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에 현역 빅리거 투수를 데려왔다…삼성 시볼드, 제2의 페디 될 수 있나
[OSEN=이상학 기자]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에 가깝게 던진 투수가 KBO리그 왔다. 1년 전 NC 유니폼을 입은 에릭 페디(30)를 떠올리게 한다.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27)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은 지난 22일 새 외국인 투수로 시볼드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 조건에 사인했다. 외국인 투수 시장이 어느 때보다 안 좋아 100만 달러를 꽉 채운 신규 외국인 투수는 LG 디트릭 엔스와 시볼드 2명뿐이다. 일본을 거친 엔스와 달리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투수 5명 중 유일하게 100만 달러를 채웠다.
188cm 86kg의 우완 투수 시볼드는 지난 2017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83순위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지명된 뒤 2020년 8월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뒤 2021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1경기, 지난해 5경기를 짧게 경험한 뒤 올해 1월 보스턴에서 양도 지명(DFA) 이후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올 시즌 콜로라도에서 메이저리그 27경기(13선발·87⅓이닝) 1승7패 평균자책점 7.52 탈삼진 67개를 기록했다. 4월에 구원으로 시작한 뒤 5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지만 부진을 거듭했고, 결국 7월 중순 다시 구원으로 보직을 바꿨다. 8월초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가 9월말 시즌 막판 콜업돼 2경기를 구원으로 더 던졌다. 80이닝 이상 던진 리그 전체 투수 172명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볼드는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쓰긴 했지만 홈(7.15)보다 원정(8.03)에서 평균자책점이 더 높았다.
투수진이 약한 콜로라도 소속이라서 많은 기회를 얻긴 했지만 그래도 빅리그에서 경험을 쌓았다. 나이도 많지 않고, 연봉중재자격도 없어 내년에도 콜로라도 전력에 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7일 방출됐다. 룰5 드래프트를 앞두고 콜로라도는 40인 로스터에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볼드를 정리했다. 구단들은 룰5 드래프트 시점에서 40인 로스터에 빈자리가 있어야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콜로라도는 룰5 드래프트 때 탬파베이 레이스 우완 투수 앤서니 몰리나를 지명하면서 시볼드 자리를 채웠다.
방출 후 FA로 시장에 나온 시볼드에게 삼성이 접촉했고, 보름 만에 빠르게 계약을 완료했다. 투수 시장이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현역 빅리거를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 외국인 중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투수는 시볼드와 함께 NC 다니엘 카스타노, 키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있다. 하지만 두 투수는 나란히 2경기에만 등판 각각 3이닝, 6⅓이닝 투구에 그쳤다.
갈수록 특급 외국인 투수 찾기가 어려운 시장이 되면서 메이저리그 경력자도 1~2년 전이거나 그해 잠깐 콜업된 수준에 불과하다. 시볼드의 현역 빅리거 경력은 지난해 이맘때 2년 연속 메이저리그에서 5선발로 풀타임 가까운 시즌을 보낸 페디의 NC행을 떠올리게 한다. 페디는 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27경기(127이닝) 다 선발등판했지만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로 부진했다. 시즌 후 논텐더로 방출돼 FA가 되자 NC가 빠르게 접근해 100만 달러 상한액에 영입했다.
계약 당시에도 페디의 NC행은 리그 내에서 놀라움과 함께 ‘왜 한국에 왔지?’ 하는 의아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던 페디에게 한국행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올해 KBO리그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으로 리그를 지배하며 MVP를 거머쥐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2년 1500만 달러의 좋은 대우를 받으며 1년 만에 메이저리그 유턴에 성공했다.
물론 시볼드와 페디를 같은 급으로 보긴 어렵다. 페디는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지명된 유망주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경력만 6시즌이다. 통산 선발등판만 88경기. 나름 유망주 출신인 시볼드이지만 메이저리그 3시즌 통산 19번의 선발등판으로 페디에 비교가 안 된다. 한국으로 넘어오기 전 메이저리그 성적에도 꽤 차이가 난다.
그래도 시볼드가 현재 시장에서 데려올 수 있는 가장 ‘급’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아쉽지만 트리플A 3시즌 모두 선발로 통산 38경기(172이닝) 13승7패 평균자책점 4.13으로 괜찮았다. 9이닝당 탈삼진도 9.3개로 많은 편인데 볼넷은 2.4개로 제구가 안정적이다. 올해 빅리그에서도 9이닝당 볼넷 2.9개로 3개를 넘지 않았다. 짧고 간결한 백스윙과 낮은 팔 각도로 평균 92.6마일(149.0km)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는 시볼드는 좌타자에 체인지업, 우타자에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갖고 있다. KBO리그에 강한 좌타자가 많은데 수준급 체인지업이 있다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최근 3년간 팔꿈치와 팔뚝 부상으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두 달 공백 기간이 있었던 점, 뜬공 비율이 높은 투수라 홈런이 많이 나오는 삼성의 홈구장 ‘라팍’에선 불리한 유형이라는 점이 불안 요소로 꼽힌다.
삼성은 시볼드에 대해 ‘직구 평균 구속 150km대 강력한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구사한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활용도가 우수해 강력한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2024년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줄 것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제2의 페디까지는 바랄 순 없겠지만, 새 외국인 투수 중 최고 활약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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