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넘치는 시대···"정보 필터링 능력이 문해력보다 중요" [여론 속의 여론]

2023. 12. 2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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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인쇄 매체를 이용할 때는 주어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정보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면 이제는 단순히 글을 이해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는, 비판적 사고를 토대로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점점 더 넓어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어떠한 문해능력이 더욱 중요해질까. 본인 스스로는 어떤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과 정보 매체 이용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11월 10~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매일 이용하는 매체, '인터넷 뉴스기사' 41%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번 조사에서 정보와 지식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는 매체로는 '인터넷 뉴스 기사'가 41%로 가장 높았고 'TV 및 라디오 뉴스', '유튜브 등에 게시된 동영상'이 각각 33%, 31%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서적'과 '신문 및 잡지'의 이용률은 각각 7%, 9%에 그쳤다.

중요한 지식을 찾을 때 가장 신뢰하는 매체는 TV 및 라디오 뉴스(63%), 인터넷 뉴스 기사(60%)가 높았고, 웹사이트·홈페이지(37%), 유튜브 등에 게시된 동영상(35%) 같은 온라인 매체가 신문 및 잡지(25%), 서적(22%) 등 인쇄 매체를 앞섰다(복수응답).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신뢰하는 사람은 14%에 그쳤다. SNS는 전 세계 사람들과의 빠른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중요한 정보와 지식을 찾는 수단으로는 아직까지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는 못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 이용 기본 소양은 '필터링 능력’

더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정보 환경 속에서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여전히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보를 찾고 이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은 ‘올바른 정보를 판단하고 선별하는 필터링 능력(정보 필터링 능력)’이라는 응답이 54%로 가장 높았다. 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기본적이라는 응답은 16%에 그쳤고,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비교·분석하는 능력'(16%),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고 얻는 능력'(10%), ‘얻은 정보를 타인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능력'(3%)도 높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거짓 정보와 뉴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현시대에서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보다 능동적으로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능력은 무엇일까. 전체 응답자의 51%는 향후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능력 역시 ‘정보 필터링 능력’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비교, 분석하는 능력’이 18%,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고 얻는 능력’이 15%,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11%, ‘얻은 정보를 타인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능력’ 5% 순이었다. 더 많은 정보가 시시각각 생산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글 읽고 이해하는 능력 갖췄다' 65%... 20대 주관적 평가 높아

온·오프라인 환경에 따라, 또 활자 매체와 영상 매체에 따라 필요한 문해능력에도 차이가 있을까. 인쇄된 활자를 읽을 때, 온라인에서 활자 매체를 읽을 때, 온라인에서 영상 매체를 볼 때 등 세 가지 경우에 대해 필요한 능력을 물은 결과 모든 상황에서 ‘필터링 능력’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것이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이 됐음을 보여준다.

문해능력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매우 혹은 대체로 갖추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 사람은 전체의 65%였다.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고 얻는 능력'(56%), ‘정보 필터링 능력'(55%),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비교·분석하는 능력'(50%), ‘얻은 정보를 타인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능력'(45%) 등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능력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이 스스로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대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갖추고 있다, 73%),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고 얻는 능력(69%),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비교·분석하는 능력(62%)에 대한 자기평가가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에 ’정보 필터링 능력‘은 55%만이 갖추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해, 다른 연령대와 차이가 없었다.

주관적인 문해능력에 대한 높은 평가와 달리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는 응답은 단 4%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으로 응답자의 56%가 ‘정보 필터링 능력’이라고 답했다. ‘정보 필터링 능력’은 정보를 찾고 이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부족한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모든 세대에서 ‘정보 필터링 능력’이 가장 부족한 능력이라는 응답이 높았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의 난립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가려내는 것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주목받았던 어휘력 저하 문제와 관련 있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부족하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부족한 능력

정보에 대한 이해와 판단 능력에 교육과정의 초점을

현재 우리의 학교 교육과정은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작동하고 있을까. 전체 응답자 중 58%가 초·중·고 교육과정이 현재 자신의 문해능력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교육과정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가르쳐야 할 능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응답이 45%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정보 필터링 능력’도 31%로, 정보의 진위 판별 능력 또한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는 능력으로는 ‘정보 필터링 능력’이 64%로 가장 높고,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49%로 뒤를 이었다(복수응답). 이런 결과는 교육과정이 글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닦는 것과 동시에 정보를 판단하고 진위를 판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중점을 둬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정보를 소비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쏟아지는 정보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해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우리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입장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등 정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사고와 분석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문해능력 교육은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심어주는 교육에서 더 나아가, ‘정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교육으로 점차 확대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성모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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