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R&D 예산, 깎았다가 늘렸다가 최종 26.5조 확정
기존 정부안 비해 6200억 순증
실제 2.8조원 삭감
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이 26조 5625억원으로 확정됐다. 기존 정부안보다 약 6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카르텔 논란으로 올해 R&D 예산보다 대폭 삭감되면서 과학기술계 현장의 반발이 빗발치자, 다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폭 증액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구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에둘러 유감을 표했다.
기초연구 지원, 오히려 1.7% 증액
'기초연구 지원 사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계속과제'의 경우 몇 년 간 연구하기로 정부와 계약을 맺은 연구 과제의 단가가 삭감돼 현장에서 혼란이 큰 상황이었다. 연구 재료비를 줄여야 할 지 학생들을 내보내야 할 지 고민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 바 있다. 특히 단가가 삭감되면서 계속과제를 수행 중이던 대학원생 등 젊은 연구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상당 부분 수용,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장관은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수월성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감액된 계속과제 예산은 연구현장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 과정을 통해 상당 부분 증액됐다"며 "전체 사업 예산은 작년보다 1.7% 증액됐다"고 밝혔다. 수월성 있는 소규모 연구를 지원하는 '창의연구'와 박사후연구자(포닥) 전용 '집단연구사업'이 신설되면서 기존 정부안보다 '기초연구 지원 사업'은 전년 대비 400억원 늘어난 2조 63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기업 R&D ·첨단 연구장비 운영비 증액
첨단 연구장비 구축과 운영을 위한 예산도 434억원 추가됐다. ①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및 서비스 체계 고도화(40억원), ②다목적방사광가속기(110억원), ③중이온가속기(55억원), ④수출용 신형연구로(110억원), ⑤KSTAR(35억원) 등 대형 연구장비를 중심으로 구축 및 운영 예산이 추가로 반영됐다. 과학계에서는 최근 치솟은 전기료로 장비 운영이 중단되는 일이 빈번했다.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초고성능 컴퓨터 '누리온' 시스템의 일부 서버가 전원을 내렸고, 지난 10월에는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가 12월 가동을 축소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안 국회 제출 이후의 상황 변화를 반영해 차세대·원천기술 개발도 336억원 늘렸다. 지난 10월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달착륙선 개발 사업(40억원),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기술개발사업(60억원), 차세대 모빌리티(K-UAM) 기술개발 등 분야별 주요 연구개발 예산이 확대됐고, 원전 안전성 및 부품경쟁력 강화 예산도 증액됐다.
출연연도 388억원 확충했지만…노조 "삭감된 예산의 6분의 1 복원일 뿐"
하지만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이 참여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삭감된 예산의 6분의 1 정도의 복원으로는 국가과학기술의 후퇴를 막을 수 없다"면서 "삭감 전 국가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기존안보다 6천억원 증액된 것은 소기의 성과이지만, 결국 2조 8천억원이 삭감돼 연구 환경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R&D 예산이 회복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분야가 있을 수 있어 상세하게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R&D 예산 논란과 관련 "장관으로서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구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기존 R&D 예산안을 뒤집고 대폭 삭감하는 정부안을 내놔 과학기술계가 집단적으로 반발한 데 대한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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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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