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연봉이면 7팀이..‘WS 우승 아니면 실패’ 다저스의 투자, 결과는?[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오프시즌의 승자가 명확해졌다. 바로 다저스다.
LA 다저스는 12월 22일(한국시간) 또 한 명의 '최대어'를 품었다. 오타니 쇼헤이를 맞이한 다저스는 일본에서 온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까지 LA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와 무려 12년 3억2,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또 한 번 역대급 규모의 계약이 탄생했다. 3억2,500만 달러는 역대 포스팅 최고액 계약이다. 종전 최고였던 다나카 마사히로와 뉴욕 양키스의 1억5,500만 달러 계약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포스팅 뿐 아니라 역대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맺은 계약 중에서도 가장 크고 역대 아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맺은 계약 중에서도 두 번째로 크다. 다저스가 야마모토의 '친정'인 오릭스 버팔로즈에 줘야 할 포스팅 비용만 무려 5,060만 달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가 맺은 최대 규모의 계약이 된다. 종전 최고 기록은 게릿 콜이 양키스와 맺은 3억2,400만 달러. 다저스는 '역대 최고' 타이틀을 위해 콜의 계약 총액보다 100만 달러 더 큰 계약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야마모토는 아직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본 적도 없는 선수임에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게 됐다.
이미 오타니와 10년 7억 달러의 전무후무한 계약을 맺은 다저스는 야마모토까지 품었다. '아시안리거'의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 1,2위가 모두 2023년 12월 다저스에서 나왔다(1위 오타니, 2위 야마모토).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이번 오프시즌 개장을 앞두고 FA 1,2순위로 나란히 평가받은 선수들. 1,2위를 모두 품은 다저스는 명실상부한 올겨울 오프시즌의 승자가 됐다.
오타니가 그랬듯 야마모토도 일찌감치 다저스로 갈 마음을 정해놓고 시장에서 여러 팀들을 '들러리'로 세운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아시아 선수들이 선호하는 서부 연안에 오타니의 존재,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소속 지구 내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팀이라는 점 등 야마모토가 다저스에 매력을 느낄 이유는 많았다. 그렇게 다저스는 또 한 명의 특급 선수를 품었다. 매번 다른 팀들을 마치 '양념'처럼 활용한 뒤 특급 선수와 계약하는 다저스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저스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오타니가 7억 달러 중 무려 6억8,000만 달러를 추후 지급받는 역대급 디퍼 계약을 맺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오타니는 매년 다저스 페이롤(연봉총액)에서 약 4,600만 달러를 차지한다. 그리고 여기에 연평균 약 2,700만 달러를 받는 야마모토를 더했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두 명에게 할당된 페이롤만 약 7,300만 달러다.
이는 2023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선수단 연봉총액보다 큰 액수다(팬그래프 추정 기준). 그리고 여기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연장계약을 체결한 타일러 글래스노우(연평균 약 2,730만 달러)까지 더하면 '새 식구 3인방'에게만 매년 페이롤 1억 달러가 할당되는 셈이다. 1억 달러면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탬파베이 레이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신시내티 레즈의 2023년 연봉총액보다 큰 금액이다.
어쩌면 다저스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 페이롤 1위 팀이 될 수도 있다. 2023시즌에 앞서 두려움 없이 돈을 쓴 뉴욕 메츠는 여름 시장에서 많은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페이롤을 줄였다. 양키스, 텍사스 레인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빅마켓 구단들도 현재 흐름대로라면 다저스보다는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돈은 썼다. 문제는 성적이다. 다저스가 이렇게 큰 돈을 쓴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가진 팀 중 하나로 군림했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최근 11년 동안 10번이나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 한 번 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우승도 2020년 단축시즌이었다. 정규시즌 거의 매년 내셔널리그 최강자로 군림하지만 정작 가을 무대에서는 계속 발목이 잡히고 있다.
다저스는 세 선수에게 매년 1억 달러를 지출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서부지구 우승은 사실상 따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팀이었다. 여기에 1억 달러를 더한 만큼 사실상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시즌 실패'라다. 지구 우승,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돈을 2-3명의 선수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에게 주는 돈은 모두 '장기 투자'다. 월드시리즈 우승 한 번도 만족할 수 있는 성과도 아니다. 포스트시즌에 매년 출전하고 서부지구 우승을 놓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21세기에 접어들며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월드시리즈 2연패는 물론 최소 3-4번의 우승을 포함해 5-6차례는 월드시리즈에 올라야 비로소 제대로 성과를 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 없이는 성적도 얻을 수 없다. 스몰마켓의 대명사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조차 2015년 30년만의 우승을 위해 투자를 감행했다. 2023년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텍사스도 투자의 결실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투자의 규모가 성적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성적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은 2023년 메츠가 제대로 증명했다.
과연 다저스는 메츠와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는 부상과 함께 다저스 커리어를 시작할 예정이고 야마모토는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한 개도 던져보지 않았으며 글래스노우는 커리어 내내 한 번도 시즌 130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투수다. 다저스의 투자 결과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자료사진=위부터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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