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리스크↑ 해상 컨테이너당 운임 1300만원 [뒷북 글로벌]

백주연 기자 2023. 12. 23.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역항로 홍해, 예멘 후티 반군 공격에 막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화물선들 우회
이케아·가전·차 강판 등 운송 타격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예멘 후티 반군의 헬기가 홍해에서 갤럭시 리더 화물선 위를 날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친(親) 이란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팔레스타인 지지’의 표시로 글로벌 주요 물류 항로인 홍해에서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해상운임은 후티 반군의 공격이 거세진 이달부터 급등하는 추세다.

홍해가 막히면 해상 글로벌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민간 선박들이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봉을 둘러서 이동해야 하는 탓에 비용이 높아지고 운송 시간이 늘어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어려움에 처했던 물류 업계는 홍해 긴장으로 다시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처했다.

21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약 136조 원에 달하는 210만 개의 화물을 실은 해상 운반 선박 158척이 홍해를 지나지 못하고 경로를 틀면서 일부 무역로에서 운임이 3~4배 급증했다. 선박이 홍해 항로를 이탈해 아프리카 남단으로 돌아갈 경우 항해 기간은 최대 2주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유통 기업 이케아는 “홍해의 긴장 상황으로 특정 제품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며 “컨테이너선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운송 파트너와 협력해 배송을 관리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중국 상하이에서 영국 해안까지 40피트 컨테이너당 2400달러였던 해상운임은 1만 달러(약 1300만 원)로 4배 이상 치솟았다. 인도에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의 해상운임도 한 달 새 40피트 컨테이너당 2000달러에서 7000달러로 올랐다.

해상 컨테이너는 세계 물자 수송의 30%를 담당하며 금액 기준 수송량은 연간 1조 달러(약 1301조 원)에 이른다. 스위스 물류 회사인 퀴네앤드나겔은 “세계 수송의 약 10%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는 탓에 이미 홍해에서의 긴장으로 컨테이너선의 40%에 운항 지연이 생겼다”며 “글로벌 해상 수송 능력이 20%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해운 대기업인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 프랑스 CMA CGM 등이 홍해 항해 취소를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동부 해안 뉴욕과 조지아주 사바나 항구에 기항한 대형 상선의 지난달과 이달 항해 상황을 분석한 결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로 가지 못하고 이달부터 강제로 항로를 변경한 배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이달 이 두 곳 항구에 기항한 약 300척의 선박 중 대다수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향해 가고 있다. 이들 선박의 대부분은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로 향하는 컨테이너선이다. 미국 비료 대기업 모자이크도 비료 수송 경로를 홍해에서 희망봉을 지나는 경로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최남단의 에일라트 항구는 후티 반군의 공격이 강화된 후 항구 물동량이 85% 감소했다.

육상운임과 항공운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중동의 트럭요금은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중국에서 북유럽으로의 항공 배송 요금 역시 화물 1㎏당 3.95달러에서 4.45달러로 13%가량 상승했다.

물류대란 우려로 산업계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대체 운송 수단 등을 확보한 전자·자동차 업계 등은 단기적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의 경우 배송 지연의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화주들은 유럽이나 중동 해상에 체류하고 있는 화물 일부를 항공으로 나르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또 파나마운하와 같은 대체 무역 경로 이용 시 소요 시간과 비용을 평가해 운송 방식을 변경하기도 한다. 경로가 변경된 선박이 크기 등의 문제로 기항할 수 없을 경우 소형 선박이 배치되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운임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물류 회사 세코로지스틱스의 책임자 브라이언 부르케는 “매일 유럽과 미국 동부 해안에 화물 지연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며 “경로 변경으로 인한 운송 지연으로 가전제품과 고가 소비재, 고급 의류 등 고부가가치 상품들의 재고 유지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항공 운송으로의 전환이 급격히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물류 기업들은 운송 지연 기간이 30일 이상 넘어갈 경우 소비자들이 공급망 차질 문제를 체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소매협회에 따르면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무역 상선 전체에서 완구의 47%, 가전제품과 의류의 40%가 해상운송 지연의 영향을 받는다. 산업용 원재료 중에서는 화학품 무역의 24%, 자동차용 강판과 절연전선의 22%가 운송 지연으로 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예멘 후티 반군에 공격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후티 반군은 전 세계의 경제적 안녕과 번영을 공격하고 있으며 홍해라는 국제 고속도로에서 강도가 되고 있다”며 “연합군은 홍해와 아덴만을 순찰하면서 국제 수로를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의 요청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하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 연합에는 영국·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20여 개국이 참여했다. 후티 반군은 연합군의 경고에도 “우리에게 대항하는 국가의 선박은 모두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백주연 기자 nice89@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