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서울로… 부족한 의사, 뿔난 의사

지용준 기자 2023. 12. 2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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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다시 보는 계묘년 제약·바이오·의료③] 갈림길 선 한국 의료체계
대한의사협회 의사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저지를 위한 제1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서정진과 통합 셀트리온… 계묘년 달군 제약 빅 이벤트
②풀리지 않은 바이오 돈맥경화… 기회 잡은 바이오시밀러
③아프면 서울로… 부족한 의사, 뿔난 의사
한국의 의료 현실은 현재 '아프면 서울로'라는 말로 압축된다. 지방의료의 부족한 인프라에 지방 환자들은 서울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전국 의대생 정원 증원 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은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위기의 지방의료


지방의료가 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목포시)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의 결원율은 14.5%(결원 184명/정원 1266명)로 2018년 7.6%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결원율은 5년 새 최고 수준이다. 35곳 가운데 26곳(74.3%)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남 강진의료원의 결원율은 33.3%로 가장 높았다. 4개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모두 보유한 지방의료원은 23곳(65.7%)이었으며 흉부외과와 비뇨기과까지 기준을 6개로 확대하면 22.9%에 불과했다.

지방의료원은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의가 없어 진료가 불가능한 과목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남 산청보건의료원은 내과 전문의 모집을 위해 월급 3000만원을 제시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채용에 실패했다. 결원율이 높은 강진의료원은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인근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고 있다. 충북 청주의료원은 신경과와 안과 전문의를 수년째 구하지 못해 장기 휴진 상태다.

지방의료원이 의사를 모집하지 못하면 폐과 순서를 밟아야 한다. 환자들에겐 다른 지역 국립대병원 또는 수도권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제5차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지역 의료기관의 입원환자 중 해당 지역 환자의 구성비를 나타내는 지역환자구성비는 서울이 59.7%로 가장 낮았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서울 소재 병원을 찾은 사람이 40%가 넘는다는 의미다. 이른 아침 서울역과 수서역 인근 정류소는 대형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지방 환자들로 넘쳐난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개원한 이후 82년간 진료를 이어온 서울백병원이 지난 8월31일 진료를 마치고 폐원했다. /사진=뉴스1


서울 중소형 병원의 위기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일부 중소형 병원의 존립을 위협했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 시작한 서울백병원이 지난 9월 환자 진료업무를 종료했다. 폐업 이유는 경영난이다. 2022년 기준 누적 적자가 1745억원에 이르자 인제학원은 6월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했다. 중구 상주인구가 감소하고 인근에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 등 대형병원이 몰려있어 경영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낙후한 제반시설 개선과 불편한 접근성 문제도 폐원의 주요 배경이었다.


의대 정원 확대… 의협은 총파업 만지작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총 40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한 수요조사 결과 전국 의대는 2025년 입학년도에 최소 수요 2151명, 최대 수요 2847명(2030년까지 최대 3953명)의 증원을 희망했다. 대학별 구체적 증원 수요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으나 평균 60명 이상의 증원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국내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가장 많다. OECD 평균(4.3개)의 약 2.9배에 이르는 수치다. 일반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 평균(3.5개)보다 2배 많다. 반면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사실상 꼴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의사 1000여명이 가운을 벗고 "의대정원 확대 반대"를 외쳤다. 의협은 지난 11~17일 의사 총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다만 결과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지난 5월24일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살아난 비대면진료


존폐 위기에 놓인 비대면진료가 기사회생했다.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넓어졌고 평일 야간·휴일에도 6개월 이내에 방문했던 병원에서 질환 종류와 상관 없이 초진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같은 질환만 가능했던 데에서 범위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시행을 통해 오후 6시 이후 야간과 휴일에 모든 연령대 환자는 초진으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환자가 야간·휴일에 '상담'만 받을 수 있었던 것에서 '진료'가 가능해졌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준도 완화됐다. 우선 6개월 이내 한 번이라도 병원에 다녀간 환자에 대해서는 동일 병원에서 질환에 관계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기존 시범사업에선 초기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동일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에 대해 대면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만 가능했다.

비대면진료의 예외적 허용 대상인 의료취약지의 범위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을 추가했다. 취약지역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 불가능한 인구의 지역 내 분율 30% 이상인 시·군·구 98곳이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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