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황궁아파트는 양반이네…‘외계어’ 아파트 이름 이제 그만![부동산360]

2023. 12. 2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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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이름이 갈수록 기괴해지고 있다.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지역에선 이런 기상천외한 이름이 매년 등장하고 있다.

작명 가이드라인은 ▷어려운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한글 이름 발굴해 사용 ▷지역 유래와 옛 지명을 활용해 개성있는 이름으로 만들고 법정동·행정동 명칭 준수 ▷아파트 이름을 복잡하게 만드는 펫네임 활용 자제 ▷최대 10자 내외의 글자 수 등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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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1일 ‘작명 가이드라인’ 공개
펫네임 자제, 최대 10자…“강제 아닌 권고”
내년 구청·조합·건설사에 가이드라인 배포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원인 미상의 붕괴로 서울 전역이 초토화 된 가운데, 살아남은 황궁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진 입주민과 외부인의 아파트 쟁탈전을 그렸다. ‘아파트 공화국’이 된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아파트 이름에 ‘에디슨’, ‘아인슈타인’, ‘포세이돈’이라니…외국 아파트 이름을 세종대왕이나 장영실이라고 작명한 것이나 마찬가지” (직장인 A씨)

전국 아파트 이름이 갈수록 기괴해지고 있다. 길이도 10자 이상은 기본, 최장 25자인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독일어에 유명 발명가·그리스 신 이름까지 조합해 만든 길고 복잡한 아파트가 주를 이루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건설사들의 아파트 작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아파트 이름이 길고 복잡하고 고급스러울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었다면 재건축이 본격화되던 2000년대부터 외국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파크·리버·퍼스트·에듀 등 아파트 특징을 나타내는 ‘펫 네임(애칭)’까지 붙이는 풍조가 확산됐다.

부산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의 이름. 해당 단지가 영어 이름을 쓴 것은 영어마을이 위치해 있어서다. 입주 초기에는 영어도시 콘셉트에 맞춰 가게에서 영어를 사용해야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네이버 지도]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지역에선 이런 기상천외한 이름이 매년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중랑구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동대문구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서울시가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 알기 쉽게 쓰도록 유도하는 작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공공·민간 건설사 10여 곳과 함께 ‘공동주택 명칭 개선 토론회’을 열고 작명 가이드라인을 최종 수립했다. 작명 가이드라인은 ▷어려운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고 한글 이름 발굴해 사용 ▷지역 유래와 옛 지명을 활용해 개성있는 이름으로 만들고 법정동·행정동 명칭 준수 ▷아파트 이름을 복잡하게 만드는 펫네임 활용 자제 ▷최대 10자 내외의 글자 수 등을 골자로 한다.

서울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작명 가이드라인에 대한 전문가·건설사·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손창우 현대엔지니어링 책임은 “‘힐스테이트’, ‘래미안’ 등 아파트의 브랜드명을 길게 짓는 건 불가능하지만 펫네임이 길어지고 이상해지면서 변질된 것 같다”며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인식이 변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소문청사 후생동에서 열린 ‘공동주택 명칭 개선 토론회’에서 서울시와 건설사 관계자들이 동참 선언문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로명 기자]

신민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은 “자기 동네도 아닌 옆 동네 이름을 사용해 지명을 왜곡하는 것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10자 내외 글자 수 등 가이드라인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경준 용답동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펫네임 활용 자제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지역명은 융통성 있게 짓게 했으면 좋겠다”며 “행정동으로 국한하면 ‘청계리버뷰자이’가 아닌 ‘용답리버뷰자이’가 되는데 인식에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아파트 이름 규제보단 권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파트 이름이 지명으로서 공공성을 띄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적 영역 규제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내년 초 각 구청과 주택조합, 시공사 등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방침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아파트 이름을 짓는 데 자율·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어렵고 긴 외래어·외국어보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지명을 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며 “1년여 고민하고 논의해 만든 개선안을 통해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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