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늑대와 걸어가기' 이지아 "극시, 관념 깨려고 했다"[신재우의 작가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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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는 외로운 시인이다.
'극시'(희곡 형식으로 쓰인 시)를 현대에 들어 유일하게 쓰는 한국 작가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돌아 지금의 자리에 온 이지아는 첫 시집 '오트 쿠튀르'부터 '이렇게나 뽀송해'에 이어 최근 출간한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까지 빼놓지 않고 시집에 극시를 넣고 있다.
극시를 포함해 이지아가 선택한 다양한 방법과 실험에는 파괴와 부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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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이지아는 외로운 시인이다. '극시'(희곡 형식으로 쓰인 시)를 현대에 들어 유일하게 쓰는 한국 작가이기 때문이다. 자신도 "문학계의 아웃사이더"라고 표현할 만큼 홀로 길을 개척하는 바탕에는 "문학을 향한 진심"이 있다.
2000년 '월간문학'에서 희곡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쿨투라'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만 15년이다. 이른 결혼과 육아로 문학과 멀어진 시기도 있었지만 여러 직업을 경험한 끝에 "문학만이 내 모든 걸 걸어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예술에 조금 미쳐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 시절도 마찬가지다. 생계의 어려움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선택했지만 야간대학에서 김수영의 시를 접하곤 '만만치 않다'는 생각과 함께 희곡과 시 쓰기에 몰입했다. 그리고 당시 동시에 쓰기 시작한 희곡과 시는 지금의 '극시'를 완성하는 토대가 됐다.
오랜 시간을 돌아 지금의 자리에 온 이지아는 첫 시집 '오트 쿠튀르'부터 '이렇게나 뽀송해'에 이어 최근 출간한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까지 빼놓지 않고 시집에 극시를 넣고 있다. 동시에 여러 실험적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시를 아직까지도 써내고 있다.
"그런 식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거예요. 문학은 어긋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이어도 그런 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오래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요."
최근 이지아 시인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의 시집 속 다양한 시도와 실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형식을 가져와 파괴하는 이지아, "내 시에 대한 반응은 '좋다'와 '이상하다'"
인물: 도마 냉장고 충전기 물티슈
장소: 식당 안
(…)
물티슈: 그렇지만 우리가 손님을 고를 순 없어요. 손님의 조건을 정할 순 없어요.
도마: 무엇이 되고, 무엇이 되지 못하는지.
냉장고: 손님이 와야 주인이 오고.
충전기: 주인이 와야 주방장이 오고.
물티슈: 그래야 우리가 성립되죠."
('아기 늑대와 걸어가기'에 수록된 극시 '번역 불가능한 혼합인격과 극시' 중 일부)
극시란 처음 읽는 독자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 서정시, 서사시와 함께 시의 3대 부문의 하나라곤 하지만 그리스 비극이나 셰익스피어 정도를 제외하면 '극시'하면 떠오르는 시인이 많지 않다.
"저는 형식을 가져오되 그 형식이 기존에 갖고 있던 관념을 깨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극시를 포함해 이지아가 선택한 다양한 방법과 실험에는 파괴와 부정이 있다. 한국어 문법에 맞지 않는 단어를 쓰는가 하면 극시 형식을 가져와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이지아는 "관념과 싸우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제 시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에요. '너무 좋다'랑 '너무 이상하다'.”
‘이상하다’ 혹은 ‘어렵다’는 이지아의 시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알 수 없는 이미지가 교차하는 시와 농담처럼 구성된 극시에 독자들이 당황하기 일쑤다.
"인공눈물의 격변설 첫눈이 펑펑 내리면, 호랑이 사냥을 떠나자고 약속했었지" (수록작 '이미지와 나')
물론 당황할 수 있는 전개와 문장이지만 이는 의도한 것이다. “이미지가 너무 선명하면 오히려 오래 남지 않는다"는 그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이미지를 위해 '호랑이'를 '코끼리'로 바꿔보는 등 단어를 교체해가면서 자신의 상상력과도 싸워본다.
시집을 다 읽어도 명확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느낌만을 안고 책장을 덮게 된다는 말에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그거면 됐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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