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vs '패전투수'...정치인 한동훈의 미래는?
[앵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정치의 첫발을 집권여당 사령탑으로 내딛게 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주역이 될지, 아니면 패전의 멍에가 씌워질지,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지명된 당일, 자신의 처지를 야구에 빗댔습니다.
[한동훈 / 전 법무부 장관(그제) : 9회 말 투아웃에 투 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집권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세간의 평가 속에, 자신은 역전 결승타를 날리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는 얘기입니다.
여의도 문법은 쓰지 않겠다던 얼마 전 발언을 연상케 했습니다.
[한동훈 / 전 법무부 장관(지난달 21일) :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 저는 나머지 5천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습니다.]
정치신인을 곧장 집권여당 사령탑으로 이끈 '스타성'은 사실상 이 같은 특유의 논리와 당당한 화법이 만들어 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그런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우선 관전 포인트입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직적 '당정 관계'부터 바꿔야 한다는 데엔, 여당 내 이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윤재옥 /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그제) :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주춤한 인적 쇄신 동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한동훈호'의 과제입니다.
'X세대' 출신 사령탑 등장으로 당내에선 이미 '세대교체'나 '탈영남'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됩니다.
[장예찬 /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그제) : 우리는 X세대와 3040의 참신한 얼굴이 주축이 되어 민주당보다 더 젊고 스마트한 국민의힘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관위원장 인선을 통해 공천 과정에서 발생할 잡음을 얼마나 줄일지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최측근이란 점에서 '친윤', '비윤'을 통합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해 낼 묘책부터 찾는 게 필요합니다.
[이용호 / 국민의힘 의원(어제) : 이럴 줄 알았으면 비대위원장 논의 과정에서 다른 소리를 눈치 없이 안 내는 건데 살짝 후회됩니다.]
'피의자·피고인'으로 대하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제는 협상 파트너가 된 만큼,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 첫 시험대가 될 텐데, 그동안 '송곳' 같던 대야 메시지는 한 전 장관의 중도 확장성 한계를 지적하는 주된 이유가 돼왔습니다.
[한동훈 / 전 법무부 장관(지난 19일) :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 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이 특정돼서 만들어진 악법입니다.]
구원투수든 적시타를 날려야 할 타자든, 이기는 게 우선이란 건 같지만 '수비'와 '공격'이란 점에서 전략과 작전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의도 경기장에 들어선 한동훈 전 장관이 당을 구원해 차기 잠룡으로 입지를 다져갈지, 패전의 책임을 짊어지고 조기 퇴장할지 내년 총선에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촬영기자: 이성모 한상원
영상편집: 연진영
YTN 이종원 (jong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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