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강원농어촌유학 성공 제언

강원CBS 진유정 기자 2023. 12. 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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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자라는 희망⑥] 강원도 농어촌유학 성공의 길
신경호 강원교육감 "농어촌유학의 핵심은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사는 공생"
조희연 서울교육감 "강원도가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호혜관계 필요"
이승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농어촌유학이 더 이상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지 않길"
김희철 강원도의회 교육위원 "심리,정서,신체적으로 여유 있는 상생의 길을 배우는 일"
김을용 해남 북일초 교장 "농어촌유학은 폐교와 지역소멸을 막는 마지막 기회"
편집자 주
농어촌지역과 농어촌 학교의 소멸을 막고 '도시와 농어촌의 상생'을 지원하는 도농교류 프로그램인 '강원도교육청 농어촌 유학'이 2023년 9월 첫 발을 내딛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학생과 그 가족의 귀농, 귀촌형태의 정착이 궁극적 목표지만 시행 초기에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연친화적 생태교육환경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특별한' 유학제도라는 장점이 있다. 이미 일본에는 60년전부터 '산촌유학'이라는 명칭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라북도 등도 수년 전부터 '농어촌유학'의 인기가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가족 구성원이 장소를 옮겨 새 터전을 일구고 삶의 방식이 바뀌어지는 만큼 문제점과 개선점도 있다. 강원CBS와 강원영동CBS는 첫 발을 내딘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의 '농촌유학'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강원도 농어촌유학의 실태와 타시도의 성공비결,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은 기획보도 '흙에서 자라는 희망'을 여섯 차례에 걸쳐 마련했다. 마지막 여섯번째 순서로 각계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강원농어촌유학의 성공 안착 방안을 모색한다.
양양 현북초 학생들과 선생님. 현북초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강원도형 농어촌유학 실태와 현황
②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1
-'자구책'으로 전국에 입소문 탄 양양 현북초
③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2
-강원도내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한 영월 옥동초
④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3
-졸업까지 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꿈 된 농어촌유학
⑤ 땅끝 작은학교의 기적, 북일초 100년의 뒷심을 발휘하다
⑥ 도시 아이들에게 제2의고향 만들어줄 '농어촌유학' 성공의 길
(끝)

사진 왼쪽부터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이승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김희철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 김을용 전라남도 해남군 북일초등학교 교장. 진유정 기자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 "농어촌 유학 핵심은 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사는 '공생'입니다"

Q: 농어촌유학의 핵심, 효과는?

A='공생'이다. 강원은 농촌의 작은학교를 살려 지역 소멸을 막고 수도권 학생들은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교육적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강원교육은 도시의 학생과 가정이 유학까지 올 수 있는 자연친화적 생태교육 환경이나 작은학교만의 다양한 특성화 교육과정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 과정이 곧 작은학교의 교육과정 정상화를 넘어 강원교육의 질까지 높이는 성장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지역의 입장에서 농어촌유학은 장기적으로 유학생과 가족이 교육을 찾아 우리 도에 왔다가 귀농이나 귀촌의 형태로 정착하게 하는 마중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멸위기의 지역에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유입되도록 해서 지역을 살리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Q. 서울시의회의 농어촌유학 예산 삭감에 대한 대책은?

A=2023년 서울시교육청과 MOU를 체결하고 농촌유학을 함께 진행하면서 당초 100명에 대해 1인당 주거비 60만원을 강원도가 30만원, 서울특별시가 30만원 반반씩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예산이 삭감된 만큼 농촌유학 인원을 50명으로 줄여 우리 도교육청 예산 내에서 1인 주거비 60만원을 지원해 현재 원활하게 운영하고 있다. 농어촌유학 관련 예산이 2024년 서울시교육청 본예산에 편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올해처럼 예산이 삭감되면 현재 운영하는 방식 그대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예산 내에서 지원해 농어촌유학 운영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현재 우리 도에 4개 지역 6개 학교의 유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농촌유학 사업에 대해 모니터링 해보니 만족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유학온 학생(학부모) 중 96.9%가 2024년까지 연장을 신청했고 학교도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고자 추가 모집을 신청했다. 모든 교육정책이 그렇듯 단순히 단기적인 예산 대비 효과만을 볼 것이 아니라 교육적 효과와 지역소멸 방지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사업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강원도가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호혜 관계가 필요합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윤창원 기자

Q: 강원 농어촌유학의 매력 포인트, 경쟁력은?

A=처음에는 전라남도와 시작을 할 때 한 20~30명 정도 참여하면 성공이겠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21년부터 누계로 보면 약 1200명이나 되는 학생이 참여했다. 6개월 유학이 기본이었는데 1년, 2년,심지어 3년까지 연장을 하고 만족도가 거의 80%가 넘는다. 일단 코로나 국면에서 대도시에서는 사실 수업을 많이 못했는데 농촌에서는 매일 수업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고 특별히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감수성 자연친화적 삶의 양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어떤 공감도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도시의 바쁜 삶에서 정말 벗어나서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것의 미덕, 장점 등이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저는 농어촌유학의 지역이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농촌의 소규모 학교라고 결핍 돼 있는 게 없다.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자연은 자연대로 누리는 것이다.

Q: 재경 강원도민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는데?

A=강원도 농어촌유학 학생을 모집할 때 재경 강원도민회 도움을 요청 드렸다. 재경 강원도민회에서 이 강원도 농촌 유학을 지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재경 강원도민의 구성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을 손주에게 제2의 고향으로 물려주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60-70년대 강원도를 떠나 서울로 오신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분들의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이 연계가 되면 좋지 않을까, 강원도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재경 강원도민회에서도 너무 좋아하셨다. 신경호 강원교육감님이 재경 강원도민회장님께 연락도 해주셨고 강원도에 애정을 갖게 하는 좋은 정책이다고 말씀해 주셨다. 또한 서울에서 전남, 전북은 조금 멀다. 강원도는 비교적 근거리이다. 강원도로 학생들이 대거 몰려버리면 어쩌냐하는 염려도 있었다.  유학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훨씬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승미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장 "농어촌유학이 더 이상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지 않길"

Q: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농어촌유학 사업예산 10억이 전액 삭감 됐다. 이에 대한 생각은?

A=예산 삭감으로 농어촌유학 사업 자체가 정치적으로 쟁점화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예산 삭감 이후에도 감사원 공익감사청구가 진행되고 예산안 심의 때마다 농어촌유학 예산의 감액과 증액이 반복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더욱이 해당 사업이 논쟁의 중심에 떠오를 때마다 농어촌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이나 가정, 새로운 학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농어촌 지역의 지자체와 학교 등의 고민과 불안이 깊어지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사업 진행의 과정이나 결과에 따른 사안은 의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고,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학생의 생태 감수성 향상이나 새로운 교육적 경험의 제공, 지역소멸과 같은 정책적 측면에서 내실 있게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농어촌유학의 장단점은?

A=우선 학생이 깊이 있는 생태 체험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 소규모 학교라는 특성을 통해 토론수업이나 담임교사와의 1:1 학습 등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 생활 환경의 변화, 다양한 체험 등을 통해 학생이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 소멸 대응에도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농어촌유학은 정주여건 미비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 이외에 학생 1인당 소요되는 예산이 크고 가족이 상시로 체류하지 않는 유형의 학생 보호 대책이 보완되어야 하며 대입 관련성이 높은 고등학교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농어촌유학이 실질적인 농촌소멸의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농어촌유학은 일회성 체험으로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참여 학생과 보호자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지속적으로 관계성을 맺을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그럴 때 학생(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이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위로나 쉼이 필요할 때 해당 지역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김희철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 "심리,정서,신체적으로 여유 있는 상생의 길을 배우는 기회"

Q: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에게 농어촌유학을 통해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A=농어촌유학은 어린이들이 서로 함께 잘 자라게 하는 길, 즉 상생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농어촌 유학을 온 학생들을 보면 복잡한 도시에서 여유를 찾지 못하고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있다. 도시에서 지친 학생들이 농촌에 와서 자연과 함께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어 차츰 변화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농촌 어린이들은 친구가 많지 않아 함께 어울리며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또래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적은 학생 수의 학교는 통폐합의 위기를 겪고 있어 언제 학교가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어 안정적이지 않다.  

농어촌유학을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인성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전체 교직원과 전교생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가족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친밀감이 형성된다. 그래서 인성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현실적으로 농촌유학의 작은학교는 사교육 부담없이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체험활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교별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특성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들을 교육비 부담없이 배울 수 있다.  

Q: 강원 농어촌유학의 성공을 위한 공통 과제는?

A=서울시는 지역소멸이나 학생수 감소로 인한 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절박한 문제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을 보내면서 예산까지 지출할 의지가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쉬운 생각이 든다. 더 큰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리 자녀들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지역 구분 없이 모두의 공통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교육권과 자율권을 보장해 주는 취지로 생각한다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골의 학교는 없애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가 없으면 지역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자녀 교육의 어려움으로 들어올 수가 없다. 큰 학교를 하나 세울 것이 아니라 작은 학교를 유지시키는 것이 교육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도교육청, 도청, 지자체,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해야한다. 도교육청과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지속할 수 없다.

해남 북일초 김을용 교장 "농어촌 유학은 지역·학교·교육소멸을 막는 마지막 기회일수도"

Q: 농어촌유학의 성패 요소는?

A=학교장 의지, 교직원의 공감 그리고 지역의 협력 등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특히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을 통해 학교를 살린 교장선생님들의 의견을 꼭 듣는 자리가 필요하며 교장의 마인드 제고다 필수다. 교장 마인드 제고 없이는 지역 교육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또한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는 학생수를 유지시키는 기둥 역할을 한다.  아울러 교직원의 친절은 학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남긴다. 친절한 학교의 첫 인상은 학부모의 학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이미지는 기존 학부모의 스쿨런, 이주민 학부모의 스쿨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 결국 작은 학교를 유지하는 데 있어 모든 교직원이 공감하고 함께해야 한다.

Q: 학교 학생수 유치 비결은?

A=지역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대해 군청, 면사무소, 면단위 자치회의 공감과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의 취지를 공감하는 교직원 그리고 타 학교에서 하지 않는 농어촌 유학 학교의 특색교육 등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다.

더불어 입소문 또한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학교 소식의 진원지는 학교이며 소식 전파의 진원지는 아이들로부터 시작한다. 학교가 할 수 있는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아이들의 입을 통해 학교를 알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의 핵심 주체이다. 북일초등학교는 그 일환으로 학부모와의 소통 강화를 통한 달빛운동회, 스스파(School Student Party) 등 운영하고 있다. 농어촌 유학사업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작할 타이밍조차 없을 수도 있다. 지역소멸, 학교소멸, 교육소멸이라는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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