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 찾아온 45년 여정...구본창 작가 첫 회고전
[앵커]
낡고 하찮은 물건이라도 쉽게 버리지 못해 수십 년째 간직하며 들여다보는 작가가 있습니다.
일상의 물건이나 유물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찾아온 사진작가 구본창의 45년 예술 여정을 살펴보는 첫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이교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국땅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달항아리를 찾아 찍은 사진 12점을 처음으로 함께 모았습니다.
백자에 서린 수백 년 전의 숨결과 시선을 앵글에 담으려 한 구본창 작가의 연작입니다.
부친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을 포착한 '숨' 연작을 선보인 전시실에는 생사의 경계, 자연의 순환에 대한 깊은 성찰이 흐릅니다.
이번 전시는 '백자'와 '황금' 등 43개 연작, 5백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첫 회고전입니다.
제 모습과 위치를 잃어가는 것,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것에 주목해 시간의 흔적을 탐구해온 45년 여정을 총망라해 보여줍니다.
[구본창 / 작가 : 항상 현재라는 거는 과거의 어떤 경험과 그런 게 다 녹아서 사람의 얼굴 표정 또 사물도 거기에 자기 흔적이 담기는데 저는 그러한 흔적을 찾아 헤맨 게 이제까지 제 작업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시대의 모진 풍상을 겪은 광화문 부재를 촬영한 연작에는 굴곡진 한국사의 흔적이 담겨 있고,
수십 년째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다양한 수집품과 쓰다 만 비누 등 소소한 물건에는 세월을 향한 작가의 애틋한 시선이 배어 있습니다.
[구본창 / 작가 : 남들한테 주목받지 못하고 버려진 듯한 것들에서 그것의 진가를 찾아주는 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작업들이에요.]
이번 전시에선 B컷 사진을 4장씩 엮어 영화 같은 이야기의 흐름을 담은 독일 유학 시절 사진과 황신혜, 이정재, 강수연 등 당대 스타를 앵글에 담은 영화 포스터 등도 볼 수 있습니다.
객관적 기록의 역할을 넘어 주관적 표현의 '연출 사진' 영역을 개척해온 구본창 작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시간의 결을 쫓는 그의 항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동형
그래픽 : 이원희
■ 전시 정보
구본창 개인전 <구본창의 항해>
2023년 12월 14일~2024년 3월 10일
서울시립미술관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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