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안전성' 롤러코스터 탄 식품업계

연희진 기자 2023. 12.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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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계묘년 불황 터널 달린 유통가] ①소주·라면은 '가격', 아스파탐은 '안전성' 논란
고물가 지속과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로 식품업계는 올해 내내 가격 조정을 두고 고심했다.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가격' '안전성' 롤러코스터 탄 식품업계
②'돌아온 유커' 업계는 희비… '매출' '갈등' 이슈메이커 쿠팡
③탈 많았던 계묘년… 경영 시동 건 유통가 '오너 3세'

올해 식품업계 최대 화두는 '가격'이었다. 높은 물가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먹거리 물가 잡기에 나섰다. 정부의 압박에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철회하고 가격 인하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주요 관리 품목은 대표적인 서민식품 소주와 라면이었다.



'소주 6000원설'부터 출고가 인하까지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 /사진=장동규 기자
올 초 주류업계에서는 소주·맥주 등의 출고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인 주세를 리터(ℓ)당 30.5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주정 가격이 오르면서 소주와 맥주의 출고가가 오르고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국세청은 주요 주류업체에 가격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소주 가격이 6000원 시대가 도래해 서민과 직장인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지 않겠느냐'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물가 안정에 업계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참이슬·진로·테라 등을 판매하는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클라우드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17일 주류 가격 안정을 위해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준판매비율이란 주세 계산 시 세금부과기준(과세표준)에서 차감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금까지 국산주류는 제조원가에 '판매비용과 이윤'이 포함된 반출가격에 세금이 매겨지는 반면 수입주류는 '판매비용과 이윤'이 붙기 전인 수입신고가격에 매겨져 국산주류의 세금 부담이 더 컸다.

하이트진로는 다음 날인 18일 2024년 1월1일 출고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 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낮아진다. 과일리큐르는 10.1%,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 등은 10.6% 내린다.

같은 날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1월1일부터 처음처럼(360ml)과 새로(360ml)의 반출가격을 각각 6.8%, 8.9% 올린다고 밝혔다. 다만 새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는 이전보다 각각 4.5%, 2.7%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다사다난했던 라면 60돌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소주에 이어 정부가 주목한 품목은 라면이다. 추 부총리는 6월18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 가격을 인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라면값 담합 여부 조사를 주문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 이후 9~10일 만에 주요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는 모두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7월1일부터 3사의 라면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됐다. 농심은 신라면 출고가를 4.5% 내렸다. 오뚜기는 스낵면, 참깨라면, 진짬뽕 등 15개 라면 제품을 평균 5.0% 내렸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2023년은 라면업계에서 가격 이슈로 시끄럽기도 했지만 라면이 국내에 등장한 지 6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였다. 동시에 K-푸드 확산으로 라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쓰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11월 3주차까지 8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지난해 실적(7억7000만달러)을 넘어섰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9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K-콘텐츠 열풍을 계기로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라면은 올해에도 농식품 수출 증가세를 이끌며 올해 1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해프닝으로 끝난 아스파탐 논란



설탕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되면서 혼란이 일었다. 사진은 설탕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7월14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분류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다. 설탕의 대체재로 주목받아왔다. 국내에서는 제로(zero·0) 칼로리 음료 및 막걸리에 주로 사용된다. IARC의 발표 이후 국내 식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아스파탐의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곧 UN-WH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기존 설정된 1일섭취허용량(체중 1㎏당 40㎎)을 유지하고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아스파탐에 대해 JECFA가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함에 따라 현행 사용기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번 JECFA의 평가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섭취허용량 대비 0.12%에 불과하다.

아스파탐이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IARC의 발암물질 분류도 주목을 받았다. 발암물질 가운데 가장 위험도가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술, 담배, 다이옥신, 가공육 등이 포함된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에는 김치나 피클 등의 절임채소류도 속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스파탐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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