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한파에 카드리더기도 '꽁꽁'…체감온도 -22℃, 라이더들 "골병"

민수정 기자, 최지은 기자 2023. 12.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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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일하면 '골병 든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올해로 14년째 배달업을 하고 있다는 이용준씨(55)는 추운 겨울 배달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광주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했던 이모씨(27)는 "겨울철엔 얼굴을 다 가리고 수면양말 2~3겹을 겹쳐 신는 것은 기본이었다"며 "쉼터가 있긴 했지만 주요 상권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많아 콜을 잡지 못했던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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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 '도봉따쉼' 앞에서 두꺼운 패딩과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후 출근 준비를 하는 이용준씨(55)의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일하면 '골병 든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올해로 14년째 배달업을 하고 있다는 이용준씨(55)는 추운 겨울 배달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씨를 만난 지난 21일의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내려갔다. 이씨는 "전날 추운 날씨 탓에 카드리더기가 얼어 작동에 애를 먹었다"며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 밖에서 일하는데 혹한기에도 3~4시간은 밖에서 대기한다"고 했다.

며칠 내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배달 라이더 등 배달업 종사자들은 핫팩이나 장갑, 방한화 등 갖가지 방한용품에 의지한 채 추위를 버텨냈다. 이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동노동자 쉼터를 상시·비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쉼터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2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는 총 59개다. 서울에는 13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다. 서울에 25개의 자치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자치구 1곳당 1개의 쉼터도 없는 셈이다.

서울에서 배달을 했던 장모씨(28)는 "가게가 바쁠 때는 밖에서 20분 정도 대기한 적도 있고 건수가 없을 때는 근처 공원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다 집에 간 적도 있다"며 "배달 라이더들을 위한 쉼터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지방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경북 경산시에는 배달업 종사자들을 위한 쉼터가 없다. 경산시에서 하루 평균 11~12시간 배달을 한다는 20대 박모씨는 "겨울에 콜이 많으면 하루 80건까지 될 때도 있는데 방한 장비를 갖추지 않고 나가면 일하지 못한다"며 "쉼터는 들어본 적 없고 대부분 퀵 배달 사무실에서 쉬곤 한다"고 말했다.

쉼터가 있더라도 접근성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광주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했던 이모씨(27)는 "겨울철엔 얼굴을 다 가리고 수면양말 2~3겹을 겹쳐 신는 것은 기본이었다"며 "쉼터가 있긴 했지만 주요 상권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많아 콜을 잡지 못했던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도봉구 도봉따쉼 앞에서 출근을 준비하는 이용준씨(55)가 비닐을 덧댄 운전대를 잡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배달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서울 도봉구는 2021년 창동에 개소한 쉼터가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자 지난 9월 서울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인근에 '도봉따쉼'이라는 쉼터를 열었다.

지난 21일 방문한 도봉따쉼 한쪽 벽면에는 대용량 핫팩과 깔창 핫팩 등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방한용품들이 마련돼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기사들이 쉬는 시간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안마의자와 안마 기계가 놓여있었다.

오토바이를 정비할 수 있는 도구들도 구비돼 있었다. 이용준씨는 "주 3~4회씩 쉼터를 방문하고 있다"며 "겨울철에는 오토바이에 잔고장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정비 도구도 쉼터에 있어 배달 기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간 배달업에 종사했다는 김은성씨(52)는 "무인 카페에서 몸을 녹이려면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데 무료 쉼터가 생겨서 커피도 마시고 핫팩도 가져갈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추운 겨울 야외에서 겨울을 보내는 이동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의 향상을 위해 쉼터를 마련했다"며 "이동노동자의 개념이 광범위해 이용자를 더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들은 이 같은 쉼터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남서울지부장은 "오토바이 배달 기사들은 자기 지역을 관할해 도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에서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라이더들이 자주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홍보 등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서울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인근에 마련된 이동노동자 쉼터 '도봉따쉼'의 모습. 대용량 핫팩 등 방한 용품이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 안마의자와 안마기 등이 비치돼 있었다. 오토바이를 수리할 수 있는 공구들도 구비돼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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