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르브론 제임스 '말'로 두들겨 팬 UFC 선수
종합 격투기(UFC) 선수가 농구(NBA) 선수를 무자비하게 두들겨 팼다. 물론 주먹이 아니다.
전 웰터급 챔피언 콜비 코빙턴은 르브론 제임스를 향해 사정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링에서 상대에게 마구 주먹세례를 퍼붓듯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웰터급 챔피언 도전을 앞두고 지난 13일 열린 기자회견.
“그렇게 미국을 증오하고, 수십억 달러를 벌게 해 주는 이 나라를 싫어한다면 떠나라. 중국으로 가라.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중국의 공장으로 가라. 여성들을 고용해 푼돈을 주면서 너에게 수백만 달러를 벌게 해주는 공장으로 말이다.”
코빙턴은 제임스를 “줏대 없는 비겁자”라며 욕까지 했다.
■국기와 국가를 무시한 르브론 제임스
제임스는 NBA 최우수선수 4번, 올스타에 19번 뽑혔다. 올림픽 금메달도 두 개나 땄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단에 빗대 ‘농구왕’이라 불린다. 코빙턴은 2017년 김동현을 이겨 한국에도 많이 알려졌다.
코빙턴이 제임스를 겨냥한 것은 여러 차례다. 정치성향 때문. 이번 일도 르브론이 농구장에서 정치행태를 보이면서 빚어졌다.
제임스는 11일 큰아들의 대학 첫 시합을 보기 위해 서든 캘리포니아 대 농구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가족과 함께 시합 전 행사 도중에 경기장에 들어왔다. 관중들은 전부 일어서서 국기를 향해 예를 갖추며 국가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 일행 10여 명은 맨 앞자리에 앉느라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제임스는 연주가 끝날 때까지 일어서지도 않고 모자도 벗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영상이 널리 퍼지자 논란이 일었다. “미국에 전혀 존경심이 없다.”
그는 농구실력으로 세상을 뒤흔들지만 정치발언으로도 떠들썩하게 만든다. 인종·성소수자 차별 등을 따지며 “사회정의를 실천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제임스는 미식축구 선수가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행에 항의,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기 시작하자 농구에서 따라 했다.
“부모로서 사회 명사로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무다. 흑인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힘든 일이다.” 미국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인종차별을 받기 때문에 항의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선수들이 미국 국기와 국가를 거부하는 것은 미국을 인종과 성소수자, 약자를 차별하는 나라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사회정의 실천보다는 미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란 비판에 휩싸였다. 애국심 논란.
스포츠는 정치의 연장이다. 국가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스포츠는 애국심을 높이기 위한 장소로 변했다. 프로 스포츠가 번성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애국심만큼 관중들을 자극하는 요소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장은 텅 비어도 국가대표 시합은 늘 만원이 되는 것도 애국심 때문. 국기에 대한 경례, 국가 제창은 애국심을 발동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애국심은 모두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국가 권력의 희생자요 피해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탓이다. 제임스의 경우다.
제임스의 애국심은 프로여자농구 선수 브리트니 그리너를 편들다 도마 위에 올랐다. 22년 그녀가 마약 소지 혐의로 9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러시아 교도소에 있을 때다. 제임스는 “그리너가 미국에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해한다. 나도 그리너 처지라면 미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너는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는 등 끊임없이 미국을 비난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죽음의 상인”으로 불린 러시아 무기 거래상과 교환해 9개월 만에 석방됐다. 5년 째 러시아에 수감 중인 해병대 예비역을 제치고 풀려났다. “미국을 혐오하던 그녀를 무기상과 바꾼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리너를 옹호한 제임스에게 “미국을 떠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제임스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의 수입을 얘기한다, 지금까지 14억 달러(1조8천억 원)을 벌었다. 올해 연봉과 광고 수입 등은 1억2800만 달러(3천억 원). 15년에는 나이키와 10억 달러에 이르는 평생 후원계약을 맺었다.
흑백차별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키웠다는 대학 1학년 아들은 고교 순위 50권의 무난한 실력. 심장병 탓에 대학 경기는 거의 뛰지도 않았다. 그러나 올해 NIL(이름, 사진, 영상 등) 계약으로 대학 스포츠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선수다. 아버지 명성만으로 590만 달러(80억 원)를 번 청년 갑부가 되었다. “미국이 아니라면 부자가 어디서 그 많은 돈을 벌까?”
■중국을 편드는 제임스의 위선
애국심에 크게 의존하는 프로 스포츠로 돈을 벌면서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니 제임스는 위선자라 불린다. 정치성향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이중 태도는 위선을 더 불거지게 한다. 코빙턴이 제임스에게 “중국으로 가라”고 외친 것도 그 때문. 제임스는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 또는 옹호로 일관한다.
그는 19년 홍콩 주민들이 중국 국기나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을 때 입을 닫았다. 오히려 중국을 거들었다.
NBA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이 홍콩 주민들의 반공산당 시위와 관련, “자유를 위한 투쟁. 홍콩 지지”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중국농구협회, 국영 CCTV 5, 텐센트 스포츠(NBA와 중국 내 디지털 독점 제휴 관계) 등 후원사들이 로키츠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협박했다.
중국과 깊은 사업 관계가 있는 나이키로부터 평생 후원을 받는 제임스가 나섰다. “단장은 홍콩 문제를 교육 받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 안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정이나 정신, 심리 상태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비난했다. 단장은 결국 사임했다.
튀르케 출신인 보스턴 셀틱스의 이네스 캔터는 시진핑을 “잔인한 독재자”로 부르며 “티벳 해방”지지를 선언했다. 캔터는 “‘왕’을 위해 도덕 위에 돈이 있다. 짐짓 사회정의를 위하는 체 하는 것은 슬프고 구역질나는 일”이라고 제임스를 공격했다.
그는 “나이키는 중국의 소수민족 차별, 경찰의 잔혹성, 성소수자 차별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나이키 신발은 중국의 노예 노동자들이 만든다. 수백만 위구르 인들은 온갖 차별과 학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임스에게 함께 중국에 가 이런 현장을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제임스는 무시했다.
스포츠는 정치도구가 된지 오래다. NBA 등이 중국 돈에 꼼짝 못하면서 제임스 등은 중국정부의 선전원처럼 행동한다. 그들의 ‘사회정의 실천’이란 큰소리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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