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철도 오륙도선 '0원→30억'... 의원들이 챙긴 선거용 '짬짜미' 예산

박세인 2023. 12. 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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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

내년 도로와 철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증액을 요구하는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 당국자의 공방이 벌어졌다.

정부가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0원'으로 산정한 예산은 이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30억 원으로 통과됐다.

한국일보가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22일 분석한 결과,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던 도로·철도 관련 14개 사업 예산 211억 원이 국토교통부 특별회계에 새로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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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지도부·예결위원 예산 증액·신설
상임위 증액 요구엔 정부가 난색
예결위 비공개 '소소위'서 끼워 넣기
'집행부진' 지적에도 반복되는 예산 증액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도시철도 오륙도선 건설은 타당성 재조사 중입니다. 50억 원 신규 증액은 수용 곤란하다는 의견입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여기는 예산소위 하는 박재호 의원 지역구라 제대로 압력을 넣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던데 한번 살펴봐 주십시오."
김두관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

지난달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 내년 도로와 철도 예산을 심의하면서 증액을 요구하는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 당국자의 공방이 벌어졌다. 김 의원 외에 서일준·정동만·박상혁 의원 등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산시 입장은 어떠냐”, “문제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도시철도가 지나게 될 부산 남구가 지역구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착공을 위해 50억 원이 필요하다”며 증액 의견을 냈다. 정부가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0원’으로 산정한 예산은 이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30억 원으로 통과됐다.

한국일보가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22일 분석한 결과,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던 도로·철도 관련 14개 사업 예산 211억 원이 국토교통부 특별회계에 새로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증액 요구에 “사전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내년 말에야 설계가 마무리될 수 있다”며 퇴짜를 놨다. 하지만 예결위 심사를 거치면서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예결위는 지난달 13~24일 9차례에 걸쳐 소위에서 예산안을 심사했지만 ‘감액’을 논의하는 데 그쳤고 이후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등만 참여하는 이른바 ‘소소위’(예산안 논의를 위한 비공식 협의체)에서 최종 조율했다.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짬짜미'로 불리는 방식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2024년도 예산안 심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의 경우 김기현 전 대표는 ‘울산 트램 1호선’ 예산 27억4,200만 원을 새로 따냈다. 김 전 대표는 도로 외에 울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37억5,000만 원), 울산 석유화학산단 안전관리(25억 원) 사업도 신설했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경주 외동 녹동-문산간 국도 예산으로 10억 원을 확보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지역구에서는 인제 상남-기린간 국도 건설 사업 예산 10억 원이 신규 반영됐다.

민주당은 예결위원장 서삼석 의원이 신안 암태수곡-신석간 국도, 무안 현경-해제간 국도 예산 10억 원씩을 각각 신설했다. 오륙도선(30억 원)은 박재호 의원 지역구, 춘천 사북오탄-오탄간 국도(10억 원)는 허영 의원 지역구인데 둘 모두 예결위에 속해 있다.

정부는 '집행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난색을 표했다. 내년에 도로 설계 마무리조차 불투명한데 착공비를 내줄 수는 없다고 버텼지만 무시됐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증액을 요구한 거제-마산 국도는 편성된 예산 2억 원이 고스란히 남았다. 오륙도선도 마찬가지로 올해 예산 17억4,400만 원 가운데 집행액은 0원이다.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국회는 '집행 부진' 사업을 추려 삭감 리스트를 만든다. 하지만 여야 논의를 거치면서 오히려 증액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국회 국토위는 올해 18개 사업의 예산 집행 실적이 부진하다고 지적했지만 그뿐이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에 위치한 매전-건천 국도 예산은 오히려 31억600만 원(117억900만 원→148억1,500만 원) 늘었다.

사업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챙기는 데 급급한 것은 주민을 상대로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역 현수막이나 의정보고서에 ‘OO예산 확보’라는 문구가 어김없이 들어간다. 총선을 앞둔 올해는 여야 경쟁이 더 치열하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국비와 도비를 포함해 경주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며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 장관, 예결위 위원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인천 연수구 보훈회관 사업을 소개하며 "정부와 국회 긴축재정 속에서도 예산을 추가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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