 83%로 예측했습니다. 일각에선 키 190㎝로 체격 조건이 월등히 유리한 머스크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그러나 날짜를 잡자는 저커버그의 정식 요청(?)에 머스크가 응답하지 않으면서 결투는 흐지부지 무산됐습니다.
‘테슬람이 간다’ 선정
2023 일론 머스크 7대 뉴스
1. 스페이스X 첫 흑자전환
2. 트위터, X로 새 출발
3. 월터 아이작슨 ‘머스크 전기’ 출간
4. 머스크 vs 저커버그 ‘현피 논란’
5. 3년 만에 중국 찾은 머스크
6. 인공지능 기업 xAI 설립
7. 머스크, 각국 정상들과 만남
#3. 월터 아이작슨 ‘머스크 전기’ 출간
지난 9월 전기(傳記)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가 출간했습니다. 그는 2년간 머스크를 따라다니며 관련 인물 130여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미국에서 출간 일주일 만에 9만부 이상(전자책 제외)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이전에도 머스크 관련 책들은 많았습니다. 아이작슨의 책이 화제를 모은 건 머스크가 “이 책이 상당한 진실을 담고 있다”며 본인의 ‘공식 전기’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테슬라 팬들은 “복음서가 출간했다”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X엔 구입 인증샷이 쏟아졌습니다.
아이작슨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2020년대 이후 머스크의 AI 및 로봇 사업, 트위터 인수 내막 등을 상세히 기술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결정한 데 아들의 성전환이 큰 영향을 미쳤고, 뉴럴링크 여성 임원에 정자를 기증해 쌍둥이를 얻었다는 등의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애증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 ‘우주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테슬라 공매도’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2. “모든 새들과 작별”… 트위터, X로 새 출발
올해 두 번째 빅이슈는 SNS ‘X’의 출범입니다. 지난 7월 머스크는 X에 “우리는 곧 트위터 브랜드와, 점진적으로 모든 새들에게 작별을 고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작년 가을 트위터를 440억달러(약 57조원)에 인수한 지 9개월 만 입니다. 2006년 잭 도시가 창업한 이후 SNS의 대명사가 된 브랜드를 통째로 버렸습니다. 전 세계 이용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브랜드 로고만 바꾼 게 아닙니다. 머스크는 “다양한 신념을 논할 디지털 광장이 필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우파 인사들의 정지된 계정을 복구했습니다. 혐오 표현을 제재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자 IBM, 애플, 디즈니 등 큰손 광고주들이 이탈했습니다. 이는 X의 수익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머스크는 광고 대신 유료화를 돌파구로 삼았습니다. 공인과 유명 인사에게 적용되던 ‘인증마크’를 월 8달러에 제공하는 ‘X 프리미엄’ 구독 모델을 선보입니다. X에 동영상과 라이브 방송 등의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향후 통화·게임·메시지·금융 등으로 확장되는 ‘슈퍼 앱’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입니다. X의 실험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1. 스페이스X 첫 흑자전환… “가치 234조원”
우주를 향한 긴 여정이었습니다. 한 청년 IT 갑부가 NASA에 화성 탐사 계획이 없다는 것에 절망해 민간 로켓기업을 설립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머스크의 분신 같은 기업 스페이스X가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테슬람이 간다>가 꼽은 올해 최대 이슈입니다.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가 올해 1분기 매출 15억달러(약 2조원), 순이익 5500만달러(약 717억원)를 기록했다”며 “지난 2년간 적자 폭을 줄여왔다”고 내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는 실적을 공식 발표하지 않습니다. 미 우주항공국(NASA) 및 각국에서 수주한 위성과 화물을 우주로 보내는 ‘로켓 배송’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사업이 모두 본궤도에 오른 셈입니다. 세계 최대 로켓 스타십은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기 위한 발사를 진행 중입니다.
2002년 당시 서른한 살의 머스크는 창업한 페이팔 매각으로 1억8000만달러(약 2300억원)를 거머쥡니다. 벼락부자가 된 페이팔 출신 임원들의 자축 모임이 열렸습니다. 모두 흥건히 취한 밤 누군가 머스크에게 다음 계획을 물었습니다. 낡은 로켓 공학책을 읽던 그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말합니다. 당연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그런 게 사업이 되나요? 이봐요, 당신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오”
광기의 20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14일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1800억달러(약 234조원)로 평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3편 ‘2023 테슬라 투자 성적표’서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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